길상사의 봄과 가을에 이어 이번에는 여름이다. 언제 가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곳, 길상사.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빨리 만나고 싶었다. 길상사 그리고 여름 그리고 연꽃이다.
연꽃은 자고로 물이 있어야 한다. 길상사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고로 길상사에서 연꽃을 보기 위해서는 지장전 아래 있는 작은 연못으로 가야 한다. 그런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작은 화분마다 연꽃이 가득이다. 일찍 온 탓에 연꽃보다는 봉우리가 더 많았지만, 연등이 사라진 자리를 연꽃이 채운 듯 싶다. 입구에서 부터 길상사의 여름은 연꽃이라는 걸 증명하듯이, 작은 화분마다 연꽃보다는 연잎이 만발이다.
짧은 치마와 반바지를 입고 들어가면 안되니, 귀찮아도 랩스커트를 착용해야 한다. 알고 있기에, 더워도 긴바지를 입고 왔다.
연잎은 만발인데, 연꽃은 좀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대웅전 역할을 하고 있는 극락전. 봄에 오면, 색색의 연등으로 가득했던 이 곳이 지금은 연꽃이 주인공이다. 작은 화분 속에 있긴 하지만, 길상사의 여름은 연꽃이라는 걸 알리는데는 충분한 거 같다.
좀 더 기다렸다가 올 걸. 만발한 연꽃을 보고 싶었는데, 연잎만 무성하다.
수줍음.jpg
넌, 일찍 일어났구나.
봉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참 다행이다.
영차, 영차 힘내렴. 곧 활짝 핀 연꽃이 될테니...
네가 진짜 참이슬이구나.
연꽃은 잘못이 없다. 일찍 온 내탓이다.
작은 호수가 있는 지장전 아래로 내려가는 중,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이 좋아서...
저 작은 호수 안에 연꽃은 딱 하나.
욕심쟁이 우후훗.
길상사를 한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온 사람은 없을 듯 싶다. 여름 길상사는 처음인데, 녹색의 푸르름이 참 좋다.
많이 더울 거 같아서, 일찍 출발을 했더니, 우연찮게도 공양시간을 맞췄다.
발우공양은 아니더라도, 묵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텐데...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묵언 수행을 했다. 어차피 혼밥이라서 자동적으로 묵언 수행을...
메뉴는 한가지 비빔밥이다. 콩나물 무침, 무생채. 얼갈이 배추무침, 표고버섯 볶음 그리고 밥과 고추장을 넣어 비비면 끝. 표고버섯을 넣고 끓인 된장국과 디저트로 바나나 반개. 젓가락은 필요없고, 숟가락만 있으면 된다.
음식을 남기면 안되는데, 바나나 껍질은 도저히 못 먹겠다.
밥을 먹은 후라서 그런지, 나무그늘 아래서 수행보다는 낮잠을 잤으면...
길상화 공덕비. 요정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시주했던 고 김영한을 추모하는 비다.
법정스님을 모신 진영각으로 가는 길에 만난 이름모를 꽃.
어떤이의 꿈. 그들은 그 꿈을 이루었을까?
뜨거웠지만, 햇살이 참 좋았던 6월의 어느날.
봄에는 금낭화, 여름에는 이름모를 작은 보라색 꽃. 가을이 오면 꽃무릇으로 바뀌겠지. 꽃무릇이 만발했던 자리는 현재 잡초같은 풀만 잔뜩이다.
꽃길만 걷자고 하더니, 그 길이 바로 여기구나.
나팔꽃 종류인 듯 싶은데, 벌이 너무 많아서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멋드러진 소나무 뒤에는 범종각이 있다.
답답했던 가슴이 길상사를 한바퀴 돌다보니, 어느새 싹 사라졌다.
불교와 천주교의 만남인 길상사 관음보살상. 그리고 연꽃.
연꽃봉우리와 촛불.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켜야하는 일은 두번다시 없었으면 좋겠다.
길상7층보탑. 지난번 여수 향일암에서 빌었던 소원을 한번 더~
연꽃에 이어 수국이다.
수국은 달콤하다.
어느 수국이 더 달콤할까? 꿀벌만이 답을 알고 있겠지.
다음달에 오면 활짝 핀 연꽃을 만날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한번 더 와야할 듯 싶다.
길상사의 여름은 더 고즈넉하고, 더 고요하고, 더 아늑하다. 따가운 햇살과 더위는 힘들지만... 이제 남은 건, 길상사의 겨울이다. 먼나라 이야기같지만, 올 겨울 함박눈이 내리면, 무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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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길상사를 여러번 접하게 됩니다
이름 모를꽃은 나리꽃 종류인것 같고 능소화도 보이는군요^^
사찰 공양은 대부분이 비빔밥인것 같아요
연꽃 계절이 돌아왔네요~~
흐~ 아직 한번도 찾아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저도 언제 방문해보고 이후 재방문하게 될 것 같은 곳이네요. 식사까지 하시고 부럽습니다!
안녕하세요, 백석 시인의 이야기가 깃든 길상사에 다녀오셨군요. 온통 푸른 길상사의 여름도 아름답지만, 함박눈이 왔을 때의 풍경도 얼마나 아름다울지 궁금해집니다
자연 담은 비빔밥도 건강함 가득해 보이는걸요? 6월이 다 저물어가는데 한 달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연꽃이 나무 이쁘네요~ 심지어 다른 꽃들도 이쁘게 피어있습니다!! 정말 마음이 심란할때 이곳에서 추스리고 와도 괜찮을거같네요
연꽃이 수줍게 피었네요. 정말 아름다워요.
연꽃잎이 저렇게 가늘게 뾰족한 것도 있고 동그란 것도 있는데 전 둘다 좋더라구요ㅎㅎ
저희 어머니는 동그란 연꽃 저는 뾰족한 연꽃이 그려진 천이 있는데 그게 생각났어요. (어머니가 주셨어요ㅋㅋㅋ)
저는 이 길상사라는 곳을 처음 알았는데 꽤 유명한 곳인가봐요! 짧은 바지와 치마는 안된다는 알림판이 있을 정도니...
절에 가면서 노출이 조금 있는 옷을 입고 가시는 분들이 은근 있나봐요.
저런 안내문구까지 있는걸 보면요ㅣ.
연꽃으로 유명한곳인데 가봐야겠네요
7월 첫날
좋은주말 보내세요 ^^
우와 서울에 이런곳이 있었나요? 대박이네요ㅎㅎ 등산코스로 딱인것같은데요?? 잘 보고갑니다^^
넘 가고 싶어지네요
정말 여유로운 풍경의 절이네요~~
공양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아요~~ㅋㅋ
너무나 잘 아는 곳이라 반갑네요
수줍은 연꽃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네요.
길상사의 여름을 멋지게 보여주셔서,
한번 방문하고 싶어져요.
홀로가보면 수많은 생각이 버려질 듯한 곳이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