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 전라선과 호남선, 한달에 한번은 꼭 가야 하는 곳이다. 어쩌다 한번이던 기차여행이, 이제는 주기적으로 규칙적으로 해야 하는 월행사가 됐다. 기차를 탈때마다 언제나 비포선라이즈의 한장면을 꿈꾸지만, 현실은 언제나 영화와 다르다. 영화같은 현실을 여전히 꿈꾸고 있긴 하지만, 요즘 KTX를 타러갈때면 두근두근 기다려지는 무언가가 있다.
늘 30분 정도 일찍 도착을 한다. 예전에는 그냥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는데, 이제는 무조건 여기로 간다.
예전에는 음료수만 딸랑 하나 샀다. 그러나 이제는 음료수보다, 녀석이 먼저다. 왜냐면, 감동이니깐.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이름처럼 진짜 감동이다. 녀석과의 만남은 벌써 세번째다. 첫 만남이었던 이른 아침 용산역,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위해 커피우유를 골랐는데, 바로 아래 녀석이 있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우유랑 같이 먹으면 든든하겠지 싶어 골랐다. '왠 이름이 감동란? 참 누가 지었는지 엉망이야.' 이랬다.
따로 소금을 찍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계란과 소금외에는 다른 첨가물이 없단다. 콜레스테롤과 나트륨이 많긴 하지만, 저칼로리 식품이니깐.
찜질방에서 파는 구운계란이 아니라, 그냥 삶은계란이다.
하나를 깐다. 그런데 옆에 앉아 있던 중년의 남성분이 자꾸만 내쪽을 바라본다. 삶은계란 하나 먹는데, 너무 요란했나? 하긴 앞뒤 사진 찍고, 뚜껑 열고 찍고, 까면서 찍고, 까고 나서 찍고, 그리고 먹기 전에 또 찍었으니...
감동란이였던 이유는 바로 노른자에 있다. 개인적으로 삶은 계란의 노른자는 먹지 않는다. 뻑뻑하니 탄산음료만 땡기고, 계란 특유의 비린내가 나서 싫었다. 하지만 요녀석은 아니다. 어쩜 이리도 노른자가 촉촉하고 부드러운지, 흰자보다 훨씬 더 맛나다.
언제나 계란이 2개라서 아쉽다. 그렇다고 하나를 더 사지 않는다. 아무리 맛이 좋다고, 아침에 삶은계란 4개는 좀 너무하니깐. 늘 아쉬움이 있기에, 용산역이나 서울역에 갈때마다 항상 녀석부터 찾는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지만, 충분히 감동을 주는 녀석이니깐. 비포선라이즈를 대신 찾은 감동란. "넌 감동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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