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낙지를 더 맛있게 먹으라고 참기름을 넣어준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맛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낙지에 참기름이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 구로동 이모네 철판볶음에서 찾았다.
이모네 철판볶음은 구로동 구애경백화점, 현AK플라자 백화점 뒷편 골목에 있다. 1층에 있는 마포 홍대포, 문어와 조개가 메인인 곳인가? 그런데 왜 대포일까? 가지 못하는 길에 호기심이 많다고, 사진으로만 보니 어떤 곳일지 궁금하다.
엘리베이터가 없다.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낙지전골을 시켰다고 하는데, 철판볶음 집에서 왠 전골인가 했다. 메뉴판을 아무리 찾아봐도 낙지전골이 안 보이는 줄 알았는데, 식사부분에 손글씨로 적혀있다.
등받이 의자가 아니라서 살짝 불편하긴 하지만, 대신 분위기는 참 정겹다. 더구나 손님은 우리 일행뿐이라 더더욱 정겨웠다. 이모님에게는 죄송하지만...
기본찬은 콩나물무침과 도토리묵 그리고 호박볶음. 굳이 2개나 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이거 연포탕이죠." / "아닙니다. 낙지전골입니다." 딱 비주얼은 연포탕인데, 전골이란다. 낙지는 냉동낙지는 사용하는데, 잡자마자 바로 냉동을 한 낙지를 사용한단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데, 생각외로 기름이 많다. 이모님에게 물어보니, 참기름이란다. 산낙지도 아닌데 왜 참기름을 넣었냐고 물어보니, "참기름이 낙지를 소독해준다고 해요." 근거가 있냐고 물어보니, "여기저기 찾아 보니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산낙지를 먹을때 참기름을 넣어주는 건가? 익은 낙지보다는 산낙지에 소독이 더 필요할테니깐 말이다. 근거가 있든 없든, 앞으로 낙지를 먹을때 참기름은 필수다.
낙지는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 어느 정도 익었다 싶을때 먹어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불조절도 안하고 수다 삼매경에 빠지게 되면...
질긴 낙지를 만나게 된다. 씹어도 씹어도 어찌나 탱탱하던지, 좀 전에 먹었던 야들야들함이 그리워진다. 더 오버쿡이 되기 전에 서둘러 낙지를 개인접시에 옮기고 두번째 음식을 주문했다.
이모네 철판볶음집이니, 당연히 철판볶음을 먹어야 하는법. 낙지볶음 1인분과 오징어볶음 1인분으로 해서 달라고 했다. 비주얼은 딱 순대곱창볶음이지만, 저 안에 낙지와 오징어가 있다.
전골 국물을 계속 먹어야 하므로, 옆 테이블에서 만든 후 접시에 덜어서 나왔다. 매콤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맵지 않다.
야들야들한 낙지와 쫄깃한 오징어의 만남이다. 양파와 양배추, 깻잎의 조화도 참 좋다. 볶으면 달아지는 채소들이 많은 관계로 단맛이 좀 강했지만, 깻잎이 중심을 딱 잡아주니 나쁘지 않았다. 전골에 밥을 넣을까? 볶음에 밥을 넣을까? 고민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는데, 2:1로 볶음이 이겼다. 전골은 국물을 먹어야 해서 안된단다.
공깃밥 2개에 김가루까지 넣어서 나온 볶음밥. 역시 탄수화물을 먹어야 하나보다. 밥을 보니, 갑자기 식욕이 확 땡긴다.
아까보다 더 달달해졌지만, 밥이니깐, 밥이므로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전골을 먹으면서, 낙지&오징어볶음을 먹으면서 알 수 없는 허전함이 있었는데, 밥이 답이었나보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다. 무시무시할 칼로리 폭탄은 잠시 접어둬야 하지만 말이다.
식당 이름만으로 어떤 곳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는 참 솔직해서 좋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사장님보다는 이모님이 먼저 나온다. "또 찍냐? 아직도 찍고 다니냐?"하면서 투덜대는 그들이지만, 언제나 사진을 다 찍을때까지 기다려 준다. 이래서 친구가 좋은가보다. 올만에 만나도 어제 본 듯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주고, 배려도 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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