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다음책)
미저리, 돌로레스 클레이본, 쇼생크 탈출 그리고 그린 마일까지 영화로 봤던 작품들이다. 기발한 소재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참 재미나게 본 영화인데, 원작이 누군 인지 솔직히 몰랐다. 이름만 들어도 아하~ 하는 그 사람, 스티븐 킹이었는데 말이다. 원작보다는 영화로 먼저 만났던 스티븐 킹을 이제야 비로소 소설로 만났다. 2013년 벌어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미스터 메르세데스"다.
2009년 4월, 한 남자가 막차를 타고 버스에서 내렸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해 1000개의 일자리를 보장해 준다는 취업박람회에 가기 위해서다. 맨 먼저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일찍 왔는데, 본인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행사 시작은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는 복잡한 이중, 삼중의 통로가 만들어져 있는 그 곳에 새벽 이슬을 맞으면서 모두다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일찍 왔으니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끝에 자리를 잡고 서있기로 했다. 아침이 되야 사람들이 더 오겠지 했는데, 어느새 본인 뒤로 엄청난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과 똑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끼면서 추위와 졸음에 견디고 있는데, 바로 앞 잠이 든 아이를 아기띠로 안고 있는 여자를 보고 당황했다. 아이를 맡길 돈도 없다는 그녀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함께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새벽, 회색 메르세데스 한대가 천천히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행사장에 연설하러 온 높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 차는 주차장에 멈추지 않고 그와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가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
40년 동안 형사로 정년을 다 채우고 퇴직한 형사 호지스(주인공), 그의 하루는 무미건조하다. 재미없는 방송을 보면서 아버지가 남긴 유산인 권총을 만지는 행위만 반복하고 있다. 무력감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하는 그, 그런 그 앞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리고 엄청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범인은 나중에 알려주겠지.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려는 퇴직은 했지만 그래도 형사가 나왔으니, 그가 범인을 잡는 내용이겠지 했다. 그런데 스토리는 내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친애하는 호지스 형사에게 6개월 전에 은퇴했지만, 형사라는 호칭을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능한 판사, 부패한 정치인, 멍청한 군 장교들도 은퇴 후에 자기 직함을 유지하는데 이 도시 역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형사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본문에서) |
그날의 일을 일반인들이 모르는 거까지 하나하나 밝히면서, 자신을 메르세데스 살인마라고 한다. 더불어 메르세데스 차주의 자살까지 본인이 했다고 당당하게 밝힌다. 이젠 남은 건, 너의 자살이라면서 '뒈져라 이 찐다야~'라고 한다. 살인마는 호지스를 자극하기 위해 추신에 자기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던 호지스, 살인마가 자극하지만 않았어도 진짜 자살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호지스는 살인마의 편지로 인해 각성하고 그를 잡기로 한다.
살인마의 편지에서 찾은 몇 가지 단서로 그에 대한 프로파일을 만들고, 메르세데스 차주에 대한 자살을 다시 재수사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브래디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누구지? 빨리 호지스가 단서를 잡고 살인마를 쫓아야 하는데, 생뚱맞게 브래디는 누구야? 컴퓨터 AS업체 직원이자, 작은 트럭에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남자 브래디, 그는 회색 메르세데스 살인마다. 왜 제목이 미스터 메르세데스인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범인을 마지막에 공개할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나오다니 이거 아쉬운데 했다. 그런데 전혀 아쉽지 않고, 호지스와 브래디의 이야기로 소설은 더 긴박하고 쫀쫀해졌다. 처음에는 브래디가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인터넷 채팅사이트까지 알려주면서 나 잡아봐라 했는데, 노련한 퇴직형사는 그가 원하는 길로 절대 가지 않고 그와 밀당을 시도한다. '너는 진짜 살인마가 아니야. 네가 모르는 증거가 있는데, 그게 뭔지 넌 모르잖아 그러니 너는 범인이 아니야.' 이 도발에 브래디는 걸려들었다.
내가 살인마인데 무슨 소리야 하면서, 그는 자기가 살인마임을 알려주기 위해, 그리고 호지스를 겁주기 위해 사건을 하나 생각해 낸다. 호지스와 친한 친구인 흑인 소년이 키우는 개를 타깃으로 말이다. 하나하나 사건을 달성하기 위해 작업에 돌입한다.
메르세데스 차주 자살을 재조사하기 위해 만난 차주의 동생 제이니, 그녀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와 흑인 소년 그리고 호지스는 형사 아닌 탐정 같은 팀이 된다.
메르세데스 차주가 열쇠를 차에 두고 나왔기 때문에 살인마가 범행을 할 수 있었다고 단정했었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로 다가갈수록 자신의 편견이 얼마나 무서웠고, 그로 인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애꿎은 차주만 괴롭혀 왔음을 알게 된다.
무조건 범인을 잡아야 한다. 퇴직 형사이지만, 본인이 아니면 그를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말이다. 퇴직형사가 자살하기를 바랬던 살인마는 그를 직접 죽이기로 한다. 그리고 취업박람회 같은 엄청난 사건을 또 하려고 한다. 지난번에도 잘 도망 나왔으니,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니깐 말이다. 역사 속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라면, 오늘만 살아도 좋다고 여긴다.
이만 안녕, 병신아. 추신: 주말 잘 보내라, 나는 잘 보낼 테니까. (본문에서) |
마지막으로 호지스에서 메시지를 보낸 브래디는 멋진 피날레를 준비한다. 이때부터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살인마는 벌써 준비를 다 끝내놓고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는데, 호지스 일당은 아직도 그에 대한 존재를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사건은 풀리면서 호지스, 흑인 소년 그리고 제이니에서 바뀐 사촌 홀리로 인해(누가 봐도 참 엉성한 팀이지만, 그들은 어벤져스?) 브래디가 살인마이고 그가 뭘 하려고 했는지 밝히게 된다.
머리 속으로 영상을 만들면서 읽었는데, 끔찍한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취업박람회 사건부터 브래디의 마음의 소리, 어이없는 죽음과 뜻하지 않았던 사건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 아무리 살인마라고 하지만 어쩜 이럴 수 있을까? 이게 다 가능할까 싶었다. 스티븐 킹 소설을 왜 영화로 많이 봤는지도 알 거 같았다. 글을 읽고 있는데, 영상으로 변환되었기 때문이다. 몇 년 후 미스터 메르세데스라는 영화가 나올 거 같다.
잡고 싶었는데 놓쳐버린 형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준 살인마, 정말 당당하다. 가까이에서 형사를 지켜보면서, 얼마나 고소해했을지, 네가 놓친 내가 바로 네 앞에 있는데 모르는구나 하면서 얼마나 통쾌했을까? 바보같이 다른 사람만 괴롭히고, 끝내 자신을 잡지 못한 그에게 도전장을 내민 살인마, 범인의 존재를 초반에 알아도 상관없었다. 컨셉이 너무 새로웠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역시 스티븐 킹이구나 했다.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 읽는 내내 소름이 왔다가, 전율이 왔다가, 으스스 떨리기까지 했다. 호지스와 살인마는 0:1로 시작했다. 편지 한 통으로 인해 0:2, 승부는 계속 살인마에게 유리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곧 호지스의 멋진 왼발 슛으로 인해 1:2, 차주 자살의 진실로 인해 승부는 2:2동점이 된다. 그리고 곧 살인마의 자책골로 3:2 역전, 바로 호지스의 수비실책으로 인해 3:3 다시 동점. 이제 남은 시간은 5분, 승부는 어떻게 될까? 살인마가 이기는 승부는 도덕적으로 안될 테니깐, 4:3으로 끝나겠지. 정말 그랬음 좋겠다.
무서운 장면에서 소리만 줄여도 별로 무섭지 않다고 한다. 눈은 작아도 무서움이 많은 나에게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는 영상보다는 글이 낫다. 왜냐하면 머리 속으로 영상을 상상할 때, 무음으로 만들면 되니깐 말이다. 미국 최고의 추리상인 2015 에드거 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 67세인 스티븐 킹, 곧 칠순 잔치를 해야 할 텐데, 녹슬지 않은 그의 상상력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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