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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맛에 길들어져 있는 요즘,보기만 해도 건강함이 우두둑 떨어진다고 해서 갔다. 말로만 듣던 연잎밥을 먹기 위해 갔다. 로컬푸드로 만들어서 안심하고 믿을 수 있다고 해서 갔다. 요즘 핫하다는 그 곳, 서촌에 있는 연이야기다.

 

서촌 어느 작은 골목에 있는 곳, 연이야기다. 연이야기... 하늘에 나는 연이 아니라, 연꽃, 연잎할때 그 연이다. 절대 욕으로 생각하지 마시길.

 

연잎밥만 유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연이야기는 로컬푸드 샵이라고 한다. 경기도 남양주는 맛김치, 강원도 정선은 감자송편과 참기름, 충남 광천은 바삭김과 멸치, 경남 함양은 연잎밥과 연잎차, 전남 여수는 수제양갱과 갓김치, 전남 완도는 전복장이란다.

즉 이 곳에 가면 각 지역 대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정말이야? 사실이야? 그런데 맞다. 사장님이 리플렛까지 보여주면서 강의(?)를 하셨고, 홈페이지에 당당히 소개되어 나와 있다. 불신의 늪에 빠져 살다보니, 진실을 보는 눈이 사라졌나 보다.

 

왼쪽으로 작은 테이블이 3~4개 정도 있고, 오른쪽으로는 8명이상 단체가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그럼 혼자 오거나 둘이 왔는데, 왼쪽은 자리가 없고, 오른쪽만 자리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와도 오른쪽 넓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단다.

합석은 절대 없고, 찾아 준 고객에 대한 예의란다. 그런데 혼자 넓은 테이블에 앉아서 당당히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차라리 밖에 있는 저 작은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게 훨씬 맘이 편할거 같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색감 배치가 참 좋은거 같다. 연잎밥을 연상할 수 있도록 연한 녹색(연두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아기자기한 장식으로 사진을 안 찍을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연잎차와 연근차다. 사야지 하고 맘 먹었는데, 그냥 나와버렸다. 아무래도 한번 더 오라는 누군가의 계시가 아닌가 싶다.

 

연이야기의 메뉴판이다. 잘 안보인다.

 

다른 메뉴판을 달라고 해서 담았다. 연잎밥은 기본으로 나오고, 반찬 종류와 수가 다른거 같다. 그런데 메뉴가 참 정답다. 자연담은, 정성담은, 마음담은, 명물담은 이란다. 어떤 담은인지 다 먹어보고 싶지만, 가격을 보니 살짝 겁이 난다. 그런데 우리나라 각 지역 대표 먹거리로 만든 밥상이라고 하니, 비싼만큼 제 값을 할거 같다. 믿을 수 있는 식자재로 만든 건강한 밥상이니깐 말이다.

 

오른쪽 단체석에 앉았다. 그런데 사진은 요렇게만 찍었다. 전체 모습을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먹을 생각에 놓쳤나 보다. 또 가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연잎차와 카스테라와 양갱이다.

 

양갱은 위에서 부터 오디 또는 오미자 그리고 유자와 연잎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양 옆으로 카스테라는 오른쪽이 연잎으로 만들었고, 왼쪽은 모르겠다. 양갱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양갱과 맛이 확연히 다르다. 양갱은 달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달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진다. 특히 유자 양갱은 유자껍질이 씹힌다. 카스테라 역시 달지 않다. 그런데 늘 먹던 달달한 카스테라에 익숙해져 그런지 살짝 낯설다. 내 입이 저렴하다고 말은 못하고, 양이 적어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고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했다.  

 

연잎차. 첫 맛은 흙냄새가 살짝 나면서, 맛이 없다. 뭔 맛이 이래, 시골 맛이야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시다 보니, 이거 은근 괜찮다. 구수한 연잎향에 깊은 맛까지 요거 매력있네 이러면서 다 마셔 버렸다. 한번 더 우려 마셔도 좋을텐데, 그냥 두고 왔다. 아까비~~^^;

 

연이야기에서만 마실 수 있는 호랑이 생막걸리. 낮술이지만 맛이 궁금하다는 핑계로 한잔 했다. 여기서만 마실 수 있다고 하니, 희소성 때문이라도 가야하는 이유가 또 늘었다. 양은잔이 아니라 와인잔에 마시니, 왠지 더 고급스러웠다.

 

막걸리 안주라면 부침개, 김치 그리고 홍탁을 생각해야 하는데, 샐러드다. 그런데 막걸리랑 샐러드가 잘 어울린다. 막걸리에 어울리는 새로운 안주를 찾았다.  

 

리코타 치즈인 줄 알았는데, 블루 치즈다. 누가봐도 와인 안주로 생각하겠지만, 이건 막걸리 안주다. 그런데 이질감 없이 완벽하게 어울린다. 한잔 한잔 또 한잔 낮술에 취해간다.

 

드디어 메인이 나왔다. 연잎밥과 국 그리고 3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자연담은 밥상이다. 비주얼만 봤는데도, 건강한 맛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슴슴한 된장국. 

 

숙주나물, 볶음 김치, 호박씨, 아몬드가 들어간 멸치 볶음. 간이 강하지 않아 좋다. 싱겁다는 느낌도 들지만, 꼭꼭 씹다보면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진다. 더불어 건강한 맛이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오는 법. 연잎밥이다. 연잎이 이렇게 생겼구나. 그런데 밥은 어디에 있을까?

 

뒤집어서 보니, 이쑤시개가 있고, 제거를 하고 한후 하나 하나 접혀 있던 연잎을 풀어주면 된다. 

 

몰랐는데, 연잎 크기가 엄청나다. 그 속에 담긴 10가지 잡곡으로 만든 밥이 나왔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그 연잎밥이다.

 

대추, 은행은 알겠는데,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찹쌀이 있어 밥이 찰지다. 암튼 잡곡이 많아서 그런지 꼭꼭 씹어 먹게 된다.

 

한 숟갈 떠서 3가지 반찬을 다 올려서 먹으면 된다. "나는 지금 건강함을 먹고 있는 중입니다." 먹으면서 내내 부모님 모시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 좋지만, 몸에는 안 좋다. 이제는 건강을 생각할 나이가 됐으니, 내 몸을 위해서라도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몸에 좋은 건강한 밥상을 먹어야겠다.

 

맛나게 먹고 있는데, 반찬 하나가 빠졌다고 하면서 김을 갖다 주셨다. 원래 김까지 나와야 한단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렇게 나온 듯, 연잎밥을 다시 원래 모습으로 만들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김에 싸서 반찬과 함께 다시 먹었다. 건강한 밥상이라고 생각하니, 급하게 먹으면 안될거 같아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먹었다. 건강함이 필요할때, 이제는 서촌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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