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왔다! 꽃무릇 보러 성북동 길상사 가자!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성북동에 있는 길상사로 향한다. 그곳에 가면, 가을 전령사 꽃무릇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추석 즈음에 가면 절정을 맛보는데, 올해는 가을이 일찍 왔는지 때를 못 맞췄다. 그래도 괜찮다.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난 이뤘으니깐.

길상사는 사시사철 멋스러움을 보여주는 사찰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가을이 가장 멋스럽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전남 영광 불갑사, 전북 고창 선운사까지 가지 않아도 꽃무릇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전날 아침, 불현듯 생각이 났다. '올해 꽃무릇을 봤던가?'


3~4일 전에만 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길상사로 가는 마을버스가 여유롭다 했더니, 절정을 지나 피날레로 향하는 중이다. 새빨간 카펫을 기대했는데, 올이 겁나 빠진 카펫이 되어 버렸다.




꽃무릇이자 석산은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피어날 때는 잎이 없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날 수 없어서 상사화로 오인하기도 하는데, 개화 시기와 생태적 특징이 엄연히 다르다. 상사화는 7~8 여름철에 피고, 꽃무릇은 9~10월 초가을에 핀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엄연히 다른 꽃이지만 신기하게도 꽃말은 같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꽃과 잎이 평생 만나지 못해서 그런 듯싶다.


법정스님을 모신 진영각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사찰이기 전 요정이었던 곳이다 보니, 경관이 과히 고혹적이다. 나무가 많아서,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핀조명 역할을 한다. 나무가 많아서 단풍도 꽤나 멋진 듯싶으니, 만추에 한번 더 올까나?




길상사에는 꽃무릇이 빨간 카펫처럼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하나는 극락전(대웅전) 주변이요. 또 하나는 법정스님을 모신 진영각 주변이다. 갈수록 듬성듬성 해지지만, 영광이나 고창까지 갈 여유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수 밖에...


















여름 꽃으로 알고 있었는데, 7월부터 9월까지 꽃이 핀단다. 100일 동안 피어 있다고 해,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꽃말은 부귀,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이라고 한다.


길상사는 대웅전이 없고, 대신 극락전이 본당 역할을 하고 있다. 원래는 대웅전을 중심에 두는데, 길상사는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는 극락전을 중심에 둔 가람 배치를 택했다. 왜냐하면, 과정 권력과 술, 유흥으로 얼룩졌던 장소에서 상처받거나 희생된 여인들의 한을 풀어주고, 사람들의 먹거리로 사라져 간 뭇 생명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극락정토의 인도를 뜻하는 극락전을 주전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또, 대원각 시절 주연회장으로 쓰이던 본채 건물을 그대로 보수해 법당으로 개조했다. 일반적으로 절의 전각은 문이 홀수인데 반해 여기는 짝수로 되어 있다. 꽃무릇과 함께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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