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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메모리란,

파일은 400여개, 용량은 12기가, 3대의 뚝딱이 디카와 캐논 dsrl 그리고 아이폰과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까지 10년이 넘도록 찍고 모은 음식 사진들을 정리해서, 나만의 푸드 메모리를 만들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음식이야기이다.

 

 

목동 현경 짜장면

"오늘은 아빠가 쏠테니, 우리 가족 외식하자."

"아싸 신난다. 아빠 최고."

"그럼 우리 공주님 뭐 먹고 싶어요?"

"난 짜장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영원불변의 외식메뉴는 단연컨데 짜장면이다. 솔직히 요즈음 잠시 고민에 빠지긴 하지만, 그래도 외식이란 말이 나오면 자동적으로 짜장면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이제는 거창한 외식메뉴는 아닐지언정 그래도 짜장면은 영원한 외식메뉴 1등이다.

 

 

공주 동해원의 단무지와 김치

단무지와 양파 그리고 춘장만 봐도 두근두근거린다. 아직 짜장면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단무지가 반이나 사라졌다. 양파는 너무 매워서 먹지 못하는데, 양파를 춘장에 찍어먹는 아빠를 본 순간부터 조금씩 따라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따라쟁이 습성이 생겼나 보다. 지금이야 단무지보다 양파를 더 많이 먹는 어른이 됐지만, 그래도 짜장면에는 단무지다. 중국집에 주문할때마다 무조건 "단무지 많이 주세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따라쟁이 2탄은 단무지에 식초를 넣어서 먹는거였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단무지를 만드는 과정이 그리 깨끗하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래서 소독한다는 의미로 식초를 넣었던 거 같은데, 지금도 여전히 식초를 넣고 있다. 이제는 소독차원보다는 식초가 들어가 좀 더 아삭한 식감을 주기 위해서라고 할까나. 그런데 참 웃기는 건, 배달해서 먹는 단무지에는 식초를 넣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먹을때는 식초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집에서 먹을때도 식초는 붓지 않았다. 그저 중국집 테이블에 식초가 있어 넣었던 거 같다. 식초가 있던 없던, 짜장면에는 단무지가 없으면 절대 안된다. 오죽하면 단무지를 안 주고 갔다고, 중국집에 전화해 다시 달라고 했던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목동 현경 짜장면을 비벼보자

짜장면을 언제 처음으로 먹었는지 기억은 없다. 그런데 초등학교 저학년때, 먹었던 그 짜장면은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엄마랑 둘이서 어디 갔다 오는 길에, 외식은 절대 안 된다는 그분이 직접 내 손을 잡고 들어갔다. 이웃 동네에 있던 중국집이었는데, 간판부터 엄청난 포스가 느껴졌다. 강시가 나오는 중국 공포영화에서 본듯한 큼지막한 빨간 글씨로 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느낌상 중국집인거 같은데, 너무나 심한 빨간색에 기가 눌려서 들어가기가 싫었다. 옆에 엄마가 있고, 여기가 엄청 맛있는 집이라고 해서 들어가긴 했는데, 짜장면이고 뭐고 그냥 다시 나오고 싶었다.

 

식당 내부는 그야말로 빨간색으로 도배를 한 듯한 풍경이었다. 빨간 색으로 쓰여진 커다란 한자가 여기저기 더덕더덕 붙어있었고, 빨간 등에 빨간 인형인지 조형물인지 암튼 온통 빨간색 투성이었다. 그냥 가자고 엄마 옷을 잡아 당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벌써 자리에 앉으셨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겨우겨우 의자에 앉았다. 설마 귀신이 나오겠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솰라솰라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진짜 귀신의 집인 줄 알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귀신은 보이지 않고 아주머니 한분이 나타났다.

 

그리고 메뉴판과 함께 뭐 먹겠냐고 물어보는데, 말투가 조금 어색했다. 우리나라 사람인거 같은데, 말을 잘 못하는구나 했다. 엄마가 알아서 짜장면 2그릇을 주문하고 그렇게 짜장면이 나올때 까지 솰라솰라는 계속 들려왔다. 그런데 자꾸 듣다 보니깐, 중국말 같았다. 작은 소리로 '엄마 여기 중국사람 있나봐?'했더니, 중국인이 맞단다. 알고 보니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집 근처 중국집과 너무나 다르다고 했는데, 진짜 중국사람이 운영하는 곳이었구나. 그래서 귀신이 나오는 집처럼 온통 빨간색으로 도배를 했던 것이구나 했다. 이때는 중국인들이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그저 무서운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분위기에 압도당해 맛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날의 추억(?)으로 인해 인천 차이나타운은 가고 싶어도 못가는 곳이 됐다. 가물가물한 그때의 기억이 생생히 날까봐 겁나기도 하고, 그때 맡았던 특유의 그 냄새가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이런 추억이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짜장면은 좋아한다.

 

 

삼각지 명화원의 탕수육

초등학교 졸업식 날, 무억을 먹었을까? 당근, 짜장면이다. 더불어 일년에 한번 정도 먹을까 말까했던 탕수육을 같이 먹었다. 특별한 날이기도 했고, 얼마 전 엄마가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졸업식에 엄마가 참석하지 못했다. 딸내미 기죽을까봐 아빠가 큰 맘 먹고 사주신 것이다. 처음으로 짜장면이 싫었던 날이었다. 그 바삭함과 쫄깃함 그리고 달콤한 소스까지 탕수육이라는 기가막힌 세계를 접했다. 물론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탕수육을 배불리 먹었던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와야 먹을 수 있었기에, 나에게 오는 탕수육은 2~3점 뿐이었다. 그것도 할아버지가 손녀 준다고 몇 점 더 줘서 그렇지, 원래는 국물도 없었다. 엄마 몰래 먹어야겠기에, 탕수육 맛도 모르고 먹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날만은 나만을 위한 탕수육이니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웬수같은 친오빠로 인해 또 싸우면서 먹어야 했다. 그래도 아빠가 곁에 있어 오빠의 독주는 막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아빠는 탕수육을 거의 드시지 않았던 거 같다. 자식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다고 하더니, 진짜 그런가? 난 내 자식이 있어도 나부터 먹을거 같은데 말이다.

 

짜장면은 한달에 한번이라면, 탕수육은 6개월에 한번정도 먹을 수 있었던 진짜 비싼 고급 외식메뉴였다. 짜장면이나 탕수육이나 지금은 흔하디 흔한 음식이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요즈음 찹쌀을 넣어 더 쫄깃해지고, 고기 질도 훨씬 더 좋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졸업식때 먹었던 그 탕수육이 가장 최고였다.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도 안나면서, 이상하게 그 맛이 그리워진다.

 

 

삼각지 명화원의 군만두

만원 이상만 되면 무조건 함께 오는 군만두, 그러나 귀한 녀석이었다. 짜장면을 시킬때, 군만두를 하나 추가해달라고 하면 엄마한테 혼났기 때문이다. "그냥 짜장면이나 먹어." 항상 하셨던 말씀이다. 짜장면과 탕수육에 비해 가격은 저렴했지만, 먹을 수는 없었다. 짜장면도 감지덕지했기에, 더이상 욕심을 내면 안됐기 때문이다. 

 

세트 메뉴가 나오고, 만원 이상 주문시 서비스로 군만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원없이 먹게 됐지만, 먹을때마다 이상했다. 분명 다른 중국집에서 주문했는데, 군만두만은 늘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맛을 냈기 때문이다. 만두는 모든 중국집이 다 비슷하게 만드는 구나 했다. 나중에 직접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말이다.

 

그런 사실을 알아도 서비스로 나오는 군만두부터 먹는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보다 하나라도 더 많이 먹기 위해서는 군만두부터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서히 군만두 맛에 지쳐갈때, 직접 만들어서 나오는 중국집을 찾아 다녔고, 이게 진짜 군만두구나 했다. 찐만두, 물만두는 몇 번 먹으면 질린다. 그런데 이상하게 군만두는 먹어도 먹어도 계속 먹고 싶어진다. 아마도 기름이라는 녀석때문인거 같다. 만두와 기름이 만나서 칼로리는 2~3배가 되지만, 바삭한 식감만은 절대 포기를 못하니깐 말이다.

 

 

동네 중국집 간짜장

나는 일반 짜장면, 아부지는 간짜장이었다. 항상 아부지만은 조금 더 비싼 간짜장을 드셨다. 간짜장은 일반 짜장면과 달리 국물은 별로 없지만, 내용물이 많았다. 특히 짜장면은 고기살보다 비계가 주로 씹혔는데, 간짜장은 고기살만 씹혔다. 더구나 간짜장은 면과 짜장이 따로 나왔다. 500원만 더 내면 간짜장을 먹을 수 있었지만, 나는 그냥 짜장면이었다.

 

대학에 가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내 돈이 생겼다. 그때부터 나의 짜장면은 간짜장이었다. 특히 학교앞 당구장에서 먹던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수업 땡떙이 치고 선배따라 갔던 당구장에서 먹었던 간짜장, 이날부터 당구장 = 간짜장 = 나는 삼위일체가 됐다. 자랑은 아니지만, 한때 당구 80까지 쳤던 적이 있었다. 짜장면 하나 먹자고 따라 갔다가, 어깨너머로 조금씩 배우다 보니 어느덧 남들이 말하는 잠 잘때 천장이 당구대가 되는 경지(?)까지 살짝 갔던 것이다. 물론 당구에 완전히 빠지지는 못했다. 나는 달랐기 때문이다. 난 당구가 목적이 아니라, 짜장면이 목적었으니깐. 지금도 당구장에서 먹는 짜장면이 정말 맛있는지 궁금해진다. 예전에는 동네마다 당구장이 참 많았었는데, 지금은 잘 안보이니 말이다.

 

 

안국동 도일처의 쟁반짜장

짜장면, 간짜장에 이어 또하나의 히트작, 쟁반짜장이다. 짜장면에도 변화가 필요한 법이니깐. 쟁반짜장 하나만 시키면, 두사람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많다. 살짝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면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서 먹으면 된다. 물론 중국집에서 먹기엔 살짝 민망하지만, 집에서 배달해서 먹는다면 가능한 방법이다.

 

짜장면 한그릇은 절대 배달이 안됐다. 기본이 2그릇 이상이었다. 한그릇만 주문하면 욕만 먹었는데,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한그릇도 정성껏 배달해주는 중국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것도 IMF 영향인가? 암튼 한그릇 주문 가능과 함께 쟁반짜장이 나오면서 짜장면에서 간짜장 그리고 쟁반짜장으로 이동했다. 둘이서 하나를 먹을 수 있게 양이 많아진만큼, 가격도 그만큼 비쌌다. 그 가격만큼 다른 짜장면에서서 볼 수 없었던 해물과 버섯 그리고 죽순까지 내용물이 화려했다.

 

쟁반짜장은 간짜장처럼 되직하게 나오기 않기에, 밥을 비벼 먹기 딱 좋았다. 일반 짜장면을 먹다보면 소스와 침이 만나서 한강이 되어 버리기에, 밥을 비벼먹을만한 비주얼은 아니었다. 그러나 쟁반짜장은 밥 비벼먹기 좋게 나와서, 집에서 먹기 딱 좋았다. 항상 비벼 먹는다는 생각에 중국집보다는 집을 선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압구정 웨스턴차이나의 짜사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돈 좀 번다고 짜장면을 괄시하기 시작했다. 짜장면, 양파, 단무지, 춘장만 알았던 내게, 짜사이라는 녀석의 등장은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동네 중국집이 아니라 차이니즈 레스토랑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짜사이, 짜장면과 더불어 단무지까지 괄시하게 됐다. 중국집에 가면 무조건 짜장면을 먹어야 했던 나는, 어느덧 듣도 보지도 못한 다양한 중국요리에 빠지기 시작했다.

 

 

연희동 진보의 짜장면

단무지는 짜사이에 밀릴 수 있지만, 짜장면만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다. 아무리 화려한 중국요리를 먹어도 마지막은 항상 짜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기본 짜장면보다 적은 양이지만, 그래도 안 먹으면 너무 섭하니깐.

 

 

 

동대문 마카오반점의 짜장면

짬뽕만 판매하는 전문점은 많다. 그런데 왜 짜장면만 파는 전문점을 없을까 했는데, 있었다. 전화 한통화만 하면 바로 오는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동네중국집이 있지만, 잘 이용하지 않는다. 피자, 떡볶이, 치킨, 보쌈 등 이제는 전화한통화로 올 수 있는 음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그릇에 700칼로리가 넘는 짜장면을 예전처럼 막 먹을 수도 없고, 라면처럼 간편하게 끓일 수 있는 다양한 짜장라면의 등장으로 굳이 전화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짜장면은 영원한 외식메뉴 1등이다. 요즈음 옛날식 짜장면을 찾아서, 수타 짜장면을 찾아서 먹으러 다닌다. 간짜장, 쟁반짜장, 삼선짜장, 매운짜장 등 다양한 짜장면이 등장했지만,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진한 검은색에 달달한 맛 그리고 계란 반쪽과 오이가 들어간 가장 기본적인 그 맛이 그리워진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양념을 좀 더 추가하자면 양파 많이~ & 단무지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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