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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하동 최참판댁, 캐논 400D

 

매일 꿈을 꾼다. 그러나 깨고 나면 기억이 없다. 돼지를 본거 같기도 하고, 로또 숫자를 본 거 같기도 하고, 가끔 강아지가 나오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잠에서 깨면 꿈은 사라진다. 그런데 바로 어제 꾼 거처럼 정확하게 기억나는 꿈. 악몽(꿈)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으로 가위에 눌린 날.

 

중학교 3학년, 중요한 시험을 코 앞에 둔 어느 날 밤. 내 방으로 불 꺼진 방에서 TV를 보게 되면 나오는 불규칙한 빛이 들어왔다. 그 당시 불투명 유리도 된 방문이라 불이 꺼진 방에 있으면, 거실 형광등 불빛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 날은 거실 형광등 불빛이 아니라, TV에서 나오는 불빛이 춤을 추는 거처럼 이리저리 불규칙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와 동시에 들려온 아빠 목소리, "내일이 시험이라면서, 공부 안하고 또 테레비냐. 그만 보고 공부해." 화들짝 놀라 눈이 떠졌다. 그런데 TV도 아빠도 아무도 없었다. TV를 보다가 잠이 든 것도 아니고, 그냥 내 방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분명 TV 빛을 봤는데, 눈을 떴을 때는 어둠뿐이었다.

 

방문에 비친 TV 불빛을 분명 봤는데, 안 보여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몸을 움직이려고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누가 내 몸을 꽁꽁 묶어뒀는지 움직이지 않는다. 어라~ 왜 이러지. 나에게 무슨 병이 생겼나 싶어, 엄마를 부르려고 하는데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혹시 이게 바로 가위? 순간 엄청 무서워졌다. 그리고 그때 어두운 방 안에 누군가가 내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삐리리를 만난 순간이라 무서웠고, 또 무서웠다. 혹시 다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 사라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 삐리리는 여전히 내 위에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좀 특이했다. 하얀 소복을 입은 머리가 긴 여인이거나,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이거나 해야 하는데, 내 앞에 있는 삐리리는 보였다 안보였다 했다. 즉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상이 빨, 노, 파, 보만 보이는 거처럼 형체가 부분만 보였다.

 

긴 머리카락에 희미하지만 웃고 있는 표정이었는데, 눈은 보이고, 코는 안 보이고, 입은 보이고, 목은 안 보이는 생각보다 그리 무섭지 않았다. 기절할 정도로 무서운 삐리리는 아니었지만, 힘은 엄청 셌다. 순간 이렇게 있다 보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러다 진짜 저 세상으로 가는 구나. 그런데 아직 해야 할 일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들도 많은데 이렇게 죽어야 하나. 이렇게 세상과 이별하는 건 싫은데…

 

몸은 삐리리에게 점령 당했지만, 목소리까지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제발 제발 소리가 나오길 기도하면서 계속 엄마, 엄마, 엄마를 외쳤다. 그런데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내 안에서만 들릴 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삐리리와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엄마, 아빠가 아닌 헉~하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나왔다. 그와 동시에 삐리리가 사라졌고, 내 몸을 찾을 수 있었다. 무거웠던 가슴이 가벼워지면서 손과 발이 풀렸다. 그 순간 바로 일어나 앉았고, 방 안을 이리저리 살펴 봤다. 그런데 없다.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었던 삐리리가 없다.

 

살았구나. 전쟁에서 싸워 이겼구나. 난 죽지 않았구나. 그런데 승리의 기쁨도 잠시, 도저히 방에 있을 수 없었다. 갔다고 다시 누워서 잔다면 또 올 거 같았고, 그때는 진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후다닥 안방으로 갔다.

 

주무시고 계신 엄마 옆에 살며시 들어갔다.

"니 방 나두고 왜 여길 와, 다 큰애가 어서 니 방으로 안 가."

"엄마 오늘 하루만, 나 지금 귀신 봤어."

"그래 무서웠구나. 이리와 안아줄게."(이렇게 다정하게 말할 울 엄마가 아니다. 이걸 원했지만, 그나마 내쫓지 않았다는 거에 만족해야겠지.)

엄마 옆에서 잠을 잘 수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했다. 한번 안아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럴 분이 아니기에 하는 수 없이 엄마 팔에 손을 대고 그렇게 잠을 청했다. 다음날 저녁, 내방에서 혼자 잔다는 게 무서웠지만, 방법이 없었다. 약해빠진 날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그냥 내가 오는게 싫어서 일까? 니 방으로 가라는 엄마 말씀에, 어쩔 수 없이 내 방으로 왔다. 그리고 삐리리가 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모든 신께 기도를 했다. 그런데도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어, 라디오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

 

이때부터다. 음악을 들으면서 잠을 자기 시작했으며, 가끔 가위에 눌리면 잠이 들 때까지 기도를 한다. 첫 삐리리 이후로 가끔 다른 삐리리를 만나지만, 첫 삐리리만큼 기억나는 삐리리는 없다. 아마도 첫경험이라서 더 기억에 남았나 보다.

 

 

본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하동 최참판댁에서 만난 청보리, 캐논 400D

 

외계인과의 조우

 

술도 마시고, 나이트도 다닐 수 있는 대학생이 됐다. 세월이 흐른 만큼 내 방은 달라졌다. 이사를 하고 나서 침대가 생겼고, 침대에 누우면, 정면으로 커다란 창문이 있었다. 불 꺼진 방이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으로 인해 깜깜하지 않았다.

 

밖에서 불빛이 들어온다고 하지만, 완전 밝은 빛은 아니다. 그런데 어느날 순간 엄청난 불빛이 안으로 들어왔다. 도무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었다. 외계인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보다. 눈을 뜨면 왠지 실명할거 같아 그냥 눈을 감고 있었는데, 순간 무언가가 다리부터 배, 가슴 그리고 머리까지 내 안으로 침투를 했다.

 

토를 하듯, 나도 모르게 무언가가 입에서 나왔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그냥 헉~하면서 내용물도 없는 토를 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강한 불빛은 서서히 사라지더니, 다시 예전처럼 어두운 내방이 되었다. 여전히 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아침이 됐다. 그런데 전날 내가 당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도대체 내 몸 속으로 들어온 건 무엇일까? 유체이탈을 했던 내가 들어오는 걸 직접 경험한 건가? 아니면 진짜 외계인이 내 몸 속을 탐구하고자 들어 온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삐리리가 빙의한 것일까?

 

며칠 동안 혼자 끙끙대면서 고민을 했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외계인이라면 나에게 엄청난 능력이 생겨야 하는데 여전히 나였고, 빙의가 되었다면 또 다른 인격이 나와야 하는데 여전히 나였다. 그렇게 그날의 나와 그 전날의 나 그리고 그 다음날의 나는 변함없는 나였다.

 

별일 아니구나. 그냥 헛꿈이구나 했는데, 얼마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밤. 또 내 방 창문이 밝아지더니, 이번에는 머리에서 가슴, 배 그리고 다리로 해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내용물 없는 토를 또 했다. 이날도 난 자고 있었다.

 

들어온 느낌도 빠져나간 느낌도 다 느껴졌고, 엄청나게 밝은 불빛도 느껴졌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일어났는데, 나만 모르는 것인가? 진짜 나도 모르게 외계인에게 당한 것일까? 첫 삐리리는 확실히 어떤 존재인지 목격했는데, 외계인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꿈이겠지. 그냥 나쁜 꿈이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너무나 생생했기에 잊혀지지 않는 꿈이다. 특히 외계인의 침공은 무서움이 없었지만, 또 당하고 싶지 않기에 침대 위치를 바꿨다. 그런데 외계인이라면 그래서 나도 모르는 능력이 있다면 나쁜 사람들을 다 혼낼 수 있는 그런 능력자라면 좋겠다. 그런데 빙의였다면 그럼 사랑과 영혼에 나오는 우피 골드버그가 되는 건가? 그런데 아쉽게도 외계인도 빙의도 아닌거 같다. 여전히 나로 살고 있으니 말이다. 진짜 꿈이길. 외계인, 빙의 뭐 이런 소설 같은 허구 맹랑한 일은 아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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