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로 세상이 누렇게 떴다
자주 가는 커피전문점이 있다. 커피 맛은 모르지만, 오랫동안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고, 놀라운 속도의 무선 인터넷으로 인해 노트북과 함께 혼자 놀기 딱 좋은 그런 곳이 있다. 구글링도 하고 블로그에 글도 올리고 영화도 보고, 혼자 놀기 딱 좋은 곳이다. 그곳에 가면 항상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 지정석 같은 지정석이 되어 버린 곳, 바로 벽면으로 기다란 소파 같은 편한 의자가 있는 곳이다. 의자가 연결되어 있어 단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연결되어 있는 의자 앞에는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 맞은편에는 개인용 의자가 있어, 투명 파티션이 있는 거처럼 확실하게 구분이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의자가 연결되어 있는 곳, 푹신한 그 곳을 선호한다. 특히 양쪽 끝 자리를 선호한다. 그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문제다. 좀 늦게 도착했다 싶으면 어느새 그 곳은 누군가의 차지가 되어 있다. 특히 더운 요즘은 지정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일찍 가야 한다. 나름 일찍 준비해서 갔는데 결국 지정석을 놓쳤다. 밥만 먹지 않았더라면,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벽면 자리가 남아 있었다. 가운데 딱 한자리가 말이다. 누가 앉을 까봐, 주문도 안하고 가방부터 던진다. '여기 찜'이라는 의미로 말이다.
오늘은 5시간 정도 놀아볼까? 그럼 가장 착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는 덜 착한 카라멜마키아또를 주문했다. 본격적으로 혼자 놀이를 하고 있을 때, 옆에 있는 어떤이에게 시선이 갔다. 혼자 온 그는 노트북에 아이패드에 엄청난 문서까지 꽉 찬 테이블이 부족했는지, 연결되어 있는 의자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실하게 표시하고 있었다. 같은 입장임에도 나는 어떤이의 세입자가 된 거마냥, 비좁은 공간에서 혼자 놀이를 해야만 했다.
나보다 일찍 왔으니, 먼저 떠날거라는 생각에 치워달라는 말도 못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어떤이의 이상한 행동이 감지됐다. 앉아있던 그가 갑자기 내쪽으로 한쪽 엉덩이를 살며시 들더니 "빡~"하고 짧지만 강렬한 효과음을 발산했던 것이다.
이건 분명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데, 뭘까? 그러다 앗~ 하고 속으로 외마디 비명을 외쳤다. 더 놀라운 사실은 효과음의 주인공은 아무 일이 아니라는 듯,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하던 일을 계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범인은 아니지만 우선 주변의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곳에 있던 어느 누구도 소리를 듣지 못한 듯, 그저 자기 할 일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나도 모르게 끙끙거렸지만 다행히 커피향 말고 다른 향은 나지 않았다. 순간 '지금 너 뭐하니? 왜 냄새를 맡고 난리야'하면서 코를 실룩거렸던 내 자신을 질책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날 혼낼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어떤이의 효과음이었고, 그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한 그가 잘못된 거였다.
'난 내방에서만 할 뿐이지, 이렇게 공공장소에 나오면 참거나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는데…' 저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아니다. 이건 용기가 아니다. 커피전문점이 자기 집인 줄 알았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다 싶다. 더구나 왜 하필, 방향을 내 쪽으로, 엄청 가까운 거리였는데, 이건 예의가 아니잖아.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어떤이의 행동이 너무 당당해서 이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럼 이렇게 당당한 어떤이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민망해서 못 쳐다 보겠다. 아니 왜 내가 민망하냐고, 그냥 보면 되는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내가 더 민망해졌다. 분명 나 말고 들었던 사람을 있을 텐데, 왜 아무도 못 들은 척을 할까? 암묵적으로 굳이 밝히지 않는 게 좋다는 의미인가? 그런데 왜 하필 내쪽이냐구.
그럼 나도 해볼까? 참으면 병이 된다고 하니, 참지 말고 나도 "빡~"할까? 그런데 짧지만 강렬한 소리가 나오지 않을 거 같다. 더불어고약한 향도 날 거 같아 도저히 할 자신이 없다. 이것도 재주라고 해야 하나? 암튼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될 일을 나는 또 이렇게 겪고 말았다. 앞으로는 어떤이보다 더 일찍 가던가? 아니면 절대 가운데 자리에 앉지 말아야겠다. 모르고 한번은 당했지만, 두번은 당하고 싶지 않아~
결국 어떤이의 행동 후 한동안 밖에 있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이동했다. 도저히 같은 라인에 앉고 싶지 않았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하겠지만, 그래도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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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좀 황당하셨겠습니다
그나마 향기가 없어 다행이었습니다
'
향기까지 잇었다면 하루 일과 망차셨을듯..ㅋ
반대 경우도 있죠,,
소리는 없고 향기만 있는..
마치 도서관에서 자리 맡아놓냥 그런 행동을 카페에서 한단 얘기네요 ㄷㄷ;;;
요즘 들어서 무개념한 사람 많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헉...ㅡ.ㅡ;;
저도 예전에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거든요
정작 본인은 전혀 아무일 없는 평화로운 모습이라...
환청인가??? 하며...
내가 더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ㅎ
정말 이상한 사람이 많아요.
개념이 없는 듯.......
저는 그래서 커피 전문점인 카폐에가면 기본 짧으면 30분 길게는 한시간정도 있다나와요
커피 마시고 입이 텁텁하면 레몬 레이드 시켜서 마시다가 나와요 ㅠㅠ
어떡하죠. 자꾸 상상이 돼서 웃음이 나와요.
옆자리남, 일에 넘 열중했나봅니당~!
무의식적인 행동이라 생각하고 싶네요. ㅎ 의도적이었다면...
용서하지 마세욧~! ㅋㅋ
대단한 사람이네요. ㅎㅎㅎ
냄새가 없고 소리가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소리가 없고 냄새가 있는게 더 완전범죄 일거 같은데 말이죠.
다음번에는 똑같은일이 또 생기면 양파님이 소리 빡! 냄새 빡빡!!으로 응수하시고 다른 가게로 거처를 옮기세요. ㅎ
공공장소에서 어느정도 예의는 있어야하는데 말이죠 ;;
저의 방구는 부스터가 찢어지는 굉음을 내며 냄새는 IAEA 국제 원자력 기구의 핵 사찰을 거부할 정도의 냄새입니다...
장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변기에 앉아서 항문의 개구부를 여는 순간 부패한 암모니아의 악취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입니다 ㅠ
그래서 외출을 할때 자신감이 없습니다;;;
장운동이 활발해서 10분마다 한번씩 악성 방구가 나오는데 밀폐되지 않은 길거리나 공원에서 기습 분사해도 소리가 클뿐더러 주변사람들이 냄새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주부들은 남편이하는 행동 중에..자기가 신던 양말을 빨래통에 던지기 전에 냄새를 맡는 행동을 이해못하겠다던데...
무의식적 행동이며 굳이 탓할만큼 징그런? 버릇은 아니랍니다..그저 무의식입니다~ ^^
재미있는글이네요
블로그 이름이 압권이네요
''''까칠 양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