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아서원 – 맑고 개운한 짬뽕국물이 끝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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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킬러가 먹지도 못하고 구경만 한 감귤박물관을 뒤로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한 간 곳!! '아서원' 지인의 추천으로 맛집리스트에 포함한 곳으로 '제주까지 와서 짬뽕을 먹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살짝 들지만, 믿을만한 지인이기에 갔다. 2일 묵었던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곧 묵게 될 게스트하우스까지 가는 길이기도 했고, 쇠소깍에서 그리 멀지도 않았기에, 거리상으로도 나름 적당한 동선이라 생각했다. 쇠소깍에서 카누를 탔다면, 바로 아서원으로 직행하겠지만, 파도가 심해 눈도장만 찍고 나온 상태라 감귤하우스까지 들렸다 나오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딱 되었다.
중국집 간판은 서울이나 제주나 별반 차이가 없구나. 유명한 음식점은 아니라고 했는데, 식당 앞에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주변에 주차장이 있을까 싶어 동네를 몇 번 돌았지만, 주차할 공간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우리 앞의 차가 식당 근처 대로변에 주차하기에 우리도 걍~ '설마 제주에서도 딱지를 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먹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앞 차를 따라 대로변에 주차를 해버렸다. (역시 식욕은 무섭구나야~ ^^)
식당 앞에 주차할 곳이 없던 이유가 있었다.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이거 기다려야 하는건가 싶었지만, 다행히 구석에 한 테이블이 남아 있어 그 곳으로 이동했다. 내부는 몇 개의 테이블이 있고, 안으로는 여러 개의 방을 하나로 합친거처럼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들로 되어 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내부 사진을 담기가 민망했다는 점~ ^^)
메뉴판도 안보고 바로 "짬뽕 2개요" 그리고 대부분의 테이블에서 군만두를 먹고 있기에, "군만두 추가요". 간단하게 주문을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차에 나온 기본 반찬들, 단무지와 깍두기, 양파 그리고 간장. 서울과 별반 차이가 없구나. 혹시나 제주이니깐 특별한 무언가가 나올까 기대했지만, 중국집인데 내가 넘 큰 기대를 한 거겠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짬뽕이 오셨다. 우선 내 눈을 사로 잡은건 서울과 많이 다른 국물이다. 서울은 새빨간 짬뽕국물이 눈길을 잡아버리는데, 여기는 뭐랄까 살짝 허탈해지는 기분이랄까. '국물이 왜 저러지'가 보자마자 했던 내 첫 말이었다. 짬뽕이라면 당연히 새빨간 국물이어야 한다는건, 선입견일텐데 (누가 법으로 정한 것도 아닌데^^) 몇 십년을 그렇게만 먹다가 저렇게 나오니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나온 말이었다. 그래서 바로 국물부터 마셔봤다. 역시 내가 참 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구나 했다. 짬뽕은 무조건 새빨간 국물에 코가 찡하도록 매운 맛이어야 한다는 선입견을 확 내다 버렸다. 맑고 개운한 국물 맛이 입 안을 사로 잡아버렸다. 국물 한 숟갈만 먹고 나머지 음식 사진을 찍어야 했기에, 그 짧은 시간이 정말 고문 같았다.
내용물을 자세히 보기 위해 살짝 헤집어 봤다. 오징어와 새우, 홍합살이 눈에 보이고 그 외 호박 등 채소와 함께 통통한 면발이 나에게 인사를 하는 구나!! '그만 찍고 날 먹어주세요'라면서 말이다. ㅎㅎ 어떤 곳은 전복에 문어 그리고 큼지막한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짬뽕을 준다고 하던데, 처음에 여기도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조금은 소박한 내용물에 살짝 당황했다. (내가 넘 큰 기대를 한거야 그지~ 바닷가 근처 중국집이라면 무조건 해산물이 그득그득 있어야 한다는 건 또 선입견이겠지.^^)
가까이에서 한번 더 담아봤다. 소박해 보일 수는 있지만, 나름 내실은 있어 보였다. 암~ 누가 추천한 곳인데, 기대를 저버리면 안되지. 고럼~~ 이제 본격적으로 먹어 볼까나! 내가 사진을 넘 열심히 찍었나? 나와 함께 한 여행 동기는 벌써 면을 다 먹어버리고, 국물만 남긴 후 군만두에 손길을 뻗길 시작하더군. 안돼~~
아직 군만두는 한 개도 먹지 못했는데, 빈 곳이 보일 만큼 군만두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사진은 미리 찍어 논 거라 그나마 처음 모습 그대로이지만, 내가 짬뽕 사진을 다 찍고 먹으려고 하니, 군만두의 존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다시 짬뽕을 잠시 옆에 두고 군만두 공략부터 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 짬뽕까지 먹지는 않을거 같아서, 함께 먹어야 하는 공동 음식부터 공략을 해야 하는구나. 예전에 친구들끼리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왜 본인들의 햄버거는 뜯지도 않고, 감자튀김부터 먹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잠시 잊고 있었다.
군만두 공략을 끝내고 다시 짬뽕 흡입에 들어갔다. 제주 여행 중 가장 더웠던 날이었는데, 뜨거운 짬뽕으로 땀을 쏙 빼니 보양식 먹은거 마냥 왠지 모르게 든든해졌다. (배가 불러서 든든해진걸~ 나름 또 보양식이라고 표현하는 나!! 웃겨^^)
제주를 간다면 특별히 화려하고 대단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소박하지만 서울과는 다른 맛을 갖고 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는거 같다. 맑고 개운한 국물 맛이 해장에는 탁월할 듯. 서울식 짬뽕은 먹을 때는 해장이 되는거 같지만, 다 먹은 후 왠지 모를 텁텁함이 있다면, 아서원이 피니쉬까지 완전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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