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정말로 너무나 짧은 가을 나들이를 했다. 솔직히 나들이 보다는 시간 때우기라고 하는게 더 나을듯. 연극 완벽한 비밀을 보려고 간 대학로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빨리 도착하는 바람에, 어차피 가는 길이니깐 살짝 보고 갈까 해서 갔던 그 곳, 마로니에 공원이다. 얼마전 공사로 인해 통제를 하더니, 지금은 그냥 막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공사 전과 후 뭐가 달라졌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딱히 새로워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네.(사진은 소니 nex-3n으로 촬영했습니다.)
주말 3시 무렵, 야외 공연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공원 입구 근처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2명이 아이돌 음악에 춤을 추는 모습을 살며시 보고 안으로 들어왔다. 마로니에 공원은 아직 가을이 무르익지 않은거 같지만, 바람과 햇빛은 완연한 가을이다. 연인과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신나는 음악 소리가 들린다.
마로니에 공원 중앙 무대에 열정적인 플라멩코(안달루시아 지방 집시들의 춤과 음악이라고 함. 더 자세한 정보)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미리 온 사람들 때문에 더이상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신난 음악에 나도 모르게 어깨춤(? 늙었구나. 이런 표현을 쓰다니...ㅡㅡ;)이 절로. 시작부터 못 봤지만, 끝까지 보고 싶은 나머지 인증샷만 남기고 눈으로 그녀들을 보고 있는데, 주책없이 울리는 아이폰. '저 벌써 도착했는데, 어디세요?' 이런, 원래 목적을 망각했구나. 더 보고 싶은 맘이 가득하지만, 더 좋을 연극을 보기위해 발길을 돌렸다.
까망소극장을 찾으면서 마로니에 공원을 나오는데, 보이는 저 문구.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 솔직히 문구보다 "ㅇ"이 더 눈에 화확 들어오는 건 나만 그럴까?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예술은 삶에 도움이 된다는 거겠지. 우리의 삶이 예술이 되기도 하고, 예술이 삶이 되기도 하겠지. 암튼, 인간의 모습을 닮고 있는 예술이니, 삶이랑 통할거 같다.(뭔말이래??)
빨리 가야 하지만, 너무 짧은 가을 나들이가 아쉬어, 뒤를 한번 돌아봤다. 그리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햇빛. '아하~ 나도 빛 사진을 찍어 볼까나?'
'아무나 찍는게 아니구나. 아니면 장비 탓을 해야 하는건가?'
그래도 파란 가을하늘은 참 멋지구나. 4계절 중 가장 짧다는 가을, 그런 가을을 너무나 짧게 봤구나. 아무래도 지난 봄부터 계획하고 있던 창덕궁 후원 나들이를 다녀와야겠다. 멀리 간 형편이 못 되니, 가깝지만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그 곳으로 말이다. 봄에 갔을때, 왠지 가을이 되면 다시 오고 싶던 곳이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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