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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이 디카 시절, 야경은 흔들림이었다. 캐논 DSLR 시절, 야경은 삼각대의 존재였다. 어떤 카메라가 있어도 야경은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다. 삼각대가 없으면 절대 담을 수 없었던 야경, 부실한 손각대로 인해 늘 떨사로 만족해야 했던 야경이, 드디어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nex-3n를 통해 또렷한 야경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카메라를 구입한지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떨사 없는 야경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생각해보니 어두운 극장, 공연장에서 야경모드로 촬영을 하면서도, 밤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지 않았던 거 같다. 한때 다시 DSLR 세계로 가고 싶어 했었던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진다. 이렇게나 좋은 성능의 카메라를 왜 진작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을까?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한 애디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밤에는 절대 사진을 찍지 않았던 나의 습관을 이제는 버려야 할 거 같다. 소니 nex-3n야~ 미~~안~~~하~~~~다(상체는 살짝 수그리고 왼팔은 번쩍 치켜올리고 샤우팅으로 말해야 함, 소니 nex-3n으로 촬영)

 

 

계동에서 광화문까지 천천히 걸으면 15~20분 정도 소요된다. 별로 춥지 않았던 날이므로, 나의 선택은 광화문까지 걸어가서 공원 산책하기였다. 삼각대가 없으므로 사진 찍을 생각은 전혀하지 않고, 만약 정말 찍고 싶은 모습이 나오면 아이폰으로나마 담아보자였다. 목에 걸고 있던 나의 애디를 가방에 넣을까 하다가, 아마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조금 있었던 거 같다. 그냥 목에 걸고 그렇게 광화문으로 향했다. 서서히 광화문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도 모르게 셔터에 손이 갔다. 그렇게 찰칵, 그리고 곧바로 확인했다. 작은 모니터이기에 떨사가 잘 보이지 않을거 같아, 확대까지 하면서 건널목 앞에서 신호등이 바뀐지도 모르고 그렇게 확인을 했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일이, 너무나 선명하게 떨사의 흔적도 없이 광화문의 야경이 너무나 잘 담아져 있는 것이었다.

 

 

소니 미러리스 nex-3n을 구입할때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야경을 이렇게까지 잘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첫 장은 A모드, iso3200으로 담았다. 그리고 2번째 사진부터는 야경모드로 변경하고, 다시 담아 봤다. 어쩜 이래~ 어쩜 이리도 잘 나오는지,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다고 해도 삼각대가 없으면 야경촬영은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다. 내가 너무 몰랐구나 라는 죄책감과 함께, 더 많은 야경을 담고 싶어 종종거리면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광화문 공원으로 들어오자 마자, 광화문을 정면에 두고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그저 눈으로만 봤던 광화문 야경이 이제는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니, 그것도 이렇게나 선명하게 말이다. 사이즈만 줄이고 별다른 후보정을 하지 않고도 이런 야경이 나오다니, 어두운 공원에서 혼자 팔짝거리면서 좋아라했다. 나의 이런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서울에 첨으로 여행 온 촌년이라고 생각했을거 같다. 그래 맞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난 서울촌년이다. 누군가 더 심한 욕을 해도 다 용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완전 행복했으니깐 말이다.

 

 

설마 이것도 될까?하는 심정으로 줌을 사용했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미러리스의 새로운 모습을 구입한지 2년만에 발견하고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지만, 심장이 쿵할만큼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때 강하게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뉴스가 하나 있었다. 2월부터 경복궁과 창경궁 야간개장이 바로 그것이다. 기사를 보고 가려고 했다가 삼각대도 없이 갔다가 속만 상하고 올거 같아 그냥 접었었다. 2월 4일부터 옥션티켓을 통해 인터넷 예매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깊어가는 겨울밤을 경복궁과 창경궁에서 보내야겠다. 그동안은 장비가 없어 포기했는데, 이제는 운을 믿어보자. 초기에 매진될 거라 예상하지만, 나에게 운이 있다면 티켓님이 강림해주겠지.

 

 

광화문을 배경으로 야경 테스트를 마치고, 본격적인 광화문 공원을 산책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광화문에 있었구나. 이렇게 멀리서 보니 야경이 멋진 건물로 보이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야근하는 미생들이겠지. 저 반짝이는 불빛은 달이었음 했는데, 가로등이다.

 

 

저 멀리 세종대왕의 뒷모습이 보이고, 양쪽으로 화려하지만 슬픈 야경들이 도심을 빛내주고 있다. 옥의 티는 바로 저눔의 조선일보. 모자이크 처리를 할걸 그랬나.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여기 있구나. 파란 조명이 다른 건물에 비해 도드라져서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과거를 묻고, 현재를 풀다"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그런데 굳이 과거를 묻을 필요가 있을까? 현재와 과거가 별반 다르지 않기에 말이다.

 

 

광화문 공원 안에는 가로등, 전등이 없는거 같다. 그래서 화려하지만 슬픈 야경들이 더욱 돋보이는거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보니, 어느새 세종대왕의 모습이 눈 앞에 다가왔다.

 

 

아경은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한다. 그래서 그냥 기둥만 봤다. 각 기둥별로 뭔가 적혀있는거 같았는데, 딱 여기서 더 이상 가까이 가지 않고 직진했다. 야경은 디테일이 약하구나.

 

 

멀리서 바라본 세종문화회관의 모습.

 

 

 

 

안녕하십니까? 당신이 있어서,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네요. 무한 감사드립니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해시계, 측우기 등의 조형물도 있다. 야경임으로 디테일은 생략.

 

 

멋진 그분의 모습을 보고, 뒤를 돌아서 다시 직진했다. 이제는 장군님을 보러 갈 시간이다.

 

 

정면에서 바라본 세종문화회관. 고깃집이 절대 아니다.

 

 

눈사람처럼 보이는 조형물이 있다.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오니,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싶은 또하나의 그눔이 나타났다. 좌우로 야경을 헤치고 있구나. 관심을 두지 않기로 하고, 서둘러 장군님에게 다가갔다. 너무 자주 봤지만, 밤에 보는 장군님의 모습은 다를거 같아서 말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정면에서 볼 수가 없다. 바리케이트가 있어 이렇게 측면에서 바라봐야 했다. 역시 너무 높이 계셔서 그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낮이나 밤이나 자세히 못 보는건 똑같구나.

 

그런데 장군님, 당신에게 12척이 남아 있다고 하셨으면서 왜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나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크리스마스 트리!!

 

 

잊지 않을게. 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른이지만, 그래도 너희들을 잊지 않을게.

 

 

자꾸만 쌓여가는 숫자를 볼때마다 그만큼 눈물이 더 날거 같다.

 

 

진실이 밝혀지는 그 날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는 1인이 되고자 또 한번 다짐해 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니 nex-3n의 놀라운 기능을 찾았다. 앞으로 까칠양파의 서울나들이는 해가 지면 영업종료가 아니라 무제한 야간개장이다. 늦은 오후에 떠나는 서울여행으로 컨셉을 바꿔야겠다. 해지는 서울의 모습과 화려하지만 슬픈 야경의 모습을 함께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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