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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이름땜에 늘 궁금했던 곳인데,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죽보다는 밥이 먼저였고, 단팥죽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다. 단팥죽은 단맛이 과해 멀리했는데, 여기는 다채로운 고명이 더해져 고급진 맛이다. 둘째라 아니라 일등이라고 해도 좋을 삼청동에 있는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이다.

 

오랜만에 삼청동 나들이다. 경복궁 옆 골목으로 들어와 삼청동까지 걸으면서 골목 구경을 해야 하는데, 광화문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왔다. 천천히 둘러보고 싶지만,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고 바로 이동을 해야 하므로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미술관만 보고 갈 수는 없다.

 

삼청동 하면 떠오르는 삼청동 수제비, 먹고 싶지만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다. 비가 올듯 말듯 흐린 날씨에는 수제비가 딱이지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찾아 길을 건넜다.

 

적어도 10번 이상은 삼청동에 온 듯한데,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전부터 가고 싶던 곳인데, 배고픔을 채우기에는 단팥죽보다는 밥이 먼저라 늘 식당을 찾아 어슬렁거렸다. 이번에는 밥이 아니라 가볍게 먹고 싶었기에 지금이로구나 싶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도 서울미래유산이라니 몰랐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다.

SINCE 1976.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은 전통찻집이다. 한의사에게 직접 습득한 처방으로 만든 쌍화탕이 유명하고, 지금까지 같은 장소에서 개업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며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20세기에 온 듯한 착각!
한약재인 듯 / 안쪽에 있는 또다른 공간

개업 당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더니, 와우~ 이건 레트로가 아니라 그냥 찐이다. 벽지부터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은은하게 풍기는 한약 냄새까지 문을 열기 전에는 21세기였는데 지금은 20세기다. 주궁장창 건물외관만 보다가 내부는 처음인데, 이런 곳인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더 빨리 왔을거다. 

 

왜 둘째라고 했을까? 궁금한데 못 물어봤다!

전통찻집답게 차림표는 단순하다. 한번에 전메뉴 도장깨기가 가능하지만, 다시 오고 싶으니 하나만 주문을 한다. 문래동에 있는 상진다방은 계란 노른자 동동 쌍화탕인데, 여기는 노른자가 들어가지 않는단다. 들어가는 약재를 보아하니, 감기기운이 있을때 먹으면 좋겠다 싶다.

그래서 이집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단팥죽(7,000원)을 주문했다. 팥을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비계처럼 못 먹는 음식은 아니니깐.

 

맹물 아니고 보리차 아니고 둥글레차다. 티백은 아닐테고, 진짜 둥글레를 넣고 끓인 차가 아닐까 싶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마시기 좋게 따끈하니 좋다. 참, 사진은 주인장에게 허락을 받고 촬영을 했다. 

 

저 안에 단팥죽 있다!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단팥죽 등장이오~

자고로 단팥죽이라고 하면 팥알갱이와 밥알이 동동 있어야 하는데, 이건 지금까지 봤던 단팥죽과 완전 다르다. 우선 밤, 은행, 계피가루 등 고명이 많고, 죽은 미음이라고 할 정도로 건더기 하나 없이 곱다. 이렇게 고급진 단팥죽은 처음이다.

 

생율 아니고 찐밤!

단팥죽이 이렇게나 고급스런 음식인 줄 몰랐다. 단팥죽이니 달달함은 있지만 과하지 않다. 뭐하나 걸리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자주는 아니지만 그동안 먹었던 단팥죽과는 확실히 다르다.

 

심심할까봐 팥 알갱이를 고명으로~

저작운동없이 죽만 먹으면 심심할까봐, 고명을 여러개 넣어줬나 보다. 팥과 밤은 서로 다른 단맛을 주고, 달달하지 않은 은행은 맛의 변곡점을 준다. 여기에 은은하게 퍼지는 시나몬 향은 아니 좋을 수 없다.

 

우리식 치즈는 우유가 아니 쌀로 만들었다?

팥빙수에 찹쌀떡이 들어가듯, 단팥죽에도 커다란 찹쌀떡 하나가 들어있다. 어찌나 잘 늘어나는지 치즈가 아닐까 아주 잠깐 의심했다. 진짜로 치즈를 넣어서 먹으면 어떨까? 포장도 가능하다던데, 떡대신 치즈를 넣은 단팥죽에 도전하고 싶다.

 

익숙한 찹쌀떡과 달리, 찐밤은 낯설지만 맛의 조화는 무지 좋다. 한그릇 다 먹고나니 든든함은 있지만, 그렇다고 포만감은 일절 없다. 

날이 더 선선해지면, 안국동에서 소격동을 지나 삼청동까지 동네 한바퀴를 해야겠다. 안국동에서 김밥와 콩비지를, 소격동에서 크루아상을, 삼청동에서 단팥죽까지 코스가 기가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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