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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하고 예스럽고 한적해서 참 좋았는데, 없어도 너무 없다. 여행을 하면서 사람이 그리웠던 적은 또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사람 많은 곳보다는 없는 곳을 선호하지만, 없어도 너무 없으니 적적했다. 전북 익산에 있는 함라마을, 시간 여행을 한 듯 참 좋았으나, 그립고 외롭고 무서웠던 여행이었다. 



익산 함라마을 옛담장,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제격인 곳이다. 익산역에서 함라마을까지 약 한시간 20분 정도 걸리지만,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 쉽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도 아니고 두번째 방문이니, 더 쉽게 찾아 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익산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함라마을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다. 서울 버스처럼 배차 간격이 분단위가 아니다. 더이상 멍하니 기다릴 수만은 없어, 환승을 하기로 하고 근처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중간에 내린 곳은 익산역보다 더 한적한 곳이다. 여기서 또 한없이 버스를 기다려야 할 거 같아, 왠만해서는 안하는 택시 찬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번 익산 여행은 교도소세트장 - 함라마을 - 숭림사 그리고 일몰이 멋지다는 웅포곰개나루까지였다. 42번 버스만 타면, 모든 곳을 다 갈 수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여행지가 아니라 버스였다. 배차시간까치 체크를 했는데,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42번 버스가 오지 않았다. 별 도리가 없다. 여행지는 함라마을만 다녀오기로 하고, 나머지는 익산역 주변을 서성이면서 먹부림하기로 맘을 바꿨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조바심이 사라졌다. 교도소세트장은 택시 안에서 스치듯 보는 걸로 만족하고, 함라마을에 도착했다. 



【함라마을의 옛 담장은 주택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도 담장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흙다짐에 돌을 박은 형식인 토석담이 주로를 이루고 있으며, 그 밖에도 토담, 돌담, 전돌을 사용한 담 등 다양한 형태의 담이 섞여 있고, 담장 일부는 거푸집을 담장의 양편에 대고 황토흙과 집을 혼합해 촉조되었다. 마을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세대를 이어가며 만들고 덧붙인 우리 민족의 미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화 유산이다.】


함라마을은 옛담장과 함께 삼부잣집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함라라는 명칭은 이 곳의 주산인 함라산에서 취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함라산 옆으로 부를 가져온다는 길상의 의미로 알려진 소가 누워있는 형세에서 따온 와우산이 마을 전체를 싸고 있고, 앞으로는 넓은 들이 펼쳐져 있어 일찍이 부농촌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이유로 함라마을을 만석꾼 부잣집이 셋이 있어 삼부잣집 마을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 삼부자는 조해영, 이배원, 김안균이다. 



우선 예스러움이 가득한 토담길부터, 와~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니 놀라웠다. 서울 북촌마을에 가도 한옥을 볼 수 있지만, 옛느낌보다는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여기는 진짜다. 용인민속촌처럼 세트장이 아니고, 진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전선과 전봇대가 없다면, 조선후기 어느 시골마을의 풍경이라고 해도 믿을 거 같다.



느낌이 묘했다. 우선 신기했고, 살짝 어색했으며,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됐다. 진짜 시간여행을 하는 거처럼, 난 어느 시대에 온 것일까?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누군가의 장난인지, 한시간이 넘게 오로지 나혼자였다. 나중에는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 예스러움도 좋지만, 이날따라 사람이 너무 그리웠다.



첫번째로 만난 부잣집은 조해영가옥이다. 부잣집 내부를 보기 위해서는 한발 한발 걸어가야 하는데, 갈 수가 없다. 목청 좋은 덕구 한마리가 어찌나 사납게 짖어대는지, 완전 무리다. 목줄을 풀어놓았는지 민첩하게 움직이는 소리까지, 집구경 한번 했다가 큰일 치를거 같아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옛담장길이니, 그냥 이렇게 담장만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부잣집이라고 하더니, 규모가 참 어머어마하다. 멀리서도 딱 보이고, 다른 담장에 비해 고급져 보이기까지 했다.



그나마 덕구가 있어, 덜 적적했다고 해야 하나? 덕구를 피하니, 진짜 고요함만 남았다. 겁도 많고 잘 놀라는 타입인데, 스치는 바람 소리에 깜놀, 휙 지나가는 새 소리에 깜놀, 그렇게 여러번 앗~ 깜짝이야를 반복했다. 이거 옛담장길 여행인데, 느낌적인 느낌은 공포체험같다.




숙박, 음식점, 찻집이 있는 함라한옥체험관이다. 여기서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 싶어 서둘러 달려갔는데, 아무도 없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현재 준비중이란다. 이거 진짜 공포체험이 맞는 거 같다.



체험관에서 위로 쭉 올라가면, 우물이 있는 함라향교가 나온다. 향교에 우물이라, 이건 100% 공포체험이다.



으시시하지만, 여기서 포기 할 수는 없다. 다른 부잣집을 향해 서둘러 이동을 했다. 사진만 보면, 고즈넉하고 예스럽고 정겨움에 따뜻한 온기까지 느껴지는데, 실상은 흑흑 무서웠다.



낮은 담장 넘어 누가 있지 않을까 쳐다봤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다. 사람이 사는 마을이 맞나싶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는 여기저기 보이는데, 단체로 여행이라도 갔나?



사람은 만나지 못했지만, 남의 집 담장은 원없이 보고 왔다.



두번째로 만난 부잣집은 김안균가옥이다. 개 짖는 소리가 없으니, 집구경을 할 수 있구나 했다. 그런데 대문에 떡하니 붙어있는 출입금지 안내문, 사유재산으로 훼손 및 도난방지를 위해 출입을 금지한단다. 이해를 못하는건 아닌데, 그래도 살짝 허탈했다. 부잣집 담장만 보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닌데...




내부는 못보고, 작은 문틈으로 정려각만 봤다. 



마지막 부잣집인 이배원가옥이다. 설마 여기도, 그렇다. 사랑채는 원불교 교당으로 쓰이고 있지만, 안채는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직접 볼 수 없으니 아쉽다.



까치발을 하고 사랑채 내부를 살짝. 



오죽했으면, 이랬을까 싶다. 도깨비는 너무 외로워서 가끔 뒤로 걸었다고 하던데, 나는 너무 외로운 나머지 셀피를... 김안균 가옥 옆에서 무서움을 떨치고자, 이렇게 혼자 놀았다.


혼자 있고 싶다면, 고독을 즐기고 싶다면,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덩그러니 보내고 싶다면, 익산 함라마을이 짱입니다욧. 삼부잣집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아쉽지만, 느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그나저나 익산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어, 큰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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