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 연지 얼큰한 동태국 - 곤이가 없어 허전해!! (feat. 광장시장 이천원김밥)

10년이 훨씬 지났는데, 아직도 있을까? 워낙에 유명했던 곳이니 아직도 있겠지? 괜한 헛걸음이 아니길 바라면서 갔다. 오호~ 있다 있어. 종로5가 보령약국 뒷편 골목에 있던 동태탕집, 10년전 기억을 되짚어 찾아갔는데 아직도 있다니, 이거 엄청 반갑다. 스산한 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뜨끈한 동태국을 먹을 수 있는 연지 얼큰한 동태국. 그리고 마약김밥과 더불어 유명김밥이 되어버린 광장시장 이천원김밥도 함께...

그저 동태탕집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연지 얼큰한 동태국이 가게 이름이었구나. 종료4가에서 5가까지 걸어간 후, 국민은행 옆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니 기억 속 그 곳이 나왔다. 맞다. 엄청 작은 골목에 있던 식당이었는데, 역시 안 변했구나. 

지금은 사라진 먹방, 리얼코리아. 소박하지만, 정겨운 식당들 위주로 방송을 해서 즐겨봤는데, 요즘은 먹방이 너무 많아서 질린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풋풋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보다. 그냥 닥치고 뜨끈한 동태국 한그릇이나 먹으러 들어가자.

입구에 주방이 있고, 안으로 더 들어와야 테이블이 나온다.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이 없어 보인다. 나는 10년 전부터 알던 곳이지만, 10년 만에 왔으니 여기 분들에게는 그냥 뜨내기 손님으로 보였을 거 같다. 더구나 한참 늦은 점심인지라 낮술을 즐기는 중년의 두 커플(각각 따로)을 제외하고는 혼자 온 손님이었으니깐. 

자리에 앉고, 메뉴판을 본다. 10년 전에는 동태국과 곤이추가 동태국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동태국, 곤이내장국, 곤이알탕이다. 내장이 없는 동태국보다는 내장이 들어있는 곤이내장국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면 판매하지 않는단다. 점심시간의 기준이 몇시부터 몇시까지인지 모르지만, 결론은 안된단다. 그럼 과하지만 동태찌개 소 + 곤이(20,000원)를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이건 더 아닌거 같아서 동태국(6,000원)을 주문했다.

잠시 후, 10년 만에 녀석과 상봉을 했다. 반갑다 반가워~라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때의 동태국과 지금의 동태국이 많이 다르다. 뭣이 달라졌을까? 고건 잠시후에...

그때도 오징어젓에 김치가 나왔었는데, 지금도 동일하게 나왔다. 어묵볶음은 그때는 없고, 지금은 있다. 기본찬은 그리 큰 차이점이 없는데, 동태국에서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2016년 동태국.

2003년 동태국.

물론 2003년은 곤이추가 동태국으로 2016년 그냥 동태국과는 달라야 하는게 맞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2016년 동태국이 너무 허전해 보인다. 2003년 동태국은 커다란 무도 여러개 들어있는데, 2016년 동태국은 무조차도 너무 얄팍하다. 그리고 곤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이리도 컸었나 싶다. 국물조차 확연히 다르니, 이래서 곤이내장국을 먹었어야 하나보다. 

곤이가 없어 국물이 너무나 맑은 동태국. 그나마 동태살은 참 실하다. 우선 국물맛부터, 곤이가 없어 찐하고 걸쭉한 맛은 느껴지지 않지만, 예전에 먹었던 그 맛과 비슷한 거 같기는 하다. 그때는 너무 과한 곤이로 인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는데, 지금은 칼칼하고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이라 부드러운 목넘김에 머리아픔이 없어 좋다. 양 옆 테이블에서 낮술과 함께 동태국을 드시는 분들을 보고 있자니, 진짜 부러웠다. 동태살은 퍽퍽하지 않고, 보들보들 부드럽다. 입운동을 할 필요도 없이, 입에 넣으면 쏙 넘어간다. 하하~ 진짜 녹색이 한잔이 생각나는 딱 그맛이다.

깔끔한 국물맛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어서 밥을 말지 않았다. 먼저 밥을 숟가락에 올리고, 국물을 살짝 적시는 방법으로 해서 한그릇 뚝딱했다. 곤이가 없어 두통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때와 지금 같은 점을 발견했다. 어떻게 끓이는지 방법은 모르지만, 여기서 동태국을 먹으면 딱풀을 입술에 바른 거처럼, 입술이 끈끈해지면 달라 붙었는데 그때에 비해 농도는 얕아졌지만 여전히 동일한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이 절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동안 아무리 동태국을 먹어도 느끼지 못했는데, 여기서 다시 느껴지니 신기해서 그렇다.

단독으로 포스팅하기에는 빈약해서, 같은 종로5가라서 묶었다.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나왔던 광장시장 이천원 김밥. 광장시장 서2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나오는데, 마침 그쪽에 갈일이 있어 가봤다. 연지동태국과 같은 날이 아님을 밝히면서... 역시 방송의 효과는 대단하다. 이 집만 사람이 엄청 많다.  

김밥과 잡채가 같이 나온는 이 곳, 방송에 나오기 전에는 한 곳에서 김밥과 잡채를 같이 준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주인장은 김밥만 주고, 잡채는 뒤에 보이는 스티로폼 박스가 있는 곳으로 가서 받아와야 한다. 인기가 많아진만큼 분업이 됐나 보다. 이천원 김밥 전, 광장시장 마약김밥이 실세였을때, 원조집은 물론 어딜가나 마약김밥을 다 팔았다. 지금은 마약김밥에 이어 이천원김밥까지 다 파는 거 같다. 인기가 있으니 따라할 수 있겠지만, 뭐랄까 국수집에서도 마약김밥에 이천원김밥을 파는건 좀 아닌 거 같다. 

참, 여기 김밥은 이천원 김밥? 누드 김밥? 잡채나오는 김밥? 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다. 그냥 이천원김밥으로...

김밥 한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 20여초. 진짜 후다닥 만들어 준다. 김밥 위에 참치를 올리고, 저 뒤쪽에 가서 잡채 받아오세요 라고 주인장이 말한다. 그럼 접시를 들고 뒤쪽으로 가서 잡채와 청양고추 팍팍 들어간 간장을 받아서 먹을만한 곳을 찾아 이동하면 된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지만, 협소하니 그냥 서서 먹는게 편하다. 

맛은 딱 이천원 김밥 그 정도이다. 방송으로 인해, 궁금해서 찾아온 분들이 많은거 같다. 나도 여기에 포함. 결론은, 힘들게 마약김밥 원조집에 가서 먹을때 그 느낌과 동일했다. 마약김밥이 삼천원정도 했었나? 암튼, 김밥가격 그 정도의 맛이다. 마약김밥도 이천원김밥도...

포만감은 절대 없다. 이천원답게, 허기만 채웠을뿐, 든든함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한그릇 더하면 좀 괜찮아질 거 같지만, 여기가 어디인가? 광장시장이니, 굳이 같은걸 두번 먹고 싶지는 않다. 다른 먹거리를 찾아 이동하자.

그러나 결론은 흔하디 흔한 빈대떡도 못 먹고, 보리비비밥도 못 먹고, 칼만두도 못 먹고, 이거 먹을까 저거 먹을까 고민고민만 하다가 아까운 시간을 다 써버렸다. 광장시장에 갔을때, 고민만 하다가는 못 먹을 수 있으니 이거 먹고싶어라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 오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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