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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느낌의 구름, 혹시 엄마인가??

12월 3일에서 6월 3일까지 누군가는 가장 길었던 6개월이라고 한다. 동감하지만, 나에게는 더 길었던 한 달이 있다. 2025년 7월 5일, 그날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길었던 7월을 보냈다. 하루하루가 더디게 갔는데, 분명 여전히 7월이고, 계속 7월이 지속됐는데, 2025년 7월이 됐다. 벌써 일 년이다. 엄마가 내 곁을 떠난 지 일 년이 됐다. 

제사는 돌아가기 전날, 살아있는 마지막 날로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2025년 7월 4일, 오늘은 엄마의 1주기다. 8월이 오지 않을 것 같았던 7월이 지나고, 나의 시계는 남들처럼 똑같이 흘러갔다. 엄마의 빈자리를 늘 느끼면, 훌쩍훌쩍 아무 데서나 눈물을 흘리던 아이는 어느새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득문득 눈물을 흘렸다. 비가 와서, 하늘이 예뻐서, 거울을 보다가,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엄마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늘 뻥 뚫려있다. 엄마를 따라 절에 갔는데, 이제는 엄마를 보러 납골당으로 간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신보다 확실한 엄마가 하늘나라에 있다. 고로, 나에게 신은 우리 엄마다.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내 곁에 있던 누군가가 다시는 볼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면 남은 아이는 어른이 된다. 책과 영화에서 간접 경험을 많이 했지만, 죽음은 세상의 모든 책과 영화를 읽고 보더라도 간접은 간접일 뿐이다. 

특히, 급작스런 죽음을 직접 겪었다면, 그 여파는 오래오래 아니 본인이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일 줄만 알았던 작년 7월 5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하루였다.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에 이런 문구가 있다.
"노아가 죽은 지 11년이 흘렸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파도에 깎여 둥글어지는 유리 조각처럼 날카롭던 가장자리가 무뎌지고 부드러워졌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무뎌지고 부드러워질 뿐 절대 낫지 않는다. 1년은 아직 유리조각처럼 날카롭다. 


과거로 갈 수 있는 능력은 생겼지만,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그래도 괜찮다. 과거로만 갈 수 있다면, 2024년 7월 4일로 가고 싶다. 우선, 내 손으로 미역국을 끓여서 이른 생신상을 차려드릴 거다. 저녁에는 귀찮다고 할 테지만, 박박 우겨서 같이 자자고 할 거다. 엄마가 처음으로 내 꿈에 나타나 백허그를 해줬듯, 마지막 밤 엄마를 따스하게 안아줄 거다.

그리고 귓속말로 살아생전에 한 번도 하지 못했던 그 말, 중환자실에서 했던 그 말을 할 거다. "사랑해 엄마"

엄마하고 부르면, "응" 혹은 "왜"라고 해야 하건만, 이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해 주는 이가 없다. 엄마가 늘 불러주던, 짱구라는 애칭을 이제는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엄마만 불러줬으니깐. "보고 싶습니다. 권기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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