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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에서 살고 싶어라~" 우리들의 낙원 (in 문화역서울284)

낙원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이 없어 편안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곳이다. 현실에서 그런 곳이 있을까? 여행을 가면, 여기가 낙원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여행은 짧고 인생은 길다.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구 서울역(문화역서울284)에서 우리들의 낙원을 만나다.

 

문화역서울284는 서울시 중구 통일로 1에 있어요~

낙원은 문자 그대로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장소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현실에서는 완성될 수 없는 이상향이라는 역설을 품고 있다. 우리들의 낙원은 이 추상적 개념을 단순한 이상이나 회귀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고, 지금-여기로 끌어와 인간 존재의 양가성, 심리적 갈망, 역사, 사회, 감정, 기술, 정체성이 교차하는 복합적 장소로 제안한다라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이번 전시는 예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풍성한 개념, 많은 성찰과 영감을 제공하는 다층적 의미를 지닌 우리들의 이상향이라는 개념을 주제로 한국 현대 미술의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이미지(회화와 사진)와 형상(조각과 설치 작업) 그리고 소리 (사운드 아트)등을 통해 다채롭게 선보인다.

 

황세진(스튜디오 레논)의 금강내산: 허와 실의 조화는 조선 후기 화가 정선의 명작, 금강내산도를 바탕으로 한 미디어 아트다.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담긴 철학과 풍경을 최첨단 CGI 기술로 재해석하며, 지금-여기의 감각과 동양 고전 사유가 장엄하게 충돌하고 조화된다라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으로 보는 순간 압도당했다.)

 

최수앙의 플라스틱 아일랜드

최수앙 작가는 3년에 걸쳐 서울 곳곳을 오가며 사라져 가는 건물들의 모습을 수집하고 기록하고 재구성했다. 플라스틱 아일랜드는 그 시간의 무게를 담은 기억의 구조물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유독 많은 이사를 경험했고, 그 속에서 서울은 언제나 거대한 섬, 늘 다른 얼굴을 가진 채 떠다니는 도시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마치 별 같아~

이원호 작가의 '집이란 무엇인가-떠다니는 부동산의 역설'은 노숙인들의 종이 박스 집 36채를 실제 돈을 주고 구매해 전시장에 설치한 작업이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집의 의미와 그 안에 담긴 소유, 가치, 존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던진다. 

 

이창훈 작가는 파라다이스의 사전적 의미인 걱정이나 근심이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을 점자와 전구라는 시각적 언어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작가는 모두에게 공평하고 평등하게 열려 있어야 할 낙원이라는 개념이 실제로는 얼마나 배타적이고 닫혀 있는지를 날카롭게 되묻고 있다.

 

구성연 작가는 설탕과 사탕이라는 일상의 재료를 직접 손으로 빚어 오브제를 만들고 그 찰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남는 건 결국 사진 한 장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진에는 사라진 것의 기억, 소중했던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작업은 감각적인 아름다움 너머에 순간의 깊이와 삶의 본질에 대한 조용한 질문을 담고 있다고 안내문에 나와있다.

 

저기에 시계가 있다는 거, 모르는 이가 은근 많아요~

황인기 작가는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동양의 자연관과 기술 시대의 미학을 연결하는 독창적인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작업 디지털 산수화 시리즈는 고전 회화와 현대 디지털 미디어, 회화적 정신성과 오브제의 물질성이 만나는 복합적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 (합판에 플라스틱 레고라니~ 대단해!)

 

김지민 작가의 골드 피쉬는 일상 속 소비재, 특히 의류 라벨이라는 사소한 오브제를 통해 동시대 인간이 삶과 정체성을 묻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금붕어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기억의 휘발성, 장식물로써의 생명 그리고 물속의 자유 아닌 갇힘의 아이러니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창원 작가의 반영의 입구

이창남 작가의 면도기와 세탁기
에어컨 실외기와 아파트 단지
선반 58
큰 창분과 빛 / 그림 파레트 위의 화분
새 아파트 건물들

이창남 작가는 한국 도시의 산업화와 개발의 흔적을 담담한 시선으로 기록해 왔다. 재개발지역, 낡은 주거지, 임시 건물 등 우리가 흔히 지나치기 쉬운 도시의 이면을 주제로, 사진처럼 정교하면서도 건조하게 그려진 그의 화면은 사회 구조의 변화와 개인의 삶이 충돌하는 지점을 조용히 드러낸다. 

 

레인보우 센터
리버사이드 호텔

정재호 작가는 도사의 낡은 건출들의 정면(파사드)을 세밀하게 기록하며, 그 속에 스며든 삶의 흔적과 시간의 층위를 드러낸다. 레인보우 센터와 리버사이드 호텔은 서울에서 한때 번화했지만, 지금은 잊힌 장소들을 소재로 한 역작이다. 도시 공간의 흥망과 인간 기억의 소명르 함께 담고 있다. 

 

우리들의 낙원은 21인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회회, 설치, 미디어 작업이다. 각자의 동시대적 시선과 개별성을 유지하면서도, 유대와 연대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사회적 현실 속에서 발휘되는 새로운 상상력을 통해 공동체 내부의 감정 지형을 직조해 냈다는데, 어려운 작품들이 많았다. 

타이틀은 우리들의 낙원인데, 낙원은 없다를 강조하고 싶었나?! 지극히 개인적인 한 줄 소감이다. 우리들의 낙원은 문화역서울284에서 7월 27일까지 하며, 누구나 자유롭게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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