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는 스님들의 옷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법의" 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 (in 서울공예박물관)
가사는 기원전 500년경 석가모니가 수행의 길에 들어서며 선명하지 않은 색의 누더기를 걸친 데서 비롯됐다. 이 땅에는 약 1,700년 전 불교의 전래와 함께 가사가 전해졌으며, 단순한 수행복을 넘어 불가의 법통을 상징하고 대중을 구제하는 성스러운 의식복으로 정착했다. 가사에 수놓은 자수, 서울공예박물관 특별전 '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이다.


가사에는 발원한 이의 간절한 염원, 제작한 장인의 깊은 정성 그리고 착용한 스님의 해탈을 향한 중생 구제의 의지가 오롯이 담겨 있다. 한 땀 한 땀 오색의 실로 수놓은 자수에서는 번뇌를 떨치고 부처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염원을 담아 실로 새겨 부처에 이르다 시작합니다~



자수가사에는 부처와 보살, 경전, 부처 제자로 구성된 삼보의 도상이 빼곡히 수놓아져 있다. 중국의 자수가사는 주로 부처의 형상을 반복 배열한 데 비해, 보물 자수가사는 부처와 보살은 물론, 경전과 부처 제자의 이르기까지 삼보 도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점이 특징이다.



서산대사는 선과 교에 모두 정통해 일본에까지 이름이 알려졌던 고승이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의 요청으로 초대 승군대장을 맡아 전국의 승려들을 독려하며 전쟁을 이끌었다.
금란가사는 원래 4장 1단 구성의 23조 가사였을 것으로 추청 되지만, 왼쪽 일부가 소실되어 현재는 21조만 남아 있다. 겉감은 금색 비단, 안감은 자주색 비단을 사용해 만들었다.



대각국사 의천은 고려 문종의 넷째 아들이자 천태종의 시조로 추앙받는 고승이다. 선종과 교종 간의 갈등이 심화되던 시기, 교단 통합에 힘쓰며 고려 불교의 파벌 갈등과 폐단을 바로잡고, 흔들리던 민심을 안정시키고자 헌신했다.
삼보명 자수가사는 4장 1단의 25조 대가사이다. 앞면은 주황빛, 뒷면은 분홍빛을 띠고 있어 마치 겹가사처럼 보이지만, 붉은색과 노란색의 두 색실로 직조한 홀가시이다. 일월광첩은 해를 상징하고 삼족오와 달을 상징하는 토끼를 배치하는 등 조선 후기 가사의 형식이 잘 드러난다.

희랑대사는 신라 말기부터 고려 초기에 이르기까지 활약한 고승이다. 화엄학에 조예가 깊었으며, 해인사 희랑대에 머물며 수행에 전념했다. 고려 태조 왕건의 스승으로 알려진 그는 고려의 후삼국 통일 과정에서 정신적 지주로서 큰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첩상가사는 조선 중기까지 널리 사용된 대표적인 가사 양식으로, 문헌에는 자주 언급되지만 현존 유물이 드물어 그 구체적인 형태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다.


쌍용문 직은 가사는 2장 1단의 9조 홀가사로, 분홍색 비단에는 둥근용 무늬가 불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일월광첩은 해와 달, 구름, 산스크리어 '움'자, 연꽃, 파도 무늬 등을 수놓고 징금수 기법으로 테두리를 둘러 가사를 부착했다.



경운대사는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활동한 고승이다. 1880년에는 명성황후의 발원에 따라 금자법화경을 서사했으며, 조선 왕실과의 깊은 교류 속에서 수행과 예술의 길을 걸은 인물로 평가된다.

조선은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아 불교를 억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왕비와 후궁, 상궁 등 왕실 여성들이 후원자로 나서 다양한 불사를 주도 했다. 이들이 발원한 자수품에는 자수가사를 비롯해 수불, 번, 방석, 다라니주머니 등이 있다. 불교 자수는 시주자의 이름, 제작 연도, 발원의 내용 등 명문이 함께 전해지는 경우가 많아 자수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료가 된다.



복장낭은 불화나 불번의 윗부분에 매다는 주머니이다. 뒷면에 먹으로 쓴 글씨가 적혀 있어, 1919년 변씨 상궁과 두 여인이 공동으로 발원했음을 알 수 있다. 연꽃에서 길게 올라온 연밥의 좌우에는 산스크리트어 '옴'과 '람'을 작게 수놓았는데, 금실을 꼬아 고정한 징금수 기법이 사용됐다.





한암 스님이 여름에 두르던 100조 담홍색 모시 가사이다. 바탕천을 모시를 사용했고, 25조를 훨씬 넘는 100조를 이어 만들었으며, 둥근 일원광첩이 정중앙으로부터 약간 오른쪽으로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가사와 확연히 다르다.
부처의 몸과도 같은 가사는 수천 년을 이어온 수행자의 옷으로, 불법의 계승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진다. 석가모니는 "가사를 시주하고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큰 공덕이며, 그 가사를 직접 바느질하는 공덕은 수미산을 덮고도 남는다."라고 설했다. 가사에 수를 놓았다는 것도, 스님의 가사를 이렇게 유심히 본 것도 처음, 서울공예박물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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