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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버섯

가을하면, 생각나는 2가지 먹거리가 있습니다. 향 내음 아주 진동하는 송이버섯과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죠. 가을이 되니, 풍부한 먹거리땜에 다이어트는 힘들어도 기분은 좋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철음식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아무리 제철이라도 못 먹는 녀석이 있죠. 바로 송이버섯입니다. 특히 자연산 송이버섯은 너무~ 아주 많이~~ 정말루 비싸서 매년 가을이 올때마다 찾아서 먹긴 참 어려운거 같아요. 이렇게나 비싸고 귀한 송이버섯을 한때 폭풍흡입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호강에 겨워 요강에 뭐한다고, 송이버섯을 새송이버섯처럼 먹었던 그날의 회상해봅니다.

 

바야흐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찐다는 어느 가을날, 지인으로부터의 전화한통을 받았습니다. "송이 먹으러 와라~" 보면 볼수록 먹음직스러운 녀석들이 잘 손질된 상태로 저에게 인사를 하고 있네요. '어서~ 먹어주세요'라고 말이죠.

 

 

송이버섯

역시 송이는 고기와 함께 먹어야 제맛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고기보다는 송이의 비중이 엄청 많아 보이죠. 네. 맞습니다. 메인이 송이였던지라, 고기는 그저 가니쉬였죠. 이 맛을 함께 즐겼던 모든 분들이 고기보다는 송이에 무차별 공격을 하더군요. 물론 저도, 다 씹기도 전에 계속 입으로 골인을 해줬습니다. 살짝 구워 먹는 송이의 맛은 그야말로 익사이팅하며 환상적이더군요. 이래서 울 아부지가 가을만 되면 송이, 송이 노래를 하시는구나 했습니다. 이렇게 구워서 먹어도 좋지만...

 

 

송이버섯

즉석 송이주를 만들어서 먹어도 물론 좋습니다. 이게 소주인지, 물인지 전혀 모를 정도로 송이맛 나는 알콜로 변해버렸습니다. 이 날 이후로 한동안 소주를 멀리했던 기억이 나네요. 소주가 넘 맛이 없었거든요. 레몬소주, 양파소주, 오이소주, 수박소주 등등 여러 칵테일 소주들이 있지만, 이 중에서 최고는 누가 뭐라고 해도 송이소주라고 하고 싶네요. 집에 아부지가 아껴둔 송이주가 있는데, 오늘밤 슬쩍 하다가 걸리면 저 세상으로 가겠죠. 그런데 이 귀한 송이를 가지고 엄청난 짓을 해버렸습니다. 그것은 바로...

 

 

송이버섯

컵라면에 넣었답니다. 그것도 무지 많이요. 지인 중 한 분이 술김에 컵라면에 넣어 먹으면 무지 맛있어라는 말에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뚜껑이 넓은 컵라면으로 송이 버섯 하나를 다 넣고, 스프는 1/2만 넣고(향을 느껴야 되니깐요) 물을 부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2분이 지난 후에...

 

 

송이버섯

두번은 못 먹을 송이버섯 라면이 되었습니다. 국물이 조미료 맛도 안나면서, 어쩜 이리도 개운하고 깔끔할 수 있는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비싸면서 맛난 라면을 먹은 날이었습니다. 또 먹어보고는 싶지만, 그건 송이님에 대한 모독이겠죠. 이 좋은 송이를 이렇게 먹으면 안되는 거니깐요. 그때는 정말 송이만으로도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었고, 그날 이후로 저런 호강은 아직까지 못하고 있네요.

 

어제 새벽, 한식대첩 시즌1에서 강원도 팀이 자연산 송이버섯으로 비빔밥을 하는 장면을 보니, 불현듯 이 날의 추억이 생각나더군요. 그 새벽에 백업파일을 뒤져가면서 저 사진들을 끝내 찾아 냈습니다. 새벽 4시에 말이죠. 한참동안 사진을 멍하니 본 후에, 나두 먹은 적 있다고 자랑질을 했네요. 듣는 이도 없는 제 방에서 말이죠. 바보같은 행동이 끝난 후, 급 밀려오는 허기에 치아시드 한 숟갈을 입에 털어 넣어줬습니다.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노래말과 달리 내일 아침 고등어 구이는 못 먹겠지만, 아부지에게 '송이주 까시죠'라고 말해볼까요. 맞아 죽을 각오를 해야겠지만요. 아니면 송이따러 강원도 양양으로 훌쩍 떠나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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