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우동이요이요
맘에 드는 우동집을 찾았으니 자주 가야 한다. 어느 광고카피처럼 국물이 끝내주는 우동도 있지만, 면발이 끝내주는 우동도 있다. 국물없는 우동만 벌써 두번째, 그만큼 면발이 맘에 든다는 증거다. 용강동에 있는 우동이요이요다.
요즘 서울 하늘을 보면, 집이나 사무실이 아니라 어딘가로 따나고 싶게 만든다. 왜이리도 날씨가 좋은지, 푸른하늘은 기본 봄바람에 봄볕까지 없던 역마살이 생길 정도다. 하지만 멀리 갈 수 없기에, 대신 입이라도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포에 있는 우동전문점 우동이요이요를 찾았다.
지난번에 붓가케우동을 먹었으니, 이번에는 니꾸우동인가? 그렇게 전메뉴 도장깨기에 도전해볼까나. 굳이 다짐하지 않아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런치시간과 브레이크타임 그리고 휴무일을 확인하세요! 생각보다 점심시간(12시~3시)이 길어서 좋다. 굳이 12시 피크타임때 가지 않아도 되니, 1시가 지나 한산해질때쯤에 간다.
이번에는 시간조절을 못해, 12시 즈음에 왔는데 다행히 구석에 한자리가 비어있다. 사진은 다 먹을때에 찍은거라서 막 들어왔을때와는 사뭇 다르다. 두번째 방문이지만, 단골이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가 보다. 직원분이 알아볼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눈치가 없기에 처음 온 듯 조용히 혼밥을 할 생각이다.
지난번에 왔을때는 차가운 우동 페이지에서 붓가케우동을 주문했으니, 이번에는 따뜻한 우동을 먹을 차례다. 딱히 순서를 정한 건 아니지만, 왔다갔다 하면서 먹어도 괜찮다 싶다. 봄바람이 살짝 쌀쌀해서 국물이 있는 바지락우동이 끌리지만, 붓가케우동을 먹을때부터 먹고 싶던 우동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명란버터우동(12,000원)이다. 명란과 버터라... 이 조합은 과연 어떤 하모니를 선사할까?
그 어떤 피클보다도 아삭함으로는 충분히 탑을 찍을 수 있는 상춧대나물과 너무나도 익숙하고 친숙한 깍두기가 밑반찬으로 나왔다. 그리고 양조나 국간장 아니고 직접 만든 간장도 조금 나왔다.
메뉴판 뒷장에 명란버터우동을 먹는 방법이 나와 있다. 나오는 즉식 빨리 비벼야 한다. 왜냐하면 면이 식으면 버터가 눅지 않기 때문이다. 첫줄을 읽지마자, 음식이 나오면 바로 초초초 스피드로 사진을 찍어야겠구나 했다. 명란버터우동이 나오자 마자, 냄새나 비주얼을 제대로 볼 생각도 못하고 사진부터 찍는다.
옆으로 돌려서 우동면이 잘 보이도록 한번 더 찍고는 바로 비비기 시작했다. 빠른 스피드로 인해 식지 않았고, 우동은 잘 비벼졌다. 비빈 우동으로 넘어가기 전에 생김새를 다시 봐야겠다. 명란버터우동이니 명란과 버터는 당연히 들어있고, 여기에 계란 노른자도 있다. 눈처럼 생긴 하얀 가루는 치즈고, 다진 파와 가다랑어포 그리고 통후추도 들어있다. 명란과 버터만 들어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내용물이 다양하다.
식을까봐 겁나서 막 비비고 나니, 비주얼은 아까와 많이 다르다. 버터 2조각과 치즈 그리고 생노른자는 우동면발 사이사이로 숨어 들었다. 먹기 전에 든 생각, '이거 엄청 느끼할 것 같다. 깍두기를 미리 더 달라고 할까나? 테이블에 고춧가루가 있던데, 넣어서 다시 비빌까?' 잠깐이었지만 엄청 쫄았다.
가다랑어포로 인해 느끼한 냄새를 맡을 수 없으니 더 불안불안하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데 어쩌나 했는데. 예상과 달리 전혀 느끼하지 않고 고소고소할 뿐이다. 버터와 치즈가 앞서고 있지만, 후발주자로 짭조름한 명란에 통후추가 맹추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른자 역시 느끼보다는 고소를 담당하고 있어 괜히 쫄았다 싶다. 굳이 깍두기를 더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동만 먹어도 충분하다.
명란버터 우동 먹는 방법 두번째는 처음에는 그냥 먹고, 소스는 조금씩 넣어서 먹어보라고 나와 있다. 소스(간장)를 넣어서 비빌까 하다가, 이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서 면을 숟가락에 올리고 간장을 조금 추가했다. 조금 넣었는데 아무래도 양조절을 실패했나보다. 짜다. 테이블에 고춧가루통이 있기에 한번 해봤는데, 느끼하지 않은데 괜한 짓을 했다.
굳이 무언가를 더하지 않아도 명란버터우동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참, 면발은 뜨거운면이라 그런지 차가운 붓가케우동을 먹을때에 비해서 탱탱함과 탄력은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다. 하지만 다른 재료들과 조화가 좋으니, 명란버터우동은 면발보다는 조화로움이 우선이다.
국물이 없었는데 국물이 생겼다. 살짝 부족한 듯 싶어 면 추가를 할까 하다가, 지난번에 너무 과하게 먹어서 힘들었기에 면추가 대신 남은 소스를 퍼먹었다. 계산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 면추가가 부담스러우면 주문때 면을 좀 더 달라고 요청을 하면 된단다. 이런 방법이 있다니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렇게 했을텐데, 하긴 두번째 방문이니 모르는게 당연하다. 고로 세번째 방문에는 주문을 할때 미리 면을 좀 더 달라고 해야겠다. 붓가케우동에 이어 명란버터우동까지 옳은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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