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 나주곰탕 하얀집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멀리 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육고기로 만든 탕 음식을 잘 못 먹으니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주여행을 왔는데, 아니 먹을 수 없다. 두근두근 첫경험, 결과는 맑은 국물과 우설에 반했다. 전라남도 나주에 있는 하얀집이다.
서울과 달리 남도는 비가 많이 내렸다. 연일 비소식 가운데, 구름만 잔뜩이라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바로 티켓팅을 했다. 혹시나 비가 올까봐 연신 날씨앱을 확인했는데 다행이다. 정말 구름만 잔뜩이다. 걸어 다닐 수 있는 코스로 일정을 짰고, 첫번째는 나주=곰탕이다. 나주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나주곰탕을 먹으러 간다. 나주역에서 하얀집까지는 걸어가기에는 좀 먼 듯 싶어, 이때만 버스를 이용했다.
나주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려 길을 건너니, 딱 봐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을법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구 나주경찰서로,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우리 국민을 억압하고 민족 운동가들에게 잔인한 고문을 행했던 곳이라고 한다. 나주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금성교를 지나 흐드러지게 핀 배롱나무꽃을 지나 하얀집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중이다. 강한 햇살도 없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고, 습도가 높은 건 살짝 아쉽지만 여름치고는 꽤 선선한 날이다.
금성관 근처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로 가까운지 몰랐다. 곰탕 한그릇 때리고(?), 자연스럽게 다음 코스인 금성관으로 넘어가면 되겠다. 100년 전통이라는 하얀집, 그만큼 자부심도 있을테고, 맛도 다른 곳과의 비교를 거부할 정도로 끝내줄거라 믿고 싶다. 그래야만 먹을 수 있을테니깐. 이른 시간이라 한산한 분위기, 사진 촬영은 당연히 양해를 구한 후에 찍었다. 엄청난 포장용기를 보아하니, 먹고 포장을 하는 분들이 많나보다. 곰탕을 즐겨먹었다면, 당연히 포장을 했을텐데 이번이 난생처음이다. (참고로, 순댓국 못 먹는 1인.)
녹색이 3,000원은 참 매력적이지만, 12시도 안된 시간이라 수육곰탕(12,000원)만 주문했다. 곰탕과 수육곰탕의 차이가 뭔지 물어보니, 탕에 들어가는고기가 다르다고 한다.
수육곰탕 등장이오. 여기서 잠깐, 카드 영수중을 확인해보니 9,000원으로 결제가 됐다. 분명 수육곰탕을 주문했고, 직원분이 수육곰탕 나왔어요 하면서 갖다줬는데, 아무래도 계산할때 일반 곰탕으로 착각을 했나보다. 영수증을 바로 확인했어야 했는데, 지금 했다. 이걸 어쩌나?
된장은 마늘과 엄청 매운 청양고추용인 듯, 기름장과 초고추장은 곰탕에 들어있는 고기용인 거 같다.
누가 남도 아니랄까봐, 배추김치에 깍두기까지 진한 남도의 맛이 느껴진다. 배추김치는 묵은지같은데 무르지 않고 아삭함이 살아있지만, 개인적으로 깍두기가 더 좋았다. 그리고 고기보다는 비계가 훨씬 많은 저 수육은 사진만 찍고는 먹지 못하니 바로 빼달라고 했다.
평양냉면 육수를 뜨겁게 데우면 나주곰탕 육수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 들 정도로 국물이 겁나 맑다. 설렁탕과는 확연히 다르다. 뜨거운 평양냉면이라 생각을 하니, 웬지 완탕을 할 거 같다.
우설이 맛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먹어 본 적은 없다. 이럴땐 필요한 건, 용기다. 조심스럽게 먹었는데, 살코기도 아니고, 비계도 아니고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우설이 왜 고급식재료인지 알겠다. 우설을 수육이 아니라 구이로 먹으면 무슨 맛일까?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노력은 했으나, 물컹거리는 비계 앞에 처참히 무너졌다. 역시 나에게 비계는 넘을 수 없는 산인가 보다. 좋은 부위일텐데, 나주까지 와서도 먹지 못하니 스스로가 참 한심스럽다. 그래도 우설을 먹었으니, 반은 성공한 셈이다.
맑은 국물이라 그냥 먹어도 좋은데, 그냥 후추를 더하고 싶었다. 육향이 강해서 그런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후추향을 겁.나. 좋아한다.
우설은 배추김치와 함께. 김치만 먹었을때는 양념이 진했는데, 곰탕과 같이 먹으니 김치의 시원함이 느껴진다. 나주는 우리날 최초로 장이 선 고장이며, 영산포로 통해 호남의 각종 집산물들이 나주 장터로 몰려들었고, 주변에 넓은 곡창지대가 있는 벼농사의 중심지다보니 곰탕의 재료인 소가 흔했단다. 그래서 순댓국이나 해장국보다 곰탕을 팔았다.
맑은 국물이 좋다고 하면서, 깍두기 국물은 왜 들이부을까? 매운탕은 내장에 껍질까지 다 먹으면서, 곰탕, 설렁탕, 순댓국은 역시 힘들다. 그래도 국물이 좋아 거의 다 먹긴 했다. 비계가 많은 부위는 못 먹고 따로 빼놓은 건 안 비밀.
하얀집, 남평할매집, 노안집이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까운 고기를 남겨야 하니 다 가볼 생각은 없다. 곰탕을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고기를 줄 수 있으니 그때는 갈 거 같지만, 혼자서는 아니 갈 거 같다. 완벽한 완탕은 아니지만, 나주곰탕을 먹긴 먹었다. 든든하게 먹었으니, 금성관으로 추울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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