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연안식당
겨울에는 꼬막비빔밥을, 봄에는 꽃게살 비빔밥을 여름에는 해산물 물회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신메뉴가 나오고, 해산물 덕후는 이를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더운 여름 얼음 동동 시원하고 새콤한 물회가 유혹을 하는데, 굳이 싸울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럴땐 지는 게 이기는 거다. 고로 용강동에 있는 연안식당으로 향했다.
어찌하다보니, 철마다 가고 있다. 꼬막에서 꽃게살 그리고 물회까지 계절에 적합한 메뉴를 잘 선택하는 거 같다. 이제 남은 건 가을인데, 낙지? 아니면 고등어? 뭐가 됐든 가을이 오면 또 다시 갈테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으니, 늘 언제나 늦은 오후에 간다. 그래야 사진도 편하게 찍을 수 있고, 메뉴가 메뉴인지라 혼밥에 혼술까지 맘 편히 할 수 있다.
메뉴가 많지만, 너만 보인다 말이야~ 여름 신메뉴는 총 3가지다. 우선 물회와 꼬막국수 그리고 멍게국수다. 꼬막국수는 제철이 아니니 패스, 멍게국수와 물회를 두고 나름 심각하게 고민을 했지만, 여름이니깐 시원한 연안 해산물 물회(15,000원)로 결정.
물회에 생김은 그닥 조화롭지 않은데, 아무래도 주력인 비빔밥에 맞춘 기본찬인 듯 싶다. 그나마 해초샐러드와 미역국이 있어 다행이다. 이유는 잠시후에...
소면과 공깃밥이 제공된다는데, 양이 쬐금이다. 먹기 전에는 추가는 필수인 거 같았는데, 물회가 푸짐하다보니 추가는 하지 않았다. 식초는 새콤한 맛을 더 원할때 넣으면 된다.
얼음이 좀 많은 듯 싶은데, 먹다가 덜어내면 되니 괜찮다. 그리고 깨도 많은 거 같은데, 요건 많아야 한다. 깨가 주는 고소함이 물회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 하기 때문이다. 받자마다 든 생각, 굳이 바다가 있는 동네에 갈 필요가 있을까? 가까운 곳에서 바다를 만날 수 있으니깐 말이다. 물론 가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형편상 이렇게나마 바다를 맛봤다.
하얀 건 한치, 주황빛은 멍게, 불투명한 검은빛깔은 해삼 그리고 조개살이 아닌 꼬막과 소라까지 총 5가지 해산물이 들어있다. 물회에 있어 멍게는 중심 즉 센터다. 멍게가 품은 바다향이 물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빨간맛 양념으로 인해 다른 해산물은 식감만 살렸다면, 멍게는 절대 지지 않고 바닷맛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빨빨빨~ 빨간맛이지만, 절대 맵지 않고 새콤달달이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식초를 더 넣어, 겁나 새콤하게 먹었다.
해산물을 살짝 거둬내니, 아삭함을 담당하는 오이와 당근 무(또는 배)가 나타났다. 너무 더워기에 팥빙수가 무지 먹고 싶었는데, 물회는 보니 그런 빙수따위는 싹 잊어버렸다.
밥은 늦게 먹어도 되지만, 면은 불면 안되니 바로 먹어야 한다. 쫄깃한 소라와 함께~
잘 참아보려고 했는데, 도전히 안되겠다. 물회를 먹는데 어찌 녹색이를 멀리할 수 있을까? 한잔을 더하니, 물회가 물회다워졌다. 물회만 먹다보면, 몸속 가득 냉한 기운이 찬다. 그럴때면 뜨근한 미역국으로 속을 달래주면 된다.
면을 어느정도 먹었다면, 이제는 밥이다. 둘다 탄수화물이지만, 맛은 전혀 다르다. 면은 면대로, 밥은 밥대로 각기 댜른 매력이 있다. 두가지 매력을 다 느낄 수 있으니, 아니 좋을 수 없다.
면에 밥까지 다 먹었는데, 워낙 국물 많은 물회이다보니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면 추가를 할까 하다가, 기본찬으로 나온 해초무침이 눈에 들어왔다. 같은 바다 친구들이니,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 넣었는데 역시 나의 촉은 틀리지 않았다. 물회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이 되면, 내용물은 사라지고 국물과 깨만 남게 된다. 이때 깨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다. 다른 내용물에 의해 놓쳤던 고소함이 제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해산물 덕후에게 물회는 여름철 별미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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