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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란, 자고로 들고, 뜯고, 뼛속까지 쪽쪽 빨아먹어야 하는데, 순살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이 모든 즐거움이 사라졌다. 순살은 먹기 편하다. 이거 하나만을 가지기 위해 너무나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 손에 묻히지 않고 포크만으로도 쉽게 먹을 수 있어 편하지만, 왠지 낯설다. 더불어 늘 먹던 치킨인데, 다르게 느껴진다. 재미없는 순살이지만, 맥주가 있어 그나마 즐거웠던 노랑통닭 신도림점이다. 

  


"여기 양 엄청 많다.", "여기 완전 맛있다.", "울 애들이 엄청 좋아해." 풍문만 듣고 찾아간 곳, 노랑통닭이다. 왜 노랑통닭일까? 어릴적 아버지가 사오던 노랑봉투의 통닭이란다. 내 기억으로는 노랑봉투보다는 누런봉투였고 기름이 밴 끈적한 봉투였는데, 몇 년후 누런봉투는 새우깡 봉지같은 비닐 봉다리가 되었지만. 가마솥에 튀긴 추억의 맛이라고 하니, 그 맛 좀 느껴봐야겠다.



이런 일이 있었구나. 들어가는 입구에 자랑스럽게 걸린 착한 치킨집의 이유. 음~~ 그렇구나. 재료가 좋다는 말이구나. 



추억의 맛이라고 하더니, 인테리어도 살짝 복고 느낌이 난다. 코딱지 시절, 방역차만 오면 달려갔던 기억, 없다고 해야 하는데 솔직히 있다. 웅~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뿜으면서 달리는 방역차, 몸에 좋은 성분은 아닐텐데 뭐가 그리 좋다고 신나게 달렸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도저히 모르겠다. 혹시 이런 생각이지 않았을까? 테레비에서 발라드 가수들이 하얀 연기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외국 드라마에서 멋진 영웅들이 등장할때는 늘 하얀 연기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저 하얀 연기 속으로 들어가면, 가수가 되거나 영웅이 된다는 착각을 하지 않았을까? 현실은 옷에 이상한 냄새난다고 엄마한테 맞았지만 말이다.



'어린 녀석들이 벌써부터, 안돼. 너희들은 그냥 학교나 열심히 다녀야지 저런 말 쓰면 못써,' 그런데 믿어라고 말하는 오빠가 더 떨고 있는 느낌이 드는건 나만 그런가?!



한 마리 양이 많단다. 그래서 반반 및 3종 세트를 추천한단다. 그런데 처음 왔으니, 모든 메뉴를 다 맛 볼 수 있는 손살 3종세트(가격 18,000원)로 주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후아이드, 양념, 깐풍 그리고 3종세트만 눈에 들어왔을뿐, 순살이란 글씨는 보이지 않았다. 순살을 확인했으면, 애당초 주문을 안했을테니깐 말이다. 보이는 것만 보고, 생각하는 것만 보인다고 하더니, 순살은 보고 싶지 않았나 보다.



절인 무,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소스와 소금. 앞접시, 포크는 한개. 그런데 양배추 샐러드가 아쉽다. 추억의 맛을 재현한다고 했으니, 양배추 샐러드도 당연히 그 시절처럼 마요네즈 + 케찹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순살 3종 세트가 나왔다. 나오고 나서 잘못 주문했음을 알았다. '이거 순살이잖아. 치킨 아니 통닭은 뼈가 있어야 하는데, 순살이네.' 잘못 주문한 내 책임이니 어쩔 수 없이 그냥 먹기로 했다. 왼쪽부터 후라이드, 양념 그리고 깐풍이다. 아 그래서 포크는 하나만 줬구나. 자고로 뜯어야 하는데, 아쉽다.  



후라이드 맛. 바삭함은 있는데, 담백하지 않고 너무 짜다. 맥주를 생각하고 간을 강하게 하셨나? 짠맛을 없애기 위해 맥주가 계속 들어간다. 



양념맛. 매워야 하는데, 전혀 맵지 않고 짜고 달다. 순살이라 먹기 편한데, 뭔가 어색하다. 양손에 들고 뜯어야 하는데, 손가락이 너무 심심하다. 



깐풍맛, 그런데 전혀 깐풍기스럽지 않다. 매워야 하는데, 맵지 않고 간장치킨 맛이 많이 난다. 깐풍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교촌치킨식 간장치킨이라고 했을거 같다. 그나마 양념 속에 쥐똥고추가 들어 있어, 양념치킨과 함께 먹었더니 이제야 맵다. 


추억의 맛이라고 하지만, 그 시절 그 맛은 아닌거 같다. 술 한잔 거하고 하시고 식을까봐 품 속에 고이 들고 온 그 통닭. 겉포장지까지 기름이 밴 그 통닭. 온기는 남았지만, 바삭함은 사라지고 눅눅함으로 인해 통닭을 먹는건지, 기름을 먹는건지 몰랐던 그 통닭. 술냄새를 참아가면 뽀뽀 한번 받아주고, 그게 뭐가 그리 맛있다고 졸린 눈을 비비면서 먹었던 그 통닭. 그때 그 맛보다는 훨씬 맛있지만, 커다란 무언가가 빠진거 같아서 아쉬었다. 노랑통닭은 추억의 맛은 아니지만, 추억이 생각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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