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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소개된 곳, 바로 가면 안된다. 어느정도 시간차를 두고 가야, 예전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알던 곳인데, 수요미식회 김치찌개편에 나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방송의 여파가 가라앉으면 가야지 하면서 말이다. 두어달 정도 기다리면 되는데, 너무 오래(6개월) 기다렸다. 이젠 가자가자!! 스댕 그릇에 푸짐하게 나오는 오래 끊인 김치찌개와 커다란 돼지고기가 매력적인 제육볶음 있는 곳, 마포 굴다리식당이다.

 

오랜만에 왔는데, 변함이 없어 참 좋다. 엄지 척의 의미는 먹어 보면 안다. 물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점심 피크시간이 지나고 가니, 한산해서 좋다. 줄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고, 빨리 먹어야 하는 불안감도 없으니 말이다. 

 

낮에는 테이블에서 밤에는 여기서 느긋하게 먹으면 딱 좋겠지.

 

집이 마포라면,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여기서 먹을텐데, 아쉽다. 브레이크 타임이 없으니, 영업시간(오전 8시부터 오후10시까지) 안에 가면 된다.

 

함께 간 지인이 메뉴를 보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단다. 김치찌개와 제육볶음, 간단 명료해서 좋단다. 그런데 메뉴선택 결정장애가 있는 나도 좋다. 왜냐하면 다 주세요라고 말하면 되는 곳이니깐. 

 

예전에 이곳은 함바집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음식이 참 빨리 나왔다. 

 

『‘함바’는 일본어에서 온 건설 용어 중의 하나로, 교통이 불편한 벽지에서 공사를 할 때 인부들의 숙식을 해결해주기 위해 세운 임시 건물을 부르던 말이다. 일제 강점기 때 건설 노동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함바에 수용되었으며, 건설이 끝난 뒤에도 오갈데 없는 조선인들이 우토로처럼 함바 주변에 마을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함바’라는 말은 한국에 들어오고 나서 건설 현장 안의 식당만을 부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1997년 문화체육부가 발간한 《국어순화용어자료집》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순화어로 ‘현장 식당’을 제시했다.(출처 - 위키백과)』

 

밑반찬, 가자미찜(그렇게 보였는데, 정확하지 않음), 어묵볶음 그리고 열무김치. 깔끔하니 밥을 부르는 반찬이다.

 

계란말이와 김. 역시 밥 생각이 간절하다.

 

김치찌개(가격 7,000원, 1인분). 돼지 비계가 참 압도적이다. 굴다리식당 김치찌개는 많은 양을 한꺼번에 끓인다고 한다. 그래서 패스트푸드가 아닌데도 빨리 나온다. 스댕그릇에 나오므로 빨리 식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식어도 맛있다는 장점도 있다. 

 

비계 참 실하다. 그러나 먹지 않는다. 아니 못 먹는다. 살코기가 하나도 없어 아쉽지만, 대신 찌개 국물맛은 끝내줄거 같다. 탄산음료를 넣었나? 톡 쏜다. 그리고 깔깔하다. 뒤에 단맛이 올라오지만, 강하지 않아 좋다. 많은 양을 오래 끊여서 그런가, 깊은 맛이 느껴진다.

 

흰 쌀밥에 김치 한점 올리고, 원래는 찌개에 있는 고기를 올려야 하는데, 고기가 없어 제육고기를 올렸다. 집에서 김치찌개를 자주 먹기에, 밖에서는 잘 안 먹는 편이다. 나에게 외식은 집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인데, 굴다리식당은 용서(?)해주기로 했다. 집에서 먹는 김치찌개랑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김치찌개만으로도 밥 한공기를 후딱 해치울거 같지만, 참아야 한다. 왜냐하면...

 

제육볶음(가격 10,000원, 1인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얇게 썬 돼지고기에 양파, 당근, 파를 넣고 볶은 그런 제육볶음이 아니다. 아무렇게나 툭툭 썰어서 양념장 넣고 후다닥 볶아낸거 같지만, 절대 아니다. 제육볶음에는 엄청난 내공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양념된 돼지고기를 먹을때는 조심해야 한다. 양념 속 숨어 있는 살코기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번잡스러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못 먹는 나는 투시력을 발휘해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나름 스킬이 쌓였는지, 쉽게 찾아낸다.

살코기는 김치찌개 김치와 함께 먹었는데, 먹다보니 어느새 고기는 사라지고 양념만 남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양념이 너무 많다. 1인분만 달라고 해서 얄미워서 그런가? 아니야. 분명히 이유가 있을거야. 곧 그 이유이자, 제육볶음에 숨어 있는 내공을 찾았다.

 

바로 제육볶음 양념을 넣고 비빈 비빔밥이다. 1/2는 김치찌개로, 1/2는 제육볶음용으로 남기기 잘했다. 남은 밥에 양념을 가득 담아 쓱쓱 비볐다. 역시 이맛이다. 남은 양념 버리지 말고 꼭 비벼야 한다. 안 그러면 100% 후회할테니깐 말이다. 

 

뜨꺼운 밥에 스팸이 아니라, 뜨거운 제육볶음 양념 밥에 김치 한점. 화가 난다. 밥이 자꾸만 사라져서 화가 나고, 배가 불러서 화가 난다. 2공기는 거뜬히 먹을 줄 알았는데, 아쉽다. 김치찌개는 리필이 된다고 하는데, 공깃밥은 모르겠다. 그런데 돈을 내더라도, 추가 주문을 해야 한다. 만약 양념이 남았는데 밥이 없다면 말이다. 든든한 점심한끼, 잘 먹었다. 나오면서 우리는 간판 캐릭터처럼 '엄지 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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