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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곳, 오랜만에 가도 변하지 않은 곳, 나에게 당산동 이조보쌈은 그런 곳이다. 없어졌으면 어떡하지 했는데,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보쌈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며, 싫어하는 비계조차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보쌈도 참 좋지만, 이 집의 숨겨진 치명적인 매력은 바로바로, 청국장이다. 훌륭한 보쌈에, 더 훌륭한 청국장이 있는 곳, 당산동 이조보쌈이다.



지하철 2호선 당산역 4번출구로 내려오면 바로 보인다. 허름해 보이지만, 엄청난 내공이 숨어 있을거 같은 느낌, 정확하다. 딱 그런 곳이다. 테이블이 몇개 없는 곳이라, 늦게 가면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남들보다 일찍, 아니면 완전 늦게 가야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곳이었는데...



글쎄 신관이 생겼다. 이제는 예전만큼 많이 기다릴 필요는 없을거 같지만, 그래도 모른다. 이 날도 6시가 조금 지나자, 비어있던 자리에 사람들이 하나둘 앉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세월이 지나도, 인기는 여전하다. 그런데 남자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이날도 우리 테이블만 여자였다는, 하긴 누가봐도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곳은 아닌거 같지만, 나는 좋다. 아니다. 처음에는 이 곳을 무척 싫어했었다.



본관과 신관은 그리 멀지 않다. 본관에 비해 확실히 더 깨끗해 보이는 신관으로 가야 하지만, 원조가 좋다고 허름한 본관으로 들어갔다.


이곳을 싫어했던 이유는, 7~8년 전, 당산동에 있던 모 회사에 다니던 때였다. 첫 회식으로 기억하는데, 강남스타일(?) 오너가 당산동에서 가장 맛나다는 곳이 있다면서 데리고 갔다. 오너 분위기상 스테이크나 파스타로 생각했었고, 올만에 칼질하는구나 했다. 그런데 이런 된장~ 엄청난 기대 속에 갔던 곳이 바로 여기다. 


기대는 실망으로 변해버렸고,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꼬릿한 청국장 냄새에, 고기 냄새 그리고 약한 냉방시설로 인해 남자들의 땀냄새까지,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고 싶었으나, 강남스타일 오너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여긴 아무나 알려주는 곳이 아니라고, 특별히 우리 식구들에게만 공개하는 곳이라고 하면서 자기 혼자만 신이 났다. '진짜 식구들에게만 알려주세요, 왜 하필 이런 곳으로, 그것도 첫 회식을...' 음식이 나올때까지 나는 썩은 미소만 계속 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확히 7분 후, 리얼 웃음꽃을 보이면서 맛나게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 우리의 회식은 무조건 이 곳이 되어버렸고, 점심에도 보쌈, 저녁에도 보쌈을 먹는 만행(?)까지 저지르게 됐다



참 투박하고 볼품없는 곳인데, 그 속에 담긴 정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지. 이상하게 여기만 오면 맘이 편해진다. 인테리어가 세련된 것도 아니고, 오래된 테이블에 불편한 의자 그리고 여전히 시원하지 않은 냉방시설까지, 누가봐도 불편함인데 아늑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보쌈집답게 보쌈이 주메뉴다. 그리고 점심 특선 메뉴가 몇개 있는데, 무조건 보쌈정식을 먹어야 한다. 보쌈과 청국장이 함께 나오는데, 가격대비 정말 훌륭하다. 솔직히 다른 메뉴는 먹어본 적이 없어 모른다. 점심에는 보쌈정식을, 저녁에는 모듬보쌈 또는 굴모듬보쌈만 먹었기 때문이다. 



기본찬. 상추, 초고추장, 새우젓, 쌈장 그리고 냄새가 나더라도, 아니 먹을 수 없는, 비계랑 함께 먹으면 전혀 비계 맛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 마늘장아찌다. 요녀석이 있기에, 편식없이 보쌈을 잘 먹을 수 있게 됐다. 입냄새가 걱정이지만, 괜찮다. 맛나게 먹을 수 있다면 아무 문제 없다. 묵언수행을 하면 되니깐 말이다.



모듬보쌈 중(가격 28,000원)이다. 고기에 무김치, 배추김치 그리고 오징어 숙회가 함께 나와 모듬보쌈이란다. 푸짐한 양은 아니지만, 2명이서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왜냐하면 다른 걸 함께 먹어야 하니깐. 



고기에 비해 얼마 안되는 오징어 숙회, 그냥 보쌈만 팔지 왜 모듬보쌈이라고 해서 오징어랑 함께 나오는지 모르겠다. 보쌈만 주는 메뉴가 따로 있었음 좋겠다. 배추김치와 무김치는 양이 생각보다 많다. 다른 곳은 김치가 부족해서 추가로 주문한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부족하지 않다. 숨어 있어서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은근 많다.



고기 잡내도 안 나고, 고기와 비계의 비율이 5:5인것도 있고, 3:7인것도 있고, 7:3인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고기 함량이 많은 것을 선호하지만, 마늘장아찌가 있어 간혹 비계 함량이 많은 것도 먹는다. 다른 곳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보쌈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조보쌈은 우선 냄새가 안나고, 적당히 탄력이 있으면서 퍽퍽하지 않아, 마지막 한점까지 다 먹게 만든다.



먹자~ 먹어보자. 우선 상추를 깔고, 보쌈 한점 올리고, 새우젓, 쌈장 그리고 배추, 무김치를 넣고, 이쁘게 잘 싸서 먹는다. 그래 그래 이맛이다. 어쩜 보쌈이 이리도 촉촉한지, 김장날 우리 엄마가 한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



생각해보니, 마늘장아찌를 안 먹고 있었다. 보쌈을 먹을 줄 모를때는 마늘맛에 의지해 먹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나 보다. 그래도 옛 느낌을 살려, 마늘장아찌와 함께 먹었다. 캭~ 좋구나. 마늘장아찌의 짭쪼롬하고 달달한 맛에, 마늘의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지니 더할나위 없다. 보쌈에 없는 단맛과 신맛을 마늘장아찌가 살려준다.



오징어 숙회는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다. 고기만 먹으면 퍽퍽해질 수 있는데, 그럴때 먹으면 참 좋다. 그런데 퍽퍽함이 느껴지지 않으니, 적당한 타이밍에 먹으면 된다. 오징어 엄청 좋아하는데, 이번엔 찬밥신세가 됐다. 촬영용으로 딱 한점만 먹고 말았으니 말이다.



보쌈을 주문하면 서비스로 나오는 청국장. 대부분 된장찌개를 주는데, 여기는 청국장이다. 리얼 청국장이다. 보쌈과 함께 나오는거라 원래는 조금씩 떠먹어야 하는데, 이건 청국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우선 1차로 가볍게 떡먹었다. 그리고 추가 주문을 한다. 따로 비용을 내야 한다면,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데, 그냥 해주셨다. 2차로 나온 청국장을 두고 의식(?)에 들어갔다.


"이모님, 공깃밥 하나 주세요."

잠시후, 공깃밥이 나오고, 덩달아 무생채가 함게 나왔다. 무생채를 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싶다. 조심스럽게 다시 이모님을 불렀다.

"이모님, 혹시 냉면그릇 있나요? 그리고 정말 정말 죄송하지만, 참기름 있나요?"

청국장을 맞이했으니, 의식을 치러야 한다. 노른자가 살아있는 계란후라이가 있으면 딱인데, 참기름을 달라고 했을때 너무 죄송스러워서 차마 더 부탁을 드릴 수 없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사이드 메뉴로 계란후라이가 있으면 참 좋겠다. 의식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끝났다. 이젠 남은건 플레이팅이다.



냉면 그릇에 공깃밥을 밥알이 뭉개지지 않게 담고, 그 위에 무생채를 올린다. 그리고 기본찬으로 나온 상추는 꼭 남겨야 한다. 상추는 칼 아니요, 손으로 투박하게 툭툭 끊어서 함께 올린다. 그리고 콩알이 살아 있는 청국장과 그 국물이 배어 있는 호박, 두부을 넣고 그리고 마지막은 극강 고소함을 살리기 위해 참기름을 톡톡 넣어주면 됐다. 이젠 남은건 손목 스냅뿐이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굳이 기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도저히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비비면 비주얼은 못생겨지지만, 그래도 그 맛은 무엇을 상상하듯, 그 이상이다.



머슴밥은 아니지만, 한입 가득 담았다. 요 상태로 먹어도 충분하지만, 하나만 더하자. 벌써 상상을 한 분도 있을거 같은데, 그렇다면 그 생각이 맞다. 고기 & 면을 아는자.



고기 & 밥도 알 것이다. 다 먹지 않고 아껴둔 보쌈을 올려서 먹으면, 아잉~ 행복해!!! 고기가 주인공인가? 비빔밥이 주인공인가? 모르겠다. 그냥 더블 캐스팅이라고 하자.


예전이나 지금이나 보쌈을 먹으러 갔지만, 결국 청국장 마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이게 바로 점심에 보쌈정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다. 당산동이 예전보다 많이 발전하고 변했지만, 뒷골목에 있는 이조보쌈은 예전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참 좋았다. 시간이 더 지나, 최신식 건물이 들어와도 그 모습 그대로 영원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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