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의 테마가 올드(old)이지만, 옛스러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더 세련되고, 더 화려하고, 더 멋드러진 곳들이 많지만, 어릴적 추억의 맛이 생각나는 그런 옛스러움을 간직한 곳이 이상하게 계속 땡긴다. 추운 겨울이 되고, 연말이 되니 괜시리 센치해져서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떠나갈 나이를 붙잡고 싶고, 다가올 나이를 거부하고 싶은 맘에 자꾸만 자꾸만 어린시절을 그리워하는 거 같다. 다시 돌아갈 수 없지만, 먹거리만이라도 어린시절을 붙잡고 싶기에 말이다.(iphone5로 촬영)
버스정류장은 신도림동이라고 하지만, 행정구역으로 보면 구로동에 위치해 있다. 단층 건물 3개가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로 가운데 이안만두가 있고, 왼편으로 오사카라는 이름의 타코야키 전문점이 있고, 오른편에는 고로케 전문점이 있다. 옛스러움을 가운데 두고, 최신 디지털 녀석들이 보좌를 하고 있는 셈이다. 요즘 이런 만두집 참 보기 어려운데, 예전에 신정동에 자주가던 만두집이 없어져서 더더욱 찾기 어려운데, 이 곳은 늘 그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고마운 맘에 자주 가야 하지만, 사람이 이기적인지라 마트에서 쉽게 냉동만두를 구입해 먹게 된다. 그러나 눈 오고 추운 겨울이 오면,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저 집 앞을 그냥 지나갈 수 없게 된다. 겨울이 되야 이런 맘이 드니 나란 인간, 참 이기적이다.
만두가 익어가는 중. 사진에는 없지만, 대형 솥도 있다. 학교 앞 분식점에서 자주 보던 풍경이었는데, 요즈음 참 보기 힘든거 같다. 여기까지 사진을 찍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간다.
한 분은 만두를 만들고 계시고, 다른 분은 분주히 다른 일을 하고 계셨다. "저 고기만두 3인분만 주세요"라고 말하자, "고기만두가 딱 2개 부족한데, 대신 김치만두 3개 넣어줄테니 안될까요?"라고 하셔서, 살짝 고민하다가 만두를 하나 더 준다고 하니 "YES"라고 했다. 만두 옆에 보이는 도넛들은 어제 먹지 않았으면 함께 사는건데, 아깝지만 오늘은 만두만 집중 공략하기로 하고 참았다. 몰랐는데, 핫도그도 있었네. 아 맞다. 여기 찐빵도 있다. 찐빵은 진짜 별로 아니 좋아하므로, 늘 안 산다.
4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하기에, 잠시 안에서 이곳 저곳을 담아 봤다. 물론 사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본 후에 말이다. 메뉴판이다. 만두, 찐빵 고로케, 도너츠, 꽈배기 등등 역시 옛스러운 먹거리들이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말이다. 3~4번 갔는데, 매번 나의 주문은 늘 고기만두라 도넛 맛은 잘 모르겠다.
만두피도 직접 만든다. 손으로 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손만두라고 해야겠지.
돌이라도 씹어 먹을 수 있었을때, 저기 보이는 만두판을 몇개나 클리어 했었던가? 하나 두울 세엣 쌓여가는 만두판을 세면서 배를 채웠던, 대학만 가면 살이 빠진다는 믿음만 갖고 엄청난 식성을 보였던 그 친구(me)가 생각난다. 아마도 지금은 365일 다욧한다고 엄청나게 고민하고 있겠지.
4분 후, 김이 모락모락나는 따땃한 만두가 나왔다. 원래는 1인분에 8개이지만, 김치만두를 하나 더 주셔서 9개이다. 나오자마자 바로 먹으면 좋지만, 장소가 협소해서 포장을 해야 한다. 따로 먹을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일회용 도시락에 요렇게 담아주면, 식기 전에 LTE급으로 집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먹어야 한다. 그래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만두 속은 파와 부추, 양파가 있는거 같고, 고기만두이니 고기도 있을 것이고 나머지는 너무 잘 치대서 모르겠다. 그냥 호호 불면서 맛나게 먹어주면 된다. 고기 누린내도 안 나고, 육즙도 있고, 만두피도 얇고 1인분으로 만족할 수 없어 늘 2인분 정도 먹어줘야 한다. 냉동만두는 10개정도 먹으면 질리지만, 요 만두는 10개 이상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군만두는 없네요?"(좀 전에 주문할때 추가 주문으로 했던 말)
"군만두요? 고기만두 사갖고 집에 가셔서 구워 먹으면 그게 바로 군만두죠."
"아하, 그렇구나"
그리하여 다음날 그 친구는 남은 고기만두 1인분을 군만두로 먹었다고 한다. 원래는 교자만두로 만들려고 했지만, 전분물 만들기 귀찮아서 그냥 구우셨다고 한다. 그래도 얇은 만두피때문에 조금만 구워도 맛난 군만두가 됐다고 한다.
구 만두나라, 현 이안만두
02-2637-7377
옆집에 다코야키 전문점과 고로켓 전문점이 있는데, 곧 먹어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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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덤으로 주는 곳이 있나요? ㅎㅎㅎ
신기합니다. 전 지금까지 만두를 덤으로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다른 것은 비싸 보이는데 만두 가격은 괜찮은 것같습니다.
요즘 좋은일 있으세요 먹는 음식이 많네요 나도 만두장사 해볼껄 그랳어요 헌데 카독에 안보이네요
만두 완전 좋아하는데, 가까운 곳에 가끔 갈일이 있는데 가봐야 하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글이네요.
흥미로운 포스팅 잘 구경하고 가요.
눈이 잘 들어오는 좋은 포스팅 감사해요 ~~~~
오 구로동쪽에 이런 만두집이 ...왠지 지나가면서 봤던거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지도를 보니 몇번 다녔던 길인데 말이에요
저희동네에도 이렇게 피 얇은 만두 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저희동네는 피가 찐빵급인
만두가게만 있네요 ㅜㅜ
어릴때 부모님이 가끔 사오시던
왕만두가 생각나네요
도시락통에 4~5개기 꽉! 차있었는데
간장에 찍어먹는 그 맛이 정말...ㅋ
간만에 시장이나 한 번 들러봐야겠네요
저도 찐빵은 완전 별로라..ㅡ.ㅡ;;;
마지막 먹어본게 언젠지 기억도 가물...
고기만두가 진정 킹왕짱 갑이죠!
항상 이웃님 하는 모든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
추운 날씨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
만두 먹고싶어지는 밤이 되었어요
냉동 만두보다는 이맛에 먹지요
어머. 여기 올려 버리셨어~ >_<
여기, 진정한 맛집이죠. 저렴한 가격, 깔끔한 맛, 만드는 것도 깔끔하게 만드시더라고요.
헬스장에서 기껏 땀빼고, 집으로 직행 하는 대신, 꼭 여길 들려 땀뺀거 두배로 보충하고 오기도하고 그래요. ^^;;
이곳은 오이군이 가장 아끼는 곳입니다.
스위스에서 친구나 가족이 오면 제일 먼저 데리고 가는 곳 ^^;;
고기만두에서 누린내가 안나는게 굿이네요.^^
그러고보니 여기서도 만두는 자주 먹었는데 김치 만두는 먹어본지 정말 오래됐네요.
아삭아삭 김치가 씹히는 김치만두 정말 먹고 싶어요. ㅎㅎㅎ
글고 사진중에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도너츠가 보이네요.
달달한 팥앙금과 쫄깃쫄깃한 찹쌀이 참 잘 어울리는 동글동글한 찹쌀 도너츠!
제 입에는 그 어떤 제과점 도너츠보다 훨씬 맛있더라구요.
아... 군침 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