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전남 보성에 있는 강골마을의 여름

이보다 더 짜릿할 수 없는 버스환승

자동차 액션신을 좋아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아니 경험해볼 수 없기에 영화가 더 짜릿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 해프닝을 자동차 액션신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통쾌하고 짜릿했다. 기다리는 시간없이 곧바로 다음 버스로 환승을 하려면 액션신 더하기 운이 필요하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에어컨 밖은 지옥불과 같다. 땀이 뒤통수로 집중해서 흐르는 바람에 아침마다 손수건으로 목을 감싸고 나가야 한다. 목 뒤로 흐르는 땀의 감촉이 너무나도 싫기 때문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손수건을 스카프처럼 예쁘게 묶고 에어컨 밖을 벗어났다.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첫번째 목적지로 가서 10분 정도 일은 본다. 최종목적지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버스틑 타야한다. 30분 안에 버스(지하철)를 타면 환승이 된다. 10분만 있으면 되기에 A에서 후다닥 일을 보고 B로 가기 위해 다시 버스를 탔다.

 

강골마을에서 만난 배롱나무꽃

카드를 찍자, “환승입니다”라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친환경 전기버스에 자리도 널널하다. 다 좋은데, 최종목적지로 가려면 버스를 한번 더 갈아타야 한다.

지도앱으로 확인을 하니, 총 3번의 기회가 있다. 우선 지금 타고 있는 버스 기점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정류장으로 이동해 환승을 한다. 이때 건널목을 2번 통과해야 한다. 뜨거운 아스팔트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냥 싫다.

두번째는 다다다음 정류장에서 내린다. 바로 버스를 탈 수 없고, 3분 정도 이동을 하면 환승이 가능한 정류장 나온다. 아까와 다른 점은 건널목 없이 직진만 하면 된다. 때맞침 환승 버스가 4분 이내로 도착한다는데, 지금 타고 있는 버스가 갈 생각을 안한다. 빨리 걸으면 기다림 없이 환승이 가능할 듯 싶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정확하기 않기에 포기를 하고 조금 오래 걸리더라고 기점까지 가기로 했다.

 

안양천에서 만난 능소화

그런데 기점까지 갔다가 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시간 낭비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싶어 지도앱을 꼼꼼히 살펴보니 방법이 있다. 지금까지는 aaa버스만 환승이 가능한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bbb버스가 내눈 앞에 나타났다. 서울역을 지나서 남영역 부근에서 버스 환승이 가능하다고 지도앱이 알려준다.

환승할 버스와의 시간 차이는 1분쯤 될까나? 살짝 촉박하지만, 정류장 이동없이 내리는 곳에서 바로 환승이 가능하다. 유레카를 외치면, 지도앱을 계속 새로고침한다. 혹시나 뒷차가 먼저 가면 안되니깐.

하지만 나의 바람과 달리 서울역환승센터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버스 정류장이 하나라면 추월당할 일이 없을텐데, 두 버스는 정차 위치가 달랐다. 환승을 할 버스가 늦게 왔지만 먼저 출발을 했다. 1분 차이로 내가 타고 있는 버스가 뒤쳐졌다고 지도앱이 알려줬다.

 

서울숲에서 만난 해바라기

이젠 정말 기점까지 가야하는구나 싶어서 스마트폰을 가방에 넣고 멍하니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그런데 남영역을 앞에 두고 두 버스가 만났다. 먼저 도착한 환승버스가 2차선에서 신호 대기를 하고 있고, 3차선으로 내가 타고 있던 버스가 정차를 했다.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 두대의 버스. '신호가 바뀌자마자 먼저 출발하는 버스는 내가 타고 있는 버스여야 해.' 혼자서 주문 아닌 주문을 외우고 있는데,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정말 3차선에 있던 버스가 먼저 출발을 했다. 늦게 와서 먼저 출발하다니, 버스기사님 센스 짱~~~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앱을 다시 확인해니, 환승할 버스는 점점 뒤쳐지고 있다고 나온다. 이젠 남은 건, 하차할 시점이다. 남영역을 지나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기로 하고 하차벨을 눌렀다.

 

안양천에서 만난 여름 코스모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뒤를 쳐다보니 환승할 버스가 서서히 오고 있다. 10걸음이나 걸었을까? 덥다고 느끼기도 전에 환승을 했고, 그렇게 최종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환승할 버스를 목격하고, 내가 타고 있던 버스가 먼저 출발을 했던 그 시점이, 이날의 명장면이다. 어찌나 짜릿하고 통쾌하던지 원효대교를 지나는내내 혼자서 방실방실 웃기만 했다.

같이 버스에 탄 사람이나 직접 운전을 했던 기사도 모르는, 나만 아는 버스 환승 추격전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