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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왕, 4등

놓친 영화 올레티비로 다시보기, 이번에는 영화대 영화로 걷기왕과 4등이다. 주인공인 만복(걷기왕, 심은경)과 준호(4등, 유재상)에게 감정이입이 되야 하는데, 슬프게도 그들이 아니다. 만복엄마 아니면 준호엄마, 난 어떤 엄마가 될까? 만복엄마라고 말하면서 하는 행동은 준호엄마일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다 너 잘되라구,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구, 남들한테 무시 당하지 말라구" 등등등 포장을 할 거 같다. 준호엄마를 보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 그때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나 잘되라고 하는 거니깐, 듣기 싫은 잔소리이지만 참고(그렇다고 다 참지는 않았지만^^) 하라는대로 했던 거 같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 그게 옳지 않다는 걸 알았다. 온실 속 화초로 살다보니, 사회라는 정글에서 버티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만복엄마보다는 준호엄마가 될 거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시집살이를 심하게 한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면 자신이 당했던 걸 고스란히 며느리에게 한다는 말이 있다. 옛말 틀리지 않다고 하지만, 이래서는 안된다. 정말 엄청 아주 힘들겠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내려 아니 버려야 한다. 부모가 그리는 아이의 미래는 진짜 아이가 원하는 미래가 아닐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결혼을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결혼은 안해서, 애가 없어서 그렇다구."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세뇌시켜서라도 제발 돼지엄마를 따라다니는 그런 엄마가 되지 않기를, 초등학생에게 고등수학을 배우라고 하는 엄마가 되지 않기를, 옆집 아이와 비교하는 엄아가 되지 않기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때가 올때까지 세뇌시켜야겠다.



걷기왕에서 만복은 엄청난 멀미로 인해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한다. 2시간이나 걸리는 학교를 걸어서 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담임으로 부터 경보를 제안받고 선수가 된다. 남들보다 늦고 더디지만 그녀는 노력한다. 공부를 못해서 운동을 선택한게 아니라 진짜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4등에서 준호는 취미로 시작한 수영이 어느새 그의 미래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대회에 나가면 언제나 4등을 한다. 국가대표 선수로 만들고 싶어하는 엄마는 나름 훌륭한 개인코치를 만나서 그에게 부탁을 한다. 간섭이 심한 엄마와 강압적인 코치를 만나 힘들어하는 준호는 결국 수영을 포기한다. 



두 영화는 비슷하면서도 참 다르다. 우선 영화 속 부모의 모습이 그렇다. 걷기왕은 간섭을 하려는 아빠를 가볍게 제압하는 엄마가 나온다. 방임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엄마는 만복이 원한다면 하라고 한다. 중간에 포기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만복 스스로 시작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모든 것을 그저 곁에서 지켜봐준다. 결코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만복엄마는 그 어려운 걸 해낸다. 


준호엄마는 그렇지 않다. 아이의 미래가 곧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엄마는 준호와 한몸처럼 행동을 한다. 4등만 하는 아이를 등수 안에 들게 하기 위해 개인훈련을 시키고, 강압적인 선생에게 아이가 맞아도 1등만 한다면 못 본척 넘긴다. 그런 준호가 수영을 포기하자, 넌 나의 희망이라면서 둘째로 방향을 바꾼다. "엄마는 내가 맞아도 1등만 하면 돼" 준호의 이 말 한마디에 엄마는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게 되지만, 영화니깐 그렇지 현실에서라면 잘 모르겠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복엄마,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준호엄마. 그들의 차이점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연 결만만 중요한 것일까?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실패를 하면 다시 새롭게 시작을 하면 된다. 넘어지는 방법도 실패하는 방법도 아이에게는 소중한 밑거름이다. 



허황된 꿈, 너무 긍정적인 사고방식, 그저 칭찬만 하려고 하는 선생이 있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안하니 하면서, 매를 드는 강압적인 선생이 있다. 경험상 걷기왕에 나오는 선생보다는 4등에 나오는 선생에게 배웠던 적이 더 많았다. 잔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반성문을 쓰느 것보다는 그냥 한대 맞고 끝나는게 좋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칭찬은 고래를 춤춘게 한다고 했으니, 아무리 사랑의 매라고 하지만 때리는 건 아닌 거 같다. 가끔 백화점에서 사달라고 바닥에 누워 땡깡부리는 아이를 보면, 한대 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된다. 그리고 너무 허황된 꿈을 갖게 하는 선생도 좀 아닌 거 같다. 음치에게 가수를 하라고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노답이다.



걷기왕의 결말은 김포에서 서울까지 걸어가, 결국 대회에 출전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다. 죽을만큼 노력했지만, 남들보다 늦게 걸어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4등은 강압적인 선생도 없고, 간섭하는 엄마도 없이, 즐기면서 수영을 하게 된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가 4등의 결말이다.


비행기가 지나갈때 손사진을 백번 찍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만복과 빛을 보면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 온다고 믿는 준호. 어른들이 보기에는 쓰잘데기 없는 꿈이지만, 그들에게는 엄청 소중한 꿈일 것이다.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포기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만복과 준호, 그들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모르지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거 같다. 행운이라는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행복이라는 세잎클로버를 짓밟고 있지 않을테니깐. 또다시 세뇌, 만복엄마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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