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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2016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평동 호연에서 맛난 만두와 향이 좋은 림해설원을 두고 사진을 열심히 찍던 중, 갑자기 손에 힘이 쭉 빠지면서 스르륵 마이아이폰5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숙이고 들어가야 겨우 꺼낼 수 있는 구석진 곳에 녀석은 떨어져 있었다. 액정화면이 하늘을 보고 있으면 그나마 다행일텐데, 녀석의 얼굴은 바닥을 보고 있었다. 


그냥 몸을 숙이고 들어가서 꺼내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텐데, 나는 다리를 이용했다. 거친 바닥임을 모르고, 나름 긴 다리를 쭉 펴서 녀석을 질질 끌고 왔다. 손이 닿는 곳에 녀석이 오자, 가볍게 녀석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런 된장~ 녀석의 얼굴(액정화면)은 꽃미남에서 거친 상남자로 변해버렸다. 거친 바닥으로인해 화면의 반이 복구조차 할 수 없을만큼 스크레치가 났던 것이다. 


'이거 지문방지필름인데, 아직 생생한데, 왜 하필 발을 이용해서, 아니 호연의 바닥은 왜 이리도 거칠까?' 이런 후회를 해봤자, 사건은 이미 벌어졌고 수습은 불가능이었다.



그나마 다행은 지문방지필름에만 상처가 생겼을뿐, 화면은 괜찮은 상태였다. 간혹 버스나 지하철에서 액정이 깨진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굳이 이런거까지 따라해야 하나 싶었다. 그나마 또 다행은 책상서랍에 아주 오래전에 사놓고, 쓰지 않고 있던 액정필름이 있었다. 아싸~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먼저 스크레치가 난 필름을 제거하고 새로운 액정필름(지문방지가 아닌 무지 싼 필름)을 붙였다. 본건 있어서, 테이프로 공기를 빼가면서 나름 전문가의 스킬로 잘 붙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음주수술임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 



사진으로는 조그만 공기방울이 2개 정도 보이지만, 실제는 10개 이상의 공기방울을 품은 마이아이폰5가 됐다. 어차피 임시방편이니깐, 내일 당장 지문방지필름으로 교체할거니깐, 괜찮아 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했지만, 이거 하나도 못하는 내가 너무나 한심했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이상태로 한달 이상을 보내야 한다는 걸 말이다. 


개인적으로 지문이 잔뜩 묻어 있는 휴대폰을 싫어한다. 그래서 화면이 좀 어둡게 보인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주구장창 지문방지필름만을 사용하고 있다.



다음날 신도림역에 있는 폰토피아로 향했다. 액정필름이 이렇게나 비쌌나? 기본이 8,000원, 비싼건 10,000원이 훨씬 넘었다. '공기방울은 좀 많지만, 그냥 쓸까? 어차피 이것도 신상이니깐. 아니야. 이렇게 못난이로 쓰고 싶지 않아.' 내 안의 인격들이 서로 싸우고 있을때, 온 문자 하나. 이 문자로 인해 국내 온라인쇼핑도 안하는 내가 해외직구를 하게 되었다. "천원이면 강화유리 액정보호필름을 살 수 있어"



친구나 보내준 이미지. 와우~ 폰토피아는 만원이 넘는데, 여기는 0.99달러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나? 바로 매장을 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조심스럽게 알리익스프레스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중국에서 만든 사이트로 대부분이 짝퉁이지만, 나름 괜찮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 관세, 수수료 등 추가 요금없이 0.99달러만 내면 물건을 살 수 있는 곳. 그렇게 친구는 설명을 해줬다.


그리고 덧붙여서 가격이 엄청 저렴하지만, 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단다. 물건을 주문하고, 주문했다는 사실을 까먹게 되면 그때서야 물건이 온단다. 단점이 맘에 안들지만, 그래도 만원과 천원의 가격차이를 무시 못하겠다. 해외직구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검색을 하니 회원가입부터 구입까지 친절히 알려주는 좋은 블로그가 많기에, 어렵지 않게 회원가입을 했고 일사천리로 주문까지 끝냈다.



1월 11일에 물건을 구입하고, 배송내역을 살펴보니 59일 후에야 받을 수 있단다. 와~ 엄청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니, 진짜구나.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29일이 남았다. 



"딸, 이거 뭐니? 우편함에 이딴게 있는게 이거 뭐니?"

"앗~ 이것은, 설마"

아직 29일이나 남았다고 했는데, 벌써 도착을 한 것이다. 그런데 물 건너온 녀석이고, 명색이 택배인데, 녀석은 쬐그만 우편함에서 발견이 됐다고 한다. 이걸 두고 의문의 1패라고 하는 건가? 



박스를 개봉하니, 뽁뽁이와 초록이, 분홍이가 들어있었다. 



뽁뽁이 안에는 탱탱 소리가 나는 아이폰5 전용 강화유리 액정보호필름이 들어 있었다.



이건 아마도 필름을 교체할때 깨끗한 액정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일 듯 싶다. 그런데 쓸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어렵게 온 녀석에게 공기방울을 선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은 신도림 테크노마트 1층에 있는 휴대폰 액세서리 매장이다. 알리익스프레스를 알려준 친구가 종종 이용하는 곳이라고 해서 갔다. 조심스럽게 액정필름 교체를 해달라고 하니깐, 여기서 구입하면 무료로 해준단다. 다시 조심스럽게 필름이 있는데, 교체만 해줄 수 있을까요? 천원이란다. 1,200원으로 필름을 샀는데, 교체비용이 천원이다. 그래도 괜찮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니깐 말이다.



전문가가 손길이니 완벽할거라 생각했는데, 작은 공기방울이 하나 생겼다. 다시 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너무 늦게 발견을 해버렸다. 다시 가서 해달라고 할까 말까 솔직히 고민했다. 그러나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10개 공기방울로도 한달 이상을 버텼는데, 한개쯤은 애교로 봐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강화유리필름이라고 하더니, 역시 엄청 딴딴하고 두툼하다. 아이폰6로 기기변경을 할 생각이 당분간 없기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 같다. 단, 그저 가볍게 만졌을 뿐인데, 대문짝만한 지문이 생겼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나? 튼튼한 액정필름에, 엄청 밝아진 화면을 얻었지만, 지문은 방법이 없다. 아무래도 안경 닦는 천을 항시 소지하고 다녀야 할 듯 싶다.


이날 같이 주문한 맥북에어 키보드커버(2.84달러)는 32일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나의 기다림은 계속 진행중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주로 짝퉁제품이 많다고 하는데, 강화유리액정보호필름은 괜찮은 거 같다. 그리고 여기 제품들이 엄청 다양한던데, 이번에 무엇을 주문해 볼까나? 이러다 해외직구 빠순이가 될 거 같다. 그런데 가격비교를 해보면, 국내에서 사고 싶은 맘이 들지 않는다. 간혹 저질 제품이 올 수 있다고 하고, 제품이 오다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 분쟁신청을 하면 다시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나의 해외직구는 앞으로 계속 될 듯 싶다. 해외직구에 대한 두려움, 이젠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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