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오는 날에는 감자탕을 먹어~ 당주동 광화문뚝감
올여름은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6월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해, 난생처음 레인부츠를 장만했다. 바지는 젖겠지만, 양말만은 뽀송하게 지켜낼 수 있게 됐다. 철저하게 준비를 했는데도 오락가락한 비를 보니 멈출 듯싶어 매쉬소재 운동화를 신고 나왔다. 양말은 축축해졌지만, 마음만은 뽀송해지고 싶다. 억수로 내리는 비를 반갑게 맞이하기 위해 당주동에 있는 광화문뚝감으로 향했다.




1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줄이 길다. 아무래도 비가 와서 더 그런 듯싶다. 기다림을 싫어하지만, 이번만은 예외다. 비가 오는 날에는 감자탕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멍하니 서있으니 심심해서 창문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정독했다. 일주일이내 도정된 신선한 경기미로 하루에 열두 번 이상 밥을 짓는다니... 그래서 점심에는 쌀 한 가마니까지 공짜라고 하나 보다.


내부는 찍을 수가 없어, 작년에 왔을 때 촬영한 사진 재활용이다. 숨은 그림 찾기는 아니지만, 아무리 비가 온다고 해도 5월의 두터운 패딩은 거시기(?)하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좌석이 많다고 하는데, 늘 앞에 있는 2인석에 앉게 된다. 왜냐하면, 혼밥이니깐.


작년에는 11,000원이었는데, 천 원이 올랐다. 자주 온다면, 김치찌개에 황태콩나물해장국 그리고 콩국수도 먹을 테지만, 일 년 만에 왔으니 뚝감(뚝배기감자탕, 12,000원)을 주문했다.




그리고 알싸한 마늘쫑과 오이 혹은 청양고추가 나왔다. 고추는 먹지 않아서 얼마나 매운지 모른다. 왜냐하면, 마늘종의 알싸함으로도 텁텁한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요즘 제철이다 보니, 생마늘은 아니지만 그만큼 엄청나니 묵언수행을 해야겠다.



이 집의 단점이자 장점은 우거지 혹은 시래기가 없다. 저기 보이는 푸른 잎의 정체는 깻잎이다. 감자탕에 우거지 혹은 시래기를 메인이라 생각하는 1인인데, 광화문뚝감에는 없다. 왜냐하면, 그만큼 고기 퀄리티가 좋아 국물이 겁나 깔끔하기 때문이다. 물에 빠진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데도 여기는 종종 생각이 난다. 참, 감자는 따로 삶았는지, 국물이 스며들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나중에 으깨서 먹어야 한다.



잡내는 일절 없고, 뼈에 붙은 고기라 비계도 거의 없다. 어찌나 잘 삶았는지 촉촉하고 부드럽다. 감자탕을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했을 텐데, 주문 후 3분이 되기도 전에 음식이 나온다. 고로, 감자탕은 슬로푸드이자 패스트푸드가 아닐까 싶다.



뼈에 붙은 살은 쪽쪽 잘 먹어야 하는데 스킬이 부족하다. 여기에 골수도 빼먹지 말고 먹어야 하는데, 그것까지는 못하겠다. 누군가와 함께 왔으면, 제대로 못 먹는다고 핀잔을 들을 텐데, 혼밥이라서 다행이다.







잘 발라낸 살은 뚝배기감자탕 국물에 투하한다. 이때, 아껴둔 감자도 잘 으깨서 국물이 쫙~ 스며들게 만들어야 한다. 밥은 언제쯤?? 혹시나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입니다~



우거지 혹은 시래기도 없지만, 들깨도 과하게 들어있지 않는 듯하다. 그만큼 고기 퀄리티가 좋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잡내가 없고 국물도 꽤나 깔끔하니 담백하다. 무지 뜨거움에서 적당히 따끈함으로 변했기에 호호 불지 않고 후루룩 폭풍흡입에 들어간다.


그냥 먹고,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올려서 먹은 후 쌈장을 더한 마늘종으로 마무리를 한다. 6월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하던데, 그때는 새로 장만한 레인부츠를 신고 뚝배기감자탕 먹으러 가야겠다.
2024.03.26-뼈해장국이 아니라 뚝감이라 불러주세요~ 당주동 광화문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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