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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동 굴뚝배기전문점모려

뜨겁게도 먹을 수 있다지만, 늘 차갑게 먹는다. 겨울에도 먹을 수 있다지만, 언제나 여름에 먹는다. 콩국수처럼 여름이 오면 어김없이 묵사발 혹은 묵밥을 챙겨 먹는다. 지난 겨울에는 굴정식을 먹으러 갔지만, 여름이 왔으니 묵밥을 먹으러 간다. 내수동에 있는 굴뚝배기전문점모려다.

 

모려는 kb국민카드 건물지하에 있지요~

지난 겨울과 초봄, 굴과 멍게를 먹으러 자주 왔었다. 한동안 뜸했는데, 여름에 다시 찾았다. 왜냐하면 여름철 별미를 먹어야 하니깐. 모려는 굴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지만, 맛깔난 주인장 손맛을 알기에 굴대신 묵밥을 먹으러 왔다.

 

전날 밤에 메뉴를 정하긴 했지만, 다시한번 메뉴판을 본다. 두부국수도 은근 좋다고 하던데, 둘다 먹을 수 없으니 묵밥(6,000원)부터 때려줘야겠다.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오니, 한산해서 혼밥하기 딱 좋다. 분위기는 전과 똑같은데,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살짝 낯설다. 블로그도 그러하듯, 단골이 되려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주기적으로 와야 하나보다. 4개월 정도 뜸했더니, 주인장도 나도 서로 서먹하다.

 

기본찬은 변함이 없어 좋아~

사람을 서먹할 수 있어도, 맛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양념이 과하지 않은 깍두기는 달큰하니 아삭하고, 배추김치는 적당히 익어서 먹기 딱 좋다. 마늘종과 양파는 알싸함 뒤에 오는 청량감이 좋다. 

 

굴뚝배기전문점모려 여름별미 묵밥등장이오~

살얼음 동동은 아니지만, 시원한 육수에 도토리묵과 오이채, 배추김치 그리고 김가루가 들어 있다. 별미는 맞지만, 우와~ 엄청난 감탄을 할 정도의 대단한 맛은 아니다. 하지만 투박함 속에 정감이 있고, 소박함 속에 친근함이 담겨있다. 

 

예상은 했지만 뜨신밥이 나왔다. 묵밥에는 찬밥을 말아야 하기에, 밥을 바로 넣지 않고 어느정도 먹다가 넣을 생각이다.

 

화려하지 않은데, 여름이 오면 이 맛이 그리워~

살얼음 동동이면 더 좋을텐데, 차갑지는 않지만 시원한 편이다. 집에서 먹을때는 시중에서 파는 냉면육수를 넣어서 시원 새콤 달달하게 먹는데, 이집 육수는 덜 시원, 덜 새콤, 덜 달달이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뒷맛에 과하지 않은 감칠맛까지 그저그런 육수가 아니라 꽤 근사한 육수다.

  

묵은 직접 만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좋은 곳에서 갖고 오는지 말랑말랑하니 씁쓸한 뒷맛이 살아 있다. 도토리에는 아콘산이라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체내에 쌓인 중금속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단다. 열량은 43lcal로 다이어트식품으로도 좋다. 요즘 땀을 많이 흘려서 고칼로리를 먹어도 되지만, 여름에는 묵밥, 열무국수 그리고 콩국수를 좋아한다.

 

섞어주세요~

도토리묵에 없는 아삭함은 오이가 책임지고, 고소함은 김가루가 책임진다. 김치는 육수와 만나 감칠맛을 강화하니, 묵밥은 각각 따로 먹기보다는 같이 먹어야 참맛을 알게 된다.

 

굳이 같이 먹을 필요는 없지만, 남기면 안되니 깍두기에 배추김치도 올려준다. 묵밥을 먹을때 동동주나 막걸리를 함께 하면 더없이 좋은데, 그 맛을 아는데 함께 하지 못하니 그저 서운할 뿐이다.

 

밥을 말아서 묵밥을 묵밥답게~

밥이 어느정도 식었다면, 묵밥을 묵밥답게 먹기 위해 밥을 추가한다. 이제야 묵밥답다. 밥을 말면서 묵밥을 좀 더 먹기 편하도록 묵을 한입 크기로 아작을 낸다. 그래야 숟가락에서 묵이 떨어지지 않는다.

 

굴뚝배기전문점 모려는 전체적으로 간이 강하지 않아서 좋아하는데, 묵밥은 조금은 강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묵밥 자체도 간이 약한데, 여기에 밥을 말고나니 싱거워졌다.

 

밥을 말기 전에는 반찬이 없어도 후루룩 마시듯 먹으면 되는데, 밥이 들어가니 싱거움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소금을 넣을까 하다가 잘못 넣어서 짠맛이 도드라지면 안되기에, 김치를 더한다. 아삭한 깍두기에 배추김치를 올리니, 이제야 싱거움이 사라졌다. 

양이 그리 많지 않기에 두부국수를 추가로 주문해야지 했다. 그런데 다 먹고 나니 배가 부른다. 국수가 들어갈 자리는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무리다. 본격적인 무더위는 이제 시작이니, 시원한 두부국수를 먹으러 갈 날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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