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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에서 원전은 과학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다. 한때는 그랬는지 모른다. 그 진실을 모른체, 그저 전기를 만들어 내는 안전하고 고마운 존재로 과대포장을 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그리고 작년 경주 지진으로 원전은 안전하고 고마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럼에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어김없이 원전을 가동 될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호들갑을 떤다고 할 거 같지만, 차라리 호들갑에서 끝낼 수 있다면 좋겠다. 영화 판도라도 그렇고, 소설 천공의 벌도 그렇고, 원전은 이제는 정말 사라져야 할 최악 중 극최악이 아닐까.


히기시고 게이고의 천공의 벌은 1995년에 출판된 소설이다. 그후 16년이 지난, 2011년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났다. 어느 초밥집 앞에 있는 안내문, 저희는 일본산은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일까? 원전사고로 유출된 방사능 때문이다. 


영화 판도라를 볼때 느꼈던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이 천공의 벌에서도 똑같이 느껴졌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이 될 수도, 아니면 내일이 될 수도 있는 원전사고, 제발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그저 희망사항이다. 예정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탈핵만이 답이다.



영화 판도라는 지진으로 인해 원전이 폭발을 한다. 그러나 천공의 벌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테러로 인해 원전이 폭발 위기에 처한다. 현실감은 떨어지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문체로 소설의 짜임새는 영화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테러에 사용된 무기는 최첨단 헬리콥터다. 원격 조종이 가능한 헬기, 빅B을 만들었다. 영수비행을 앞두고, 누군가에 의해서 헬기가 날아오르더니, 고속 증식 원형로 신양 상공에 떠있다. 그리고 협박장이 도착한다. 현재 가동중인 원전을 모두 사용 불능 상태로 만들지 않으며, 대량의 폭발물이 실려 있는 헬기를 추락시키겠다.  


아무래도 작가는 이과 출신인 거 같다. 라플라스의 마녀와 몽환화 그리고 천공의 벌까지 소설인데 넘 전문적이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중 1/3정도가 과학관련 논문같다. 내용상 필요한 부분이라는 건 알겠는데, 기본상식이 없어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야 했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다 이해해 나가면서 읽었는데, 나중에는 겁나 전문적이라 무시하고 줄거리에 비중을 뒀다. 그래, 헬기를 훔쳤고, 원전 위로 헬기를 보냈어, 그리고 협박장을 보냈으니, 이제는 원전이 폭발될까? 말까? 여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여기에 극의 재미를 위해 양념이 추가된다. 헬기에 사람이 타지 않았어야 하는데, 연구원의 아들 하나가 타고 있던 것이다. 이제서야 책 읽는 맛이 나기 시작했다. 헬기는 그 자리에서 이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가 타고 있는 헬기에 다른 사람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그 상태에서 아이를 구해야 한다.


【관계 각료 회의가 지금 막 끝나고 아사카와 총리대신이 전국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을 내렸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아사카와 총리대신이 어린이를 구출하는 조건으로 범인이 내놓은 요구를 수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범인의 지시대로 이 상황을 텔레비젼으로 생중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분문중에서)】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아니 그네들이었다면, 절대 수용하지 않을텐데, 일본은 다르구나 했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이건 좀 심한데 했다. 그런데 역시 후반부에 진실이 밝혀진다. 어떠한 장치를 활용해 눈속임을 했기 때문이다. 


【범인이 아이를 구출하기 위한 교환조건을 제시했을 때 정부가 가장 의식한 것은 국민의 눈이었어. 원전을 정지하지 않으면 인명을 가벼이 여긴다는 비난이 쏟아질 판이었지. 그렇지만 정지하고 싶지는 않았어. 그건 단지 위신의 문제가 아니야. 한 번이라도 모든 원전을 정지했다는 실책을 남길 경우 이후의 원전 정책에 영향을 미치 우려가 있기 때문이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아마 정부 수뇌들이 적잖이 골머리를 썩였을 거야.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그 방법이었어.(본문중에서)】


2명의 테러범. 시작은 헬기를 훔치는 거였다. 단지 그뿐이었다. 여기에 그가 동참하면서, 일이 커져버렸다. 국회의사당에 헬기를 추락시킬까 했던 계획은 그로 인해 원전으로 목적지가 수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래야만 했을까? 왜 범인들은 원전을 폭발하려고 했을까? 그저 내 일이 아니면 나몰라라하는 침묵하는 군중에게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 그러나 침묵하는 군중은 원전의 위험성 보다는 원전이 가동을 멈추는 바람에 에어컨(전기)을 쓸 수 없는 거에 짜증을 낸다. 원전 근처 주민들은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봐, 사재기에 피난 준비를 한다. 그나마 탈핵을 원하는 사람들만 테러범들을 지지할 뿐이다. 침묵하는 군중이 되지 말자,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원전이 대형 사고를 일으키면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도 피해를 입게 돼. 말하자면 나라 전체가 원전이라는 비행기에 타고 있는 셈이지.아무도 탑승권을 산 기억이 없는데 말이야. 하지만 사실은 그 비행기를 날지 않도록 하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럴 의지만 있다면, 그런데 그럴 의지가 보이지 않아. 승객들의 생각도 모르겠고, 일부 반대파를 제외하곤 대부분 말없이 좌석에 앉아 있을 뿐 엉덩이 조차 들려고 하지 않아. 그러니 비행기는 계속해서 날 수밖에 없잖아. 그리고 비행기가 나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비행기가 잘 날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어. 유하라 자네는 어때, 일본이 앞으로도 원자력에 의지하는 것에 찬성이야 반대야?"

어려운 질문이군, 이렇게 대답하면 영악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원전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니 사고만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야."(본문중에서)】


피할 수 없으니, 사고만은 제발~ 나도 그랬다. 그런데 이제는 탈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더 안전한 에너지를 개발하는데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영화 판도라도 소설 천공의 벌도 재미로만 보면 노잼에 가깝다. 판도라는 너무 신파로 갔고, 천공의 벌은 처음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려줬고, 아이가 구출된 후부터 재미가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타격이 그리 크지 않겠지만, 원전은 한번 잃으면 끝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천공의 벌, 예언서가 아니라 소설책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영화로도 나왔다고 한다. 작년 11월에 개봉을 했는데, 누적관객수가 222명이란다. 영화가 아니라 책으로 읽기 진짜 잘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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