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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에 너무 약한 1인이라서, 오후 3시 이후로는 커피를 안 마신다. 마셨다가는 그날 잠은 포기해야만 한다. 이런 나에게 에스프레소는 독약이자 사약이다. 절대 마셔서는 안되는 새까만 물이다. 정말 마시게 될 줄은 몰랐다. 더위를 먹어서 미쳤던가? 아니면 우리 커피라서? 이래서 신토불이, 신토불이 하나보다. 우리 커피로 만든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는 곳, 전남 고흥 커피마을이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은 있다. 순간 착각을 할만큼 진짜 멋진 집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빨강과 파랑 파라솔만으로 여기가 한국인지? 해외 유명 휴양지인지 헷갈리게 한다. 이런 곳에서 마시는 커피라면, 달달한 믹스커피보다는 백만배 좋을 거 같다. 커피 맛 진짜 모르는 1인이지만, 분위기가 이런데 어찌 좋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언제나 옳다. 풍경은 참 좋지만, 역시 여름엔 에어컨이 짱 좋다. 시원한만큼 높은 천장에 대형 통유리가 참 인상적이다. 맑은 날도 좋지만, 여기 분위기는 느낌적인 느낌상 비오는 날이 최고일 듯 싶다. 아무리 혼술, 혼밥이 좋다고 해도, 여기는 무조건 둘이 와야 할 거 같다. 커피마을 분위기가 혼자 오지 말라고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락방이라고 해야 할까? 연인만을 위한 단독 공간, 차마 올라갈 수 없었다. 속으로 다짐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연인이 되는 그날, 여기에 다시 올거라고...



왜 이곳에 왔을까? 단순히 풍경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아니다. 진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던 커피는 100% 수입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커피를 재배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다. 전남 고흥은 커피를 재배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이제 커피도 신토불이다. 전남 고흥 커피마을은 우리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란다. 커피가 커피겠지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다르다. 커피무식자라서 전문적이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름이 확실히 느껴졌다. 왜냐하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스프레소를 마셨고, 늦은 오후에 커피를 마셨는데도 그날 잠을 잘 잤기 때문이다.



메뉴판은 2가지 종류의 커피가 있다. 블렌딩은 일반적으로 커피전문점에서 마셨던 그런 커피라고 한다. 커피마을이 여기서 재배한 커피라고 한다. 재배부터 로스팅까지 모든 작업을 여기서 다 한다고 한다. 가격차이는 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일반커피보다는 커피마을 커피로 주문을 했다. 늦은 오후라서 달달한 마끼아또를 마셔야 하지만, 우리 커피의 향을 음미하고 싶어 아메리카노를, 함께한 너님은 덥다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커피사관학교를 같이 한다고 하더니, 현재 교육생을 모집 중이란다. 멀지만 않으면 배우고 싶은데, 서울에서 고흥까지 배우러 오는건 불가능이라서 포기했다.



커피를 A부터 Z까지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근처에 있는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 갈 수 있단다. 따로 돈을 받는 것도 아니라고 하니, 떠날때 보기로 했다.



밖에서 마셔도 참 좋을 거 같은데, 아직은 무리다. 선선해지는 가을날에는 안보다는 밖이 더 좋을 거 같다. 



흐릿한 저 바깥풍경에 커피나무 비닐 하우스가 있었는데, 날려버렸다. 앞에 있는 커피콩때문에...



우리 커피로 만든 아메리카노, 바리스타가 마셔보면 쓴맛은 덜하고 산미가 느껴질거라고 한다. 음... 정말 그런지 마셔봤다. 아니 우선 향부터 맡았는데, 별,콩다방에서 맡았던 커피향보다는 많이 약하다. 커피하면 딱 느껴지는 향이 생각보다 많이 약하다. 그리고 색도 많이 옅다. 물을 타서 그런가 싶었는데, 바리스타가 아니란다. 전문점보다는 향도 색도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 맛이 약하다고 말하는 손님이 많단다. 이건 로스팅을 할때 강하게 하지 않아서 그런거란다. 중 뭐에서 약 뭐까지 전문용어를 사용했는데, 솔직히 뭔 소리를 모르겠다. 암튼 진하게 로스팅을 하지 않았다는 뜻인 거 같다. 


그럼 맛을 볼 차례, 산미(신맛)이 느껴진다고 했는데, 음... 모르겠다. 쓴맛은 확실히 느껴지지 않는데, 산미는 글쎄 모르겠다. 와인처럼 입인에 물고 있었는데, 뭔가 신맛스러운 맛이 느껴지긴 했는데 솔직히 모르겠다. 대신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참 깔끔했다. 더불어 잡스런 향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암튼 그동안 전문점에서 마셨던 커피랑은 확실히 달랐다. 여기 커피라면 2잔정도는 충분히 마실 수 있을만큼 순하고 부드러웠다. 여전히 산미는 잘 모르겠지만...



커피무식자가 계속 산미가 느껴지지 않다고 했더니 불쌍했는지, 제대로 산미를 느껴보라고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줬다. 왼쪽은 에스프레소, 오른쪽은 에스포레소라떼다. 오호~ 받자마자 든 생각, 이건 무섭다. 이건 사약이다. 그래도 만들어 줬으니, 그리고 우리 커피라고 하니, 이번에는 호기심이 더 강했나보다. 왜냐하면 마셨기 때문이다. 난 에스프레소, 넌 라떼를 줬는데, 너님은 거부했다. 밤에 잠을 못잘 거 같아서 그렇단다. 아하~ 모르시네. 에스프레소가 아메리카노보다 카페인이 더 약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걸 알면서도 그동안 안 마신 나는 무서워서...



처음에는 정말 입술에 살짝 대기만 했다. 크~ 역시 엄청 겁나 쓰다. 그냥 쓰기만 하다. 이걸 어떻게 마시라는 건지. 옆에 있던 주인장이 에스프레소는 그렇게 마시면 안된단다. 그래서 어떻게 마셔야 하냐고 물어보니, 쭉~ 한번에 마시란다. 그래서 내가 이랬다. "에스프레소도 소주처럼 꺾어 마시면 안되는 군요." 


그렇단다. 에스프레소는 한번에 다 마시고 그 뒤에 오는 향을 음미하는 거란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그렇게 마시고 난 후에, 살짝 어딘가로 갔다 올 수도 있단다. 아주 잠깐이지만, 환각(?)이 온다는 것이다. 음... 궁금하다. 진짜 궁금하다. 그럼 해보는 수밖에...


한번에 다는 솔직히 부담스러워서 아까보다는 좀 많이 마셨다. 입에 가득은 아니고, 와인 테스트를 하는 거처럼 살짝 입안에 넣었다. 아직 목으로 넘기기 전, 입 안 가득 무언가가 느껴진다. 아하~ 이게 신맛 즉 산미구나. 분명 쓴 커피인데, 그 안에 이런 풍성한 산미가 있다니, 놀랍다. 한참을 그렇게 머물다, 목으로 넘기고 물을 마시니 잔향이 장난이 아니다. 어찌나 여운이 오래동안 계속 되던지, 이래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나 했다. 



조금씩 조금씩 마시다보니, 어느새 반이나 마셨다. 그리고 과감히 도전을 했다. 꺾지 않고, 다 마셨다. 사약이 아님을 알았고, 풍부한 산미에, 엄청난 여운을 느꼈으니, 이제는 살짝 갔다 올때가 됐다. 이건 진짜 엄청난 도전이다. 커피무식자이자, 카페인에 엄청 약한 자이자, 에스프레소는 태어나서 처음인데, 그런데 마셨다. 오호~ 이제야 알겠다. 왜 에스프레소를 한번에 다 마셔야 하는지 말이다. 아~ 이게 진짜, 입안 가득을 넘어 말초신경까지 엄청난 산미가 전달되는 느낌이다. 산미라고 말하지만, 식초의 신맛은 절대 아니다. 단순히 산미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게 아쉬울 정도다. 야~ 이거 진짜 엄청나군.


여운이 어찌나 길던지, 커피 향이 나오는 장치를 몸 속 어딘가에 만들었다고 착각할 정도로 향이 계속 나고 또 났다. 그리고 살짝, 아주 살짝이지만, 히힛 기분이 좋아졌다. 내 이런 모습을 본 너님이 웃으신다. 나도 내가 어딘가에 갔다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절대 기분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더불어 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지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거 같다. 그리고 아메리카노는 진짜 맛없는 커피라는 것도 알았다. 



우리 커피라서 그런가? 품종은 같아도 지역이 다르면 맛이 달라진다고 하던데, 우리 커피라서 나에게 맞았던 건가 싶다. 가던 길을 멈추고 커피 한잔 마시자고, 멀리 온 보람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 맛본 에스프레소, 커피마을이라서 가능했던 거 같다. 



커피나무가 있는 곳. 누구다 구경할 수 있단다. 커피는 0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죽지 않는단다. 



비닐하우스라고 해서 더울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햇빛가림을 해서 덥지 안고 시원했다.



그냥 넓다란 풀잎인데, 이게 커피나무란다. 에스프레소도 처음, 커피나무도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나저나 엄청난 규모다. 여기서 나오는 커피가 좀 전에 내가 마셨던 그 커피다. 우리땅에서 나온 우리 커피, 수입산보다는 국내산이 더 좋으니, 커피도 고흥커피가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커피콩일거라 생각하고 담았는데, 아니라면...



이날 밤, 난 잠을 잘 잤을까? 카페인에 약한 내가, 늦은 오후에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까지 마셨으니, 잘 잤을까? 결론은 너무 겁나 잘잤다. 신기할 정도로 숙면을 취했다. 커피를 마셨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마시기만 하고, 따고 구입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다있네에서 커피 도구를 사면 되는데, 그래서 직접 갈아서 하루에 한잔씩 마시면 참 좋을텐데, 왜 그냥 왔을까? 고흥에 다시 갈 일이 또 없을텐데, 걱정이다. 명함이 있으니,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택배로 보내줄 수 있냐고? 우리밀로 만든 빵이 좋듯, 우리커피로 만든 커피가 더 좋겠지. 또 한번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싶다. 이번에는 절대 꺾지 않고 한번에 다 마실 수 있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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