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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는 이미지입니다. 내용과 맞는 이미지를 찾을 수 없거든요. (올림픽 공원의 가을, 캐논 400D)

 

 

   화장실에서!!

 

 

"응 자기야, 내가 오늘 영화 예매했으니, 이따 저녁에 00동 000에서 만나. 아~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부장인간이..."

 

뜻하지도 않게 어느 여성의 통화 내용 듣게 됐다. 오지랖도 없고 남의 얘기에 별 관심도 없는 내가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른 사람의 통화를 들어야만 하는 걸까? 그것도 화장실에서 말이다.

 

나도 가끔은 화장실에서 통화를 한다. 그러나 칸 안에 들어가서, 볼일을 보면서 통화하지는 않는다. 요즘 휴대폰이 너무 좋아져서, 주변 소리도 다 들을 수 있는데, 굳이 한가지 일에만 충실하지 꼭 통화를 해야 하는 건가? 그렇다고 그분에게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말을 하지는 않는다. 상대방에게 목소리와 함께 다른 소리도 전할 수 있는 사이라는데 내가 굳이 나셔서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자 화장실에는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소리를 작게 하기 위해, 새소리, 물소리 등등의 인공적인 소리가 나도록 만든 벨이 있다. 이게 다 자신의 소리를 남들에게 들려주기 싫어서라고 생각한다. 그런 벨도 없는 곳에서, 시원스레 내 안에 있던 한아름 수분을 밖으로 배출하고 있을 때, 옆 칸에서 들려오는 "여보세요"는 순간 날 당황하게 만든다.

 

나오고 있는 수분을 강제로 멈출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리를 작게 만들 수도 없으니, 무지 난감해진다. 통화하는 그 분의 소리와 함께 내 소리까지 상대방에게 들릴 것이고, 수분도 문제지만 가끔은 수분과 함께 단단한 녀석이 나올 수도 있고, 여기에 늘 따라다니는 가스 소리까지, 누군지 모르는 분이지만 참 거시기(?)해진다. 통화하는 사람이야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원하지도 않는데 나의 생리현상을 생중계해야 하는 나로서는 무지 당황스럽다.

 

화장실에서 통화를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옆 칸에 있는 이름 모를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잠시만 참아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뿌잉뿌잉~

 

 

 

   버스, 지하철에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립스틱을 바르거나 물광 아닌 기름광으로 변해버린 얼굴에 파우더나 기름종이를 이용해 메이크업을 수정할 때가 있다. 그런데 아침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보는 고수들은 새삼 놀라움을 가지게 한다. 같은 여자이지만 어쩜 저리도 잘 하는지, 여기가 본인의 파우더 룸인지 착각할 정도로 남의 시선을 무시하고 정말 잘하는 고수들이 있다.

 

출근길에 만나는 고수들 중 단연코 최고는 마스카라와 아이라이너 공력을 보여주는 분들이다. 지하철이야 흔들림이 덜하지만, 버스는 급정거에 커브길에 안전턱까지 그야말로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 흔들림 속에 전혀 흔들리지 않은 자세로 뷰러로 속눈썹을 올리고 마스카라를 칠하고, 미세한 눈가에 아이라이너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그분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솔직히 안 했으면 좋겠다. 같은 여자가 봐도 딱히 좋은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혼자 앉은 자리가 아닌, 2사람이 앉는 자리이거나 맨 뒷자리에서 옆 사람 생각도 안하고 그런 공력을 펼쳐주면, 안 보려고 노력해도 자꾸만 시선이 가게 된다. 본인들도 자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자꾸만 시선을 주는데, 어찌 안 볼 수 있을까? 출근길, 이름 모를 누군가의 빈대떡을 안 보려고 노력해도, 그 안에 있는 자그마한 당근의 개수까지 보게 되는 거처럼 말이다.

 

지금은 다른 버스를 타고 다니지만, 한때 나와 같은 정류장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나보다 2정거장 먼저 내리는 고수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분은 늘 같은 공력을 펼쳤는데, 봐도 봐도 그저 놀라웠다.

 

고수의 모습은 이랬다. 가장 먼저 버스를 타려고 한다. 타자마자 비어있는 자리를 바로 스캔하고 앉는다. 앉자마자, 가방에서 커다란 파우치를 꺼낸다. 기초화장은 하고 나온 듯, 메이크업 베이스부터 시작해, 파운데이션, 파우더, 아이새도우, 아이라이너, 뷰러, 마스카라 그리고 립스틱까지 몇 정거장을 지나지 않았는데 완벽하게 풀메이크업을 한다. 한 정거장을 남겨 놓고, 살짝 미소를 보이면서 볼터치까지 끝내고서야 카드를 찍고 들어올 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사라져 간다. 내가 본 최고의 고수가 아닐까 한다. 한번은 버스가 급정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반동으로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살짝 쏠렸는데, 그 분만은 전혀 흔들림 없이 마스카라를 살며시 잡고 기다리고 계셨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자, 그분의 손도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내가 모를 그들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래도 쫌, 제발, 뷰러와 마스카라, 아이라이너는 멈춰줬으면 좋겠다. 본인들이야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하겠지만, 모르는 사람도 변해가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버스가 본인의 화장대가 아니므로 잠시만 참아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뿌잉뿌잉~

 

 

 

   이어폰 없으세요?

 

 

답답한 지하철 보다는 버스를 선호한다. 밖의 풍경도 볼 수 있고, 운전기사님이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어폰으로 나만의 음악을 듣고 있어서 라디오 소리와 합치게 되면 싫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라디오를 꺼달라고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볼륨을 더 높이던가, 잠시 끄면 되니깐 말이다.

 

그런데 버스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 외 다른 소리가 들려올 때가 있다. 학교 수업 시간에 잡담을 하면 지방방송 끄라고 하는 선생님의 말처럼, 지방방송이 들려 올 때가 있다. 버스에 라디오가 2개가 아닐 텐데, 왜 여러 개의 소리가 들릴까? 유심히 들어 보니, 음악이 아닌 사람들의 대화 소리였다. 누가 스피커 폰으로 통화를 하나 싶어 이리저리 살펴봐도 딱히 통화하는 사람도 없는데 라고 생각하던 차, 이어폰 없이 DMB 방송을 보고 있던 어느 분이 보였다.

 

일일드라마를 열심히 시청하고 계신 그 분. 무슨 드라마인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데, 버스 안 모든 승객에서 드라마 홍보를 하시는 건가 싶을 정도로 라디오 소리보다 더 큰 소리로 우리 집인 듯 열혈시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 이어폰 없으세요? 여긴 당신의 집이 아니잖아요'라고 당당하게 말을 하고 싶지만, 감히 절대 그런 말은 못한다. 그저 속으로만 삐리리~ 삐리리~ 피리를 부를 뿐이다.

 

버스 안에서 이어폰 없이 DMB 시청을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버스가 방이 아니므로 잠시만 참아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뿌잉뿌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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