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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의 영조가 궁금했다. 대하드라마에서 봤던 영조는 근엄하고 위압적인 그야말로 왕의 표본이었다. 그런 영조를 송강호가 연기한다니, 그의 영조는 어떨까? 드라마에 나왔던 영조와 별반 차이가 없을거 같았는데, 있다. 역시 송강호였다. 송강호 안에 영조가 있는게 아니라, 영조 안에 송강호가 있었다. 근엄하고 위압적인 영조인데, 잠깐 잠깐 변호인의, 설국열차의, 넘버 3의 송강호가 보였기 때문이다.


송강호의 독특한 음색때문이랄까? 분명 영조인데 자꾸만 그가 보이는지, 그렇다고 기분이 나쁜건 아니고 기존에 봤던 영조와 다른 면이 있어 신선했다.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임오화변은 역사교과서보다는 대하드라마에서 많이 봤던 내용이다. 그때 사도세자는 미치광이고, 영조는 어진 임금으로 나왔다. 못난 자식을 어쩔 수 없이 죽여야만 했던 아버지로만 기억했었다. 그러나 미치광이로만 알았던 그의 존재는 재평가 되었고, 영화 사도는 착하고 똑똑했던 세자가 노론 소론의 당파 싸움에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를 보여준다. 아버지를 이해하면서도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던 사도의 이야기, 영화 사도다.



(출처 - 다음영화)

형을 독살했다는 의혹과 천민 출신의 후궁 소생이라는 말을 항상 들어야만 했던 영조. 그의 조선은 처음부터 위태위태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탕평책을 시행했으며, 어진 임금으로 역사를 그렇게 기록하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니 그러했을 것이다. 첫 아들의 죽음 그리고 나이 40에 얻은 사도, 얼마나 기뻤을까? 자식에게 왕위를 넘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2살도 되기 전에 세자로 책봉하고, 어린 아들에게 어진 임금이 되기 위한 가혹한 교육을 지시했다.


"놀이는 한때의 맛이고, 학문은 평생의 맛이다." 

세자는 선행학습, 엘리트 교육, 영재학습의 폐단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아버지의 엄청난 기대에 부담이 느낀 세자는 삐뚤어지기로 맘 먹는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강아지 그림을 그리고 활이나 쏘면서 놀기 바쁘다. 그의 모습에 답답한 아버지 영조는 결단을 내린다.


"자식이 잘해야 애비가 산다." 

양위파동과 대리청정으로 영조는 세자를 시험하고 싶었다. 허나 그로 인해 둘 사이를 겉잡을 수 없게 멀어져 갔고, 결국 영조는 아들을 뒤주에 가두게 된다. 신하들의 충성도를 시험하기 위해 했던 5번의 양위파동은 실제로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기에 신하들은 거듭 만류를 해야만 했고, 그때마다 세자는 석고대죄를 해야 했다. 그리고 사도는 대리청정을 잘하고 싶었다. 신하를 무서워하는 왕보다는 신하들이 무서워하는 왕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나는 반댈세를 외치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왕가에서 자식은 원수처럼 기른다." 

말이 씨가 된다고 정말 원수가 되었고, 결국 사도는 8일동안 뒤주에 갇혀 죽음을 당하게 된다.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다." 

그토록 바라고 원했지만, 결국 사도는 왕이 되지 못하고 죽음을 맞게 된다.



남편을 죽인 시아버지, 그러나 혜경궁 홍씨는 그를 미워할 수가 없다. 이 모든 수모를 다 참고 견뎌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세손, 즉 정조다. 남편은 왕이 되지 못했지만, 아들만은 꼭 왕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비참하게 죽어야 했던 남편의 원한을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도가 죽은 날, 아비 곁에서 떨어지지 않겠다는 정조를 따귀까지 때리면서 시아버지에게 보낸 강한 어머니였다. 그리고 결국 어린 세손은 왕이 됐다. 그리고 아버지의 무덤가에서 자신땜에 당신이 죽었다고 통곡하는 아들 곁에, 60세 노모는 함께 울어준다.


설마 했는데, 60세의 혜경궁 홍씨까지 문근영이 연기할 줄은 몰랐다. 슬픈 장면이었는데, 웃음이 났다. 엄청 몰입했다가, 한순간에 튕겨져 나와버린 느낌까지 들었다. 소간지 정조 옆에 늙은 분장을 한 문근영,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처럼 다가와야 하는데 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더구나 옹주로 나왔던 빵구똥구 진지희까지 그녀들의 노인분장은 옥의 티다.



짧은 등장이지만 강렬한 인상은 준 정조 소지섭. 정조하면 이산에 나왔던 이서진이었는데, 이제는 사도 소지섭으로 바꿔야 할 듯 싶다. 그가 연기하는 정조를 더 보고 싶기에,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됐으면 참 좋겠다. 우수에 젖은 눈빛에 강력한 카리스마 그러나 슬픔을 감추고 있는 그, 누가봐도 정조로 보였고, 딱 정조였다.


왕위를 지키기 위해 아들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영조. 한 나라의 왕이 되기 보다는 아들이 되고 싶었던 사도. 아들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포기해야 했던 혜경궁 홍씨. 배 아파 낳은 아들이지만 더이상 미쳐가는 아들을 볼 수 없었던 어머니 영빈. 살기 위해서 아버지를 죽였던 할아버지를 따라야 했던 아들 정조. 내가 살기 위해, 가문을 살리기 위해 사도를 당파 싸움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야 했던 신하들. 누가 사도를 죽였을까? 참 슬픈 역사다.


그러나 조카를 죽여야 왕이 될 수 있었고, 동생을 죽어야 왕이 될 수 있었고, 아내를 죽여야만 했던 왕도 있었다. 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왕으로 살기 위해, 그렇게 피의 역사는 늘 함께 했었나 보다. 그러나 역사는 그들을 성군이라고 부른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송강호라는 엄청난 배우 앞에 절대 굴하지 않은 유아인. 솔직히 송강호 때문에 본 영화인데, 유아인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다. 아니다. 내 눈물샘을 통제불능으로 만들었던, 어린 세손도 있다.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 아비한테 물 한잔 주려고 온 세손을 보면서 정말 펑펑 울었다.



창경궁에 있는 문정전.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음을 당했던 곳이다. 영화 사도를 보기 전에, 역사에 대해 미리 알고 가면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금천교가 뭔지? 왜 영조는 경희궁으로 갔는지? 영조는 창경궁에서 경희궁으로 가는데 왜 가마를 타야 했는지? 등등 알고 보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사도 (2015)

The Throne 
8.3
감독
이준익
출연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전혜진, 김해숙
정보
시대극 | 한국 | 125 분 | 2015-09-16
글쓴이 평점  



■ 영조가 머물렀던 경희궁이 궁금하다면, 사도가 죽음을 당했던 창경궁 문정전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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