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당첨, 나에게는 개꿈 (캐논400D)
누구나 한번쯤 일확천금을 꿈꾼다. 그 수단으로 복권을 산다. 그리고 일주일을 기다린다. 안 됐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고, 또 복권을 산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을 기다린다. 이렇게 반복된 생활을 하더라도, 복권 1등 당첨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복권을 사는 내 주변 남자들의 이야기이다.(노지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추억이 생각났거든요^^)
출처 - 정책브리핑 홈페이지
옛날 옛날 주택복권 시절 그분의 이야기!!!
그분은 월요일 오전 어김없이 그 곳에 간다. "주택복권 2장 주세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일주일치 행복티켓을 구입하는 걸로 한 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일요일 점심, 이쁜 언니야들이 화살을 들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뒤에 보이는 둥근 판 여러 개 돌고 있을 때,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린다. "쏘세요'." 집중도 그런 집중을 본 적이 없지만, 화살촉에 박힌 번호들을 눈 깜짝할 새에 스캔을 한 뒤, 메모지에 적어 놓는다. 그리고 본인의 복권과 비교한다.
물론 될 턱이 없다. 그래도 후회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어차피 안 될 거라는 걸 알았던 사람처럼 말이다. 부욱~ 작게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난 후, 행복티켓이었던 주택복권은 한낱 종이조각이 되어 그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다시 찾아오는 월요일 아침, 어김없이 또 간다. "주택복권 2장이요." 간혹 방송에 나온 번호를 잘못 스캔했다고 느끼거나, 가끔 복권당첨 방송을 놓치게 되면, 월요일 아침 풍경에 새로운 모습이 하나 더 늘어난다. 바로 애인을 기다리는 거처럼 신문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복권 번호가 나오는 지면을 외우고 있는지, 바로 그 곳에서 그분의 눈동자는 유난히 바삐 움직인다.
어릴 때 늘 보던 아빠의 모습이다. 솔직히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왜 복권을 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가끔 당첨이 되기도 했던 거 같은데, 1등은 아니었던 거 같다. 만약 1등이었다면, 내가 요렇게 살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깐 말이다. 복권에 대한 애착이 심했던 그분은 유독 복권만은 본인 손으로 구입하셨다. 주택복권 시대가 가고 로또라는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조금은 불편한 복권이 찾아 왔다. 주택복권이 진정한 복권이라고 생각하셨기에, 처음에는 로또를 무지 싫어하셨다. 그리하여 이젠 복권에 대한 꿈을 접으셨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그분의 지갑에서 살짝 나온 5개 번호가 선명하게 프린트 되어 있는 그 종이를 보고야 말았다. '아~ 여전히 하고 계시는 구나.' 시대가 바뀌어도 욕망은 멈출 수 없나 보다. 한편으로 참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지치고 힘든 일주일을 보낼 수 있는 행복티켓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짠해진다.
"아부지, 그 정성이 갸륵해서라도 1등은 몰라도 2등 정도는 되야 하는거 아닌가요?"
로또에 대한 세남자 이야기!!!
첫번째, 남자!!
아는 지인의 후배다. 모델 지망생으로 키 크고, 라인 좋고, 거기에 인물은 물론 저음의 목소리까지 좋은 그야말로 완벽한 남자다. 유명 모델이 아닌지라, 돈을 벌기 위해 핫플레이스인 압구정 옷 매장에서 알바를 했다. 사건은 여기서 일어났다.
"갑돌아(가명^^) 니 가서, 로또 좀 사온나."
"10만원을 다요."
"내는 원래부터 요렇게 한다."
"그럼 번호는 어떻게 할까요?"
"니가 알아서 해라. 그대신 자동은 하지 말아라."
로또 가격이2,000원 시절로 10만원이며 복권이 50개, 총300개의 숫자를 입력해야 했다. 갑돌이는 당당하게 편의점으로 갔고, 300개의 숫자를 다 체크하는 게 귀찮았지만, 정성과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다가온 로또 발표일 당일.
"내, 다시는 니에게 이런 심부를 안 시킬란다."
"아니 사장님 왜?"
"무딘 자슥아(꿀밤 한방 날린 후), 요로케 하기도 힘들것다."
로또 결과는 과히 놀랍고 충격이었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때, 1등이 당첨이 된 줄 알았다. 그런데 1등은 고사하고 5등짜리도 하나도 없는 그냥 올 꽝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놀라운 사실은 갑돌이가 선택한 번호에서 6개 당첨 번호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즉 당첨 번호를 제외한 나머지 번호로만 조합을 해서 기입을 했다는 것이다. 당첨 안 된 번호만으로 다시 했으면 1등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어떤 번호에 체크를 했는지 좀 보면서 하지, 완벽한 남자에게 이런 허당스러움이 있었다. 우리의 완벽한 갑돌이는 이 사건 이후로 불운의 아이콘이 됐다고 한다.
출처 - 아시아투데이
두번째, 남자!!
지인의 회사 동료로, 그는 일명 오타쿠다. 일본 만화와 게임에 빠져 그의 집에는 항상 관련 캐릭터 상품들이 넘쳐났다.(직접 본 적은 없지만) 덕분에 일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하게 됐지만, 여친 없이 주말내내 만화에 게임에 그저 집에서 혼자 보내기 좋아하는 남자다.
그런 그가 매주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은 바로 로또를 사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여러 장이 아니라 딱 하나만 구입한다고 한다. 매주 다른 번호로 할거라 예상했는데, 그는 딱 한놈만… 아니 늘 같은 번호로 한 장만 산다는 것이다.
"아니, 로또가 그리 비싼 것도 아니고, 굳이 저럴 필요가 있을까?"
"냅둬, 괜히 오타쿠라고 하겠어"
"아무리 그래도 끈기 하나는 대단하구나"
"그런데 놀라운 사실하나 알려줄까?"
"뭔데."
"지난주 로또 1등 번호가 뭐였는지 알아?"
"나야 모르지, 난 전혀 관심이 없는걸."
"바로 오타쿠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구입했던 그 번호다."
"진짜, 진짜. 그럼 회사 그만뒀겠네."
"아니 오늘도 출근했는데."
"뭐야 그럼 1등을 하고도, 계속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겠다는 생각인 거야. 독하네 그 사람."
"아니 그게 아니라. 사실 지난주 로또를 안 샀대."
왜 로또를 안 샀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지만, 그분은 여전히 그 번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1등이 나왔음에도 계속 그 번호만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세번째, 남자!!
학교 동기로, 2,000원인 시절에는 20,000원 1,000원이 된 지금은 10,000원으로 항상 10개의 로또를 하는 남자다. 어느 자리에나 자신의 로또를 늘 자랑스럽게 보여주면서, 매번 하는 말.
"이번 주는 왠지 감이 좋아. 내가 1등만 되면 차부터 바꾸고, 여기 온 니들에게 두둑이 용돈도 줄게"
"와~ 선배님, 진짜죠. 진짜. 이거 각서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진짜 진짜죠." (남자 후배들)
"또~ 이번에 들으면 100번이에요. 그만 좀 해요. 이젠 지겹네요. 아~ 지쳐." (여자 후배들)
같은 말이지만,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대답을 한다. 말하는 사람이나, 받아주는 사람이나, 어쩜 이리도 단순한지. 늘 같은 말을 하는 동기와 그 말에 늘 같은 리액션을 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이 복권은 1등짜리 복권이구나 했다.
나에게 복권은, 행복티켓도 아니고, 그저 한낱 종이조각이다. 그러나 가끔은 일확천금을 꿈꾸기도 한다. 꿈에 돼지가 나오면, 꿈에서도 복권을 사자고 다짐하건만, 그 다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저 멀리서 멍멍이가 나타난다. 나의 복권당첨의 꿈은 이렇게 항상 개꿈으로 마무리 된다. 백화점에서 주는 100% 당첨 스크래치 복권은 당첨이 되도 별로 기쁘지 않는 꼴등. 송년회 같은 모임에서 하는 럭키드로는 처음에 뽑히지 않으면,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화가 나는 건, 내가 선택한 번호 바로 앞, 뒤에서 당첨이 된다는 사실이다. 진짜 한끗 차이로 말이다.
로또는 처음 나왔을 때, 1,000원으로 가격이 내렸을 때 사봤다. 하나는 직접 체크를 하고, 하나는 자동으로 해서 말이다. 그리고 가끔 술자리에서 지인이 소중한 물건인 듯 하사해 준거까지 포함하면 약 5번 정도 가져봤다. 나 같은 사람만 있음 복권 업체가 망하겠지만, 그럴 염려는 안 해도 되겠지. 참, 예전에 스포츠토토인가 ? 거기 근무하는 분과 소개팅을 한 적이 있는데, 직원들은 자기네 복권을 구입할 수 없다고 했었던 거 같다.(굳이 이 얘기는 안 해도 되는데, 이런 못쓸 기억까지 나네^^)
다가오는 일요일 1명 또는 2~3명에게는 꿈 같은 일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고, 남은 다수의 사람들은 월요일 편의점으로 달려가겠지. 다음주 나도 오랜만에 로또나 사볼까나.
포스팅하자마자, 또 다음 메인에 짜잔~~(20141017)
재밌게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제가 또 베스트에 선정됐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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