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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숲은 2017년 6월 10일 첫방을 했다. 그래 5월 우리는 파면된 대통령을 보내고 투표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했다. 드라마나 영화보다 현실이 더 영화같던 시기라, 비밀의 숲은 단순히 재미있는 드라마로만 여겼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구나, 작가가 누구인지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구나 하면서 본방사수를 했었다.

 

검찰 비리에 대한 뉴스를 접하긴 했지만, 비밀의 숲은 그저 드라마로만 여겼다. 더구나 드라마가 시작할때, "본 드라마의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자막까지 나오니, 드라마적인 상상이로구나 했다. 물론 100% 허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2017년에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2020년 4월의 어느 주말, 시체놀이를 하며 이틀동안 비밀의 숲을 정주행했다. 고작 3년 차이인데, 그때와 지금 드라마를 본 감정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황시목같은 검사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검찰이 되지 않았을까? 아니다. 큰 조직에서 황치목 혼자만 있으면 매장당하기 쉬울 거다. 한여진같은 든든한 조력자가 몇 명은 있어야 할 거다. 그리고 은근히 자신의 뒤를 받쳐주는 선배 검사도 필요할 거다. 고로 현실에서 황치목 찾기는 힘들거다. 드라마도 이는 아는지, 그에게 특이한 질병을 줬고 그래서 감정없는 인간으로 만들었다. 

 

한번 본 드라마이니, 이번에는 전체 줄거리보다는 장면 장면에 더 집중을 하면서 봤다. 특히 7화가 눈길을 끌었다. 살인자의 아들을 범인으로 만들기 위해 검찰은 공작을 펼친다. 좀만 자세히 살며보면 범인이 아닌데, 허술한 알리바이와 잘못된 기록으로 인해 그를 범인으로 만들 계획을 하고 이를 실행한다. 중정때도 아니면서 자백을 받기 위해 폭력을 쓰기도 하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황시목과 한여진이 그가 범인이 아님을 밝혀내니깐.

 

드라마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짜맞추기 위한 그들의 눈물나는 억지를 몇개월 동안 봐왔다. 드라마는 16화로 결말이 났지만, 현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고인물은 썩는다. 검찰은 군대못지 않게 상하관계가 확실하다. 누군가가 영전을 해도 떼거지로, 장례식장에 가도 떼거지로, 밥을 먹어도 떼거지로 그들은 혼자보다는 무리지어 다닌다. 그러다 보니, 자기 식구 챙기기만은 완벽할 정도로 잘한다. 유별난 황시목같은 검사가 없을때는 더 그럴 거다. 국회의원들의 최종 꿈은 대통령이라고 하던데, 검사의 최종 꿈은 총장? 아니면 정계진출? 그저 일개 검사로 끝내고 싶지는 않을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폰서가 필요하다. 

 

스폰서 검사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종종 접했다. 드라마에서는 장인, 현실에서는 장모 등 검사장쯤 되는 인물에게 가족의 범죄는 가볍게 눈 감아줄 수 있을거다. 드라마처럼 걸리지 않고 피해가는 방법 등 코치도 해줬을 거다. 고작 3년 차이인데, 그때는 재미나게 봤는데, 지금은 겁나 불편하게 봤다. 사랑도 변하는 세상에서 돈이나 권력 앞에서 검사로서의 신념과 초심쯤은 가볍게 변할 수 있을거다. 고로 사람에도 조직에도 충성하지 않는 황시목은 현실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검사다.  

 

"입 닥치고 혼가 가, 아니면 가족이 닫쳐."(11화 대사) 드라마나 현실이나 가족을 건드리는 건 똑같다. 40년 지기 친구가 잡히자, 꼬리를 자르기 위해 가족을 걸고 협박을 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이라서 씁쓸했다.

 

최종회에서 모든 사건의 큰 그림을 그린 기획자가 잡힌다. 그는 검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져." 하지만 우리의 황시목은 아주 시크하게 되받아친다. "안 무너집니다." 

 

살인자도 잡고, 비리까지 파헤치고 사건은 시원하게 끝이 난다. 이로인해 한여진 경위는 일계급 특진을 한다. 누가봐도 잘했으니 아낌없는 칭찬이 필요한데, 황시목 검사는 부장검사로 진급이 아닌 지방으로 좌천을 간다. 재벌에 국회의원까지 다 잡아 감옥에 보냈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곧 석방을 할거고 그때를 대비한 검찰의 제몸 챙기기랄까? 하지만 진짜 결말은 10개월 후 특검 검사로 컴백홈을 한다. 

 

비밀의 숲 시즌2를 한다는데, 이번에는 어떤 내용일까? 워낙 현실이 더 드라마같기에, 1편보다 못한 속편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시즌1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한 검언유착을 시즌2에서는 슬며시 집어넣으면 어떨까 싶다. 올 후반기에 방영을 한다는데, 전작보다 더 사실적인 검찰의 속내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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