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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도착했을때, 야속하게도 흐린날씨였다. 그래도 비는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흰여울길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여기를 떠나자마자 다시 비가 그쳤다. 이게 뭘까? 왜 여기만 비가 왔을까? 여전히 미스터리다. 부산에 가면 가고 싶었던 곳, 흰여울길과 영화 변호인 촬영지다. 비와 고양이만 아니었다면, 끝까지 갔을텐데 망했다.



하늘 참... 내가 부산에 왔다고, 반갑다고 너무 거한 환영식을 해주는 건가? 굳이 이렇게까지 안해도 되는데, 그저 어제와 같은 파란하늘이어도 충분한데, 하늘이시여~ 주차를 하고, 흰여울길을 향해 내려가는 중이다. 



좁다란 계단을 내려오면 흰여울길 시작이다. 여기가 시작점일까? 내려오기 전에 변호인과 나쁜놈들 전성시대 그리고 무한도전 촬영지였다는 안내판이 있었으니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해요라고 누군가 댓글을 달 거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작점은 여기가 아니었다.



<흰여울길은 태평양을 품고 있다. 마을길은 마을의 앞마당이다. 이 길은 버스가 다니는 절영로가 생기기 전까지 영도다리 쪽에서 태종대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 곳 골목길은 마을 사람들의 고단함과 웃음소리를 함께 기억하고 있다. 담장따라 흰여울길을 걷다 보면 어린시절 뛰놀던 골목길이 언뜻언뜻 떠오른다.> 아하 그렇구나. 



비만 오지 않았다면, 흰여울길로 갔다가, 아래 해안길로 다시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비가 점점 굵어지면서 포기했다. 날은 흐려도 비가 오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여기만 비가 내렸다. 좁다란 골목이 길게 이어진 흰여울길, 어릴적 땅따먹기 했던 골목과 너무나 닮아서 반가웠다. 한가지 다른 점이라면 바다가 없었다는 거.  



하늘도 바다도 때깔 한번 참 어둡다.



바다 한가운데 정박되어 있는 배들. 왜 거기에 있니? 설마 파업 중은 아니겠지. 아니면 불꽃놀이 준비중, 그러기에는 배가 너무 많다.



저 멀리 보이는 다리가 영도대교일까? 아니면 이름모를 대교.



누군가 살고 있는 곳이기에, 예쁜 벽화를 보더라도 소리를 지르면 안된다. 에티켓을 지킬 줄 아는 1인이니깐. 그런데 참 낯설지 않은 그림이다. 집도 나무도 그리고 꽃들까지도 저렇게 그렸던 적이 있었는데...



비가 내리는 바람에 짜증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엎친데 덮친다고 시련은 계속 됐다. 여기서 남들이 보면 아이구 예뻐라 하면서 어찌할 줄 모를거 같은 새끼 고양이를 만났다. 멀리서 보면 참 예쁜 냥이었다. 진짜 귀여웠다. 이건 인정하는데, 하필 냥이가 사진을 찍기 위해 가만히 서있는 나에게 다가와 스킨십을 해버렸다. 그 감촉이라, 완전 무서웠다. 


냥이보다 덩치가 몇십배나 더 큰 인간이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고, 고함을 고함을 어찌나 크게 지르던지, 눈뜨고 못볼 광경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나다. 진짜 덩치값도 못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민망하지만, 그때는 완전 무서웠다. 누가봐도, 고양이가 나를 더 무서워할텐데, 왜이리도 겁대가리가 많은지... 놀람 후 찾아온 부끄러움으로 인해, 후다닥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미안하다~ 냥이야.'



비는 계속 내렸지만, 사진을 찍기 위한 나의 열정을 계속 됐다. 점퍼 안에 카메라를 집어 넣고, 사진을 찍을때는 수건으로 감싸고 찍었다. 생활방수는 된다고 하지만,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비에 젖을까봐 애지중지 관리를 해야한다. 나는 비를 맞아도 되지만, 나의 애디는 비를 맞으면 안된다.



여기서 만난 두번째 냥이는 새끼가 아니라 큰눔이었다. 저기서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언 가이드가 녀석을 불러냈다. 계단을 내려온 냥이는 골목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았고, 나는 멀리서 얼음이 되었다. 좁은 골목에서 냥이를 피해 걷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벽에 붙어서 걸으면 녀석을 피해 지나칠 수 있을 거 같은데, 녀석이 뒤따라와 거친 스킨십을 할까봐 겁이 났다. 앞서 가던 가이드가 다시 고양이에게 다가와서, 녀석과 놀아주는 틈에 후다닥 지나칠 수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뒤따라 올까봐 계속 뒤를 보면서 사진이고 뭐고 경보를 하듯 빠르게 걸어갔다. 



고양이와의 사투를 끝나고, 다시 찾아온 평화. 그런데 자꾸만 불안하다. 어디선가 또다른 냥이가 나올거 같기 때문이다. 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비와 냥이로 인해 흰여울길은 이번 부산여행에서 가장 힘들고 무서웠던 곳이 되어 버렸다. 



솔직히 고양이에 대한 공포로 인해 중간에 포기하려고 했지만, 끝은 봐야하기에 참고 걸었더니 그곳에 도착을 했다. 흰여울길을 걸으면서 관광객 같은 사람을 별로 만나지 못했는데, 여기에 도착을 하니 겁나 많다. 사람 없는 틈에 사진을 찍어보려고 했는데, 무리다. 굵어진 빗방울로 인해, 참고 기다릴 수 없어서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에는 살림집이었을텐데, 영화때문이겠지. 현재는 빈 집이다. 영화 촬영지로 인기가 있다보니 빈집이 된 거 같다.



차라리 영화 세트로 꾸몄더라면 더 좋았을 거 같은데, 너무 휑하다. 영화 생각도 하면서 추억에 빠지고 싶었는데, 주변 환경이 관광객들로 인해 잔칫집같아서 그냥 나왔다.



바람개비를 만나기 위해서는 왔던 길을 되짚어 걸어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변호인 촬영지 근처에 있던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갔고, 볼 거 하나도 없는 대로변을 걸어서 아래로 내려갔다. 바람개비가 있는 이곳에 해안도로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지만, 이미 멘붕이 된 나에게는 더이상 의미 없는 곳이다. 


자~ 부산에 와서 바다를 봤으니, 또다른 부산의 명소를 찾아 출발이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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