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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영화, all)

 

아들의 여자를 사랑한 아버지. 가능한 일일까? 1992년대에 나왔던 엄청난 소재의 영화 데미지, 그 당시 영화관에서는 못 보고 비디오로 봤었다. 파격적인 소재이기에 기대를 많이 하고 봤지만, 가위질을 너무 많이 해버려서 생각보다 싱겁게 봤던 기억이 난다. '어쩜 야하다고 하더니, 별루...'이랬던거 같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막장 드라마를 하도 많이 접하다보니, 내성이 쌓였는지 파격적인 소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소재는 약해졌지만, 영화는 더 대담해졌다. 20년 전 가위질로 결정적인 장면을 볼 수 없었는데, 이제는 무삭제로 모두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20년 전에 데미지를 무삭제로 봤다면, 가장 잊을 수 없는 엄청나고 파격적인 영화가 됐을텐데...

 

 

1992년 데미지가 나왔을때, 우리나라는 2년동안 심의가 거부되어 수입 금지조치를 받았다고 한다. 아들의 여자를 사랑한 아버지라는 엄청난 소재였기에, 우리나라 정서상 개봉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겠지만, 그때는 그랬나보다. 그당시 루이 말 감독이 직접 내한해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도록 기자화견을 해, 1994년 문제가 되는 장면을 7군데 삭제하는 조건으로 심의를 통과했단다. 그러나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불륜장면을 모든 삭제하는 바람에 파격적인 소재가 별루 와닿지 않았었다. 그냥 에이 몹쓸 사람, 뭐 이딴 영화를 다 만들어, 이걸 영화라고 할 수 있나? 이러면서 그렇게 넘겨버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데미지 20주년 기념 무삭제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은 전세계 최초로 2012년 우리나라에서 개봉을 했다고 한다. 20년이란 세월만큼 시선도 많이 누그러졌는지, 이제 이런 소재쯤은 가볍게 여기는 문화가 됐는지, 암튼 그랬다고 한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15년 5월 모바일 올레TV를 통해 그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문제작 데미지를 무료로 봤다. 가위질을 하지 않은 무삭제를 말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아들에게 여자가 있다. 어느날 아들과 여자가 가족모임에 나타난다. 아들의 아버지는 여자를 보는 순간, 묘한 감정을 느끼고, 둘은 개인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날부터 둘은 격정적인 관계가 되면서 해서는 안되는 사랑을 하게 된다. 모든 이들에게 비밀로 하고, 둘만의 사랑을 나누게 된다. 아버지는 여자가 아들과 헤어지고 자기만 만나주길 바라지만, 여자는 둘을 다 만나고 끝내 아들과 결혼하기로 한다.

 

남자이기 이전에 아버지이기에 그는 둘의 관계를 정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둘은 다시 만나고, 다시 사랑을 나눈다. 그런데 그걸 아들이 딱 목격하게 된다. 그 자리에서 아들은 죽게 되고,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여자 곁을 떠났는지 알 수 없지만, 암튼 둘은 헤어진다. 아버지는 모든걸 다 잃고 혼자서 쓸쓸한 생활을 하게 되고, 여자는 다른 남자와 아이까지 낳고 잘 산다.

 

 

미션의 제레미 아이언스, 퐁네프의 연인의 줄리엣 비노쉬. 그당시 엄청난 배우들이었다. 그 둘의 만남은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대단했었다. 더구나 파격적인 소재라 더더욱 둘의 연기를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았을거 같다. 그걸 20년이 지난 2012년에나 제대로 봤으니, 아쉽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다.

 

안나(줄리엣 비노쉬)는 어릴적 자기때문에 친오빠가 죽였다. 그녀는 스티븐(제러미 아이언스)에게 울 남매는 서로 사랑을 했었다. 그런데 오빠가 자기를 너무 강압하는거 같아, 친구인 다른 남자와 놀러나갔다가 집에 와서 뽀뽀를 했는데, 그걸 오빠가 봤다. 그리고 자기를 버리지 말라는 오빠의 말을 무시했다가, 그날 저녁 오빠는 자살을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마틴을 만났다. 오빠가 죽은 날 함께 있었던 친구도 여전히 만나면서 말이다. 그리고 아버지까지 만난다. 지적이고 도도한 그녀는 팜므파탈이었던 것이다. 자기때문에 오빠가 죽어서 슬픈 그녀, 그런데 아들과 아빠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사랑을 나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텐데, 아마도 그녀는 자기에게 온 남자를 먼저 거부하는 그런 사람은 아닌가 보다.

 

 

또 남자가 떠난다고 하면, 붙잡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에게서 미련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먼저 손은 내민다. 이리와~ 나에게 와~ 나에게 와서 나랑 놀아, 그 농락에 아버지는 제대로 빠졌고, 첨에는 자신이 원해서 시작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은 자기의 모든걸 다 버리고 그녀만 찾는 그런 가여운 남자가 되어 간다.

 

장관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멋진 아내, 예쁜 딸, 잘난 아들까지. 그도 고민한다. 이 모든걸 다 버리고 단지 사랑을 찾아 떠날 수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녀를 만나지 않으면, 그녀를 품에 안지 않으면, 그녀와 함께 있지 않으면 미쳐버린다. 미친 장난은 결국 끝을 보고야 만다. 아들와 안나의 결혼 소식을 듣고 헤어지기로 맘 먹지만, 그녀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너무나 맹목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까지 와버렸기 때문이다.

 

헤어지기로 하지만, 여자는 여전히 자신을 잊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제안을 한다. 아들과 아빠를 다 자기가 가질 수 있는 제안을 말이다. 그들이 다시 만날 첫날, 아들은 그녀를 찾아 그녀가 구했다는 아파트에 오게 되고, 문 앞에서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주목하게 된다. 그런데 하필이면 좀 전에 아버지가 그녀를 보고 미쳐버리는 바람에 열쇠를 꺼내지 않고 방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열쇠가 있으니 열어달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어진 아들은 문을 연다. 그리고 둘만의 세상을 나누고 있는 그들을 목격하게 된다.

 

세 사람은 동시에 놀란다. 아버지와 여자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한채 아들을 쳐다본다. 그러나 아들은 피하고 싶은지 한발 한발 뒤로 가다가, 난간이 부러지면서 밑으로 떨어진다. 5층정도 되는 아파트였는데,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 난간이 허술했다. 그 자리에서 아들은 죽고, 놀란 아버지는 옷을 입을 생각을 못하고 1층으로 내려가 아들을 안고 운다.

 

구급차와 경찰차가 오는 와중에 그녀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난다. 그렇게 아들을 보내고, 아버지는 이혼에, 사직에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한다. 자기때문에 아들이 죽였음을 가슴에 새기면서 그렇게 폐인처럼 살아간다. 아들의 여자를 사랑한 아빠, 남자의 아버지를 사랑한 여자, 둘다 잘못인데 남자만 벌을 받는다. 그녀는 오빠가 죽는날 함께 있었던 그 남자와 아이까지 낳고, 아무일 없듯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사랑때문이라고 하지만, 해서는 안될 사랑도 있는 법이다. 둘의 사랑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은 없을거 같다. 대신 해서는 안될 사랑에 대한 결과가 너무 참혹하고 끔찍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거 같다. 무삭제로 본 데미지. 20년 전에 볼 수 없었던 러브신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파격적인 소재만큼 영상도 파격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드는데, 20년이라는 세월동안 더한 러브신을 많이 봤는지. 밋밋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엄청나지도 않았다. 솔직히 작년에 개봉한 마당뻉덕이 더 파격적인거 같다. 데미지는 스포보다는 가위질로 놓친 장면에 대한 궁금함이 있다면 봐도 좋지만, 내용을 다 안다면 굳이 볼 필요는 없을거 같다. 내성이 쌓인만큼, 파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데미지 (2012)

Damage 
8
감독
루이 말
출연
제레미 아이언스, 줄리엣 비노쉬, 루퍼트 그레이브즈, 미란다 리차드슨, 피터 스토메어
정보
드라마 | 프랑스, 영국 | 111 분 | 201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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