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잘 모르지만, 최근 한국영화를 보면 대체적으로 남자가 주인공으로 남자들의 거친 세계, 남자들의 욕망, 남자들의 우정 등등 남자, 남자, 남자뿐이었다. 그런데 눈에 확 들어온 그녀, 김.혜.수.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도 참 오랜만이지만, 기존에 봤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그녀의 모습이라, 영화 줄거리도 예고편도 안보고 바로 예매를 했다. 저 포스터만 보고 말이다. 결과는 참 잘했어요라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아이언맨도, 헐크도, 캡틴 아메리카도 그녀 앞에서는 벌벌 떨지 않을까 싶다. 대사 한마디 없이 그저 등장만으로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엄마로 불리우는 그녀,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밀입국한 사람들에게 가짜 신분증과 돈을 빌려주고, 그걸 갚지 못했을때는 돈대신 신체를 훼손해 장기밀매를 하는 참 아주 참 못된 사람이다.
두목이 있으면, 부하가 있는법. 엄마로 불리는 그녀는 부하대신 자식이 있다. 아니 자식으로 불리는 부하들이 있는 것이다. 여자가 보스, 그런데 보스라 부르지 않고 엄마라고 한다. 엄마 = 보스라는 셈. 모계사회가 생각이 났다. 엄마가 가족의 중심이며, 엄마의 지휘아래 아이들은 부지런히 움직이다. 그런데 엄마에게 아빠는 없다. 스스로 자식을 낳을 수 없어, 대신 버려진 아이들을 자식으로 거둬 키우게 된다. 그런데 아무나 키우지는 않는다. 쓸모 있어 보이는 아이들만 엄선해서 식구처럼 같이 밥도 먹고, 함께 생활을 한다. 누가보면 가족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엄마는 늘 이렇게 말한다. "쓸모 없어지면 너도 죽일거야."
차이나타운에 있는 작은 사진관, 바로 그들의 집이다. 집에 엄마도 있고, 동생도 있고, 언니, 오빠도 있다. 한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은 두목과 부하 관계다. 호칭만 엄마일뿐, 거역할 수 없는 카리스마 앞에 자식들은 하나같이 엄마의 지시만 따른다. 각각 역할 분담이 되어 있어, 환상적인 팀워크를 보여준다. 밥을 먹으면, 일을 해야 한다. 왜냐면 자신들이 쓸모가 있다는거 엄마에게 증명해야 버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일영이라는 딸이 하나 있다. 중간에 버렸는데, 어린 나이에 쓸모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줘서 자식으로 거뒀다. 그런데 그녀를 볼때마다 자꾸만 자신의 과거가 생각나는거 같다. 왜냐면 자신과 너무 닮아 있어서다. 김혜수가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심 인물이지만, 또하나의 축은 바로 일영(김고은)이다. 독한 아이, 엄마의 지시만 따르는 로봇같은 아이. 엄마의 총애를 다 받는 아이. 어느날 그녀에게 지금까지 살던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되면서 영화는 거침없는 질주를 하게 된다.
엄마 = 보스다. 그러기에 후계자가 필요하다. 엄마도 안다. 자신이 쓸모가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새로운 엄마 칮기를 말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한명 있다. 자신을 닮은 아이, 그리고 기회도 생겼다. 진정한 엄마로 거듭나기 위한 테스트를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말이다. 그녀가 새로운 엄마가 되면, 자신은 퇴출된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그녀는 자신의 목숨따위는 무섭지가 않다. 혹시 그녀도 엄마가 되기 위해서, 엄마를...
엄마가 되기 위한 일영의 성장기 영화, 차이나타운이다. 새로운 엄마는 여자가 되야 한다. 그리고 쓸모가 없어지기 전에 물러나야 한다. 물러나는 방법은 참 잔인하고, 슬프고, 비참하다. 하지만 다 그렇게 물러주고 물러 받았다. 전통이라면 전통이기에, 자기가 당했던 또는 했던 방법을 그대로 이용한다. 그게 엄마로 살아가야 하는 숙명이라면 지켜야 하지만, 새로운 엄마가 되기위해 너무나 많은 피를 봐야한다.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본인이 죽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더더욱 독하게 싸워야 한다. 엄마라는 자리의 무게만큼,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죽음이 항상 따르는 어렵고 무서운 길이다.
글래머 여인은 사라졌다. 처진 가슴에 펑퍼짐한 엉덩이, 볼록 나온 뱃살 그리고 얼굴 가득 주근깨 투성이다. 예쁜 메이크업대신 못난이 메이크업을 했다. 그런데 그녀가 못생겨 보이지 않는다. 주근깨도 하나하나 그녀만의 카리스마를 위해 존재하는 거 같다. 조폭 보스처럼 거친 몸싸움을 하지 않는다. 엄마이기에 다정다감하게 스윽~ 칼질 한번만 한다. 말도 많이 하지 않는다. 필요한 말만, 대신 눈빛으로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만든다. 차이나타운에서 엄아라는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녀의 눈빛이 말해주는거 같다.
범죄와의 전쟁 속 하정수 고량주 가글과 차이나타운 속 김혜수 고량주 가글은 주관적으로 하정우가 훨씬 나은거 같다. 먹방은 그를 따라올 자는 없는거 같다.
김고은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려준 남자. 아니 엄마가 되기 위한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남자라고 해야 하나. 시작은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차이나타운의 뉴 엄마가 되겠지. 아니면 그녀 자신이 먼저 죽을테니깐 말이다.
영화 초반에 나왔던 장면인데, 점점 쇠약해지는 엄마와, 떠오르는 엄마를 말해주는 거 같다. 김고은에게 멋진 남자가 생겼다. 그래서 지금껏 잘 대해준 엄마를 버리고 그 남자와 함께 떠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와 식구들을 죽여야 한다. 영화는 이렇게 진행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다르게, 너무나 다르게 그러나 더 영화답고, 더 잔인해져 간다.
무서운 영화는 아닌데, 무서움이 왔고, 잔인함은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야 한다. 슬픔 영화는 아닌데, 눈물이 난다. 엄마가 있고 식구라고 하지만, 호칭만 그렇게 부를뿐이다. 그러나 그 속에 진정한 가족애가 남아 있음을 너무 늦게 알게 된다. 그래서 있을때 잘해.... 이런 말을 하나보다.
여자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늘 남자들만 보다, 조금은 더 감성적인 그러나 남자보다 더 잔인한 여자들을 보니, 남자보다 여자가 확실히 더 무섭다는 사실을 새삼 또 느꼈다. 그리고 김혜수라는 배우의 발견. 그녀의 차기작이 더 궁금해진다. 예쁘지 않았기에, 더 예쁜 배우, 김혜수의 차이나타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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