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 단풍나들이는 고궁이다. 풀프레임 카메라도 새로 장만했으니, 2년전 그때처럼 가는게 당연지사. 가을 고궁은 어떤 모습일까? 한달동안 펼쳐질 고궁의 가을, 부산 이야기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보내야겠다. 그 시작은 고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경복궁이다.
비가 오지 않기를, 미세먼지가 없기를, 우주의 기운까지 모아모아서 기도를 드렸건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님이 오셨다. 이런 된장~ 고궁 단풍시기에 맞춰 떠나야 하는데, 그 시작부터 엉망이다. 우주의 기운은 아무에게나 오는게 아닌가 보다. 하긴 비정상의 정상화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지. 다행히 비는 그쳤는데, 하늘은 여전히 구름만 가득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카메라를 챙기고 나섰는데, 여전히 구름은 많지만 먹구름은 아니고 서서히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주의 기운이 주인을 잃어버렸나보다. 아니면 독일까지 갈 힘이 없었나보다.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경복궁, 창덕궁(후원포함), 창경궁, 덕수궁, 종묘를 다 관람할 수 있는 통합관람권을 구입했다. 가격은 10,000원으로 각각 관람하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한달로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놓치지 않고 볼 자신이 있으므로 통합권으로 구입했다. 지난번에는 종묘를 못봤는데, 이번에는 꼭 볼 생각이다. 더불어 경희궁과 운현궁 그리고 선릉과 태릉까지 가능하다면 다 볼 예정이다.
가을 경복궁 시작. 2년전에 경복궁에 대해 상세한 리뷰를 했으므로, 이번에는 전각보다는 단풍이다.
많고 많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렇게 멀리서 찍고는 바로 이동했다. 왜냐하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있기 때문이다.
워낙에 넓은 곳이라, 요렇게 사람이 없는 곳을 찾을 수 있다. 경복궁 단풍시즌은 10월 21일부터 11월 19일이라고 한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가야할 고궁이 너무 많으니 어쩔 수 없다.
가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일찍 도착한 단풍과 오고 있는 중인 단풍.
경복궁의 가을 포인트는 바로바로 향원정이다. 사진으로만 봤던 이곳을 이렇게 만나니, 감격스럽다. 와~~ 우와~~~ 고종이 건청궁을 지을 때 그 앞에 연못을 파고, 연못 가운데 섬을 만들어 정자를 지었는데 이것이 향원지와 향원정이다. 건축 당시에는 북쪽 건청궁 방향으로 다리가 놓였으나, 1953년 복원하면서 남쪽으로 연결했다고 한다.
한장으로는 섭섭할테니, 한장 더.
가을이 찾아온 향원정. 참 좋다. 그냥 좋다. 히힛^^;
저 안에 내가 있었음.jpg
곤녕합은 명성황후가 침전으로 사용하던 건물로,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을미사변이 일어난 곳이라고 한다. 궁궐 안에 있는 사대부 집같아서 신기했는데, 아픈 사연이 담긴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의 단풍은 참 슬퍼보였다.
향원정 뒤편에 곤녕합이 있고, 향원정 옆으로는 고종이 자주 이용한 집옥재가 나온다. 이곳은 책을 보관하는 서재와 외국사신을 맞는 접견소를 사용했다고 한다. 보물을 모아 놓은 곳이라는 뜻으로 고종이 아꼈던 4만여 권의 책이 있었던 왕실 도서관이었다고 한다.
현재 집옥재는 궁궐 속 작은 도서관으로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게 해놨다. 전시되어 있는 책은 열람만 가능하다고 한다. 도서관이라고 하지만, 웅장한 내부 모습에 압도되어 책을 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평범한 도서관은 아니다. 고종과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집옥재는 안으로 들어 갈 수도 있고, 앉아서 책도 볼 수 있어서 좋은 거 같다. 멀리서 보는 것보다는 직접 체험할 수 있으니깐. 미리 알았더라면, 시간 여유를 넉넉히 잡고 왔을텐데, 아쉽다.
아쉬움을 가을에 녹여 버려야겠다. 적당히 따스하며 살짝 윙크를 하게 만드는 햇살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 그리고 안구가 정화되는 멋진 풍경까지 좋다 좋아.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요즘 고궁에 가면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도촬을 하면 안되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만 셔터를 누르게 된다. 다음에는 나도 한복을 입고...
마지막 잎새 놀이.jpg
앉아 있었는데,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날개짓을 시작했다.
경회루를 가다가 만난 키가 큰 은행나무 아저씨.
아저씨의 품은 참 따뜻했다.
서서히 노랗게 변해가는 중입니다.jpg
역시나 도촬. 그런데 진짜로 조선시대 공주마마들 같다.
어떤 분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담은 어처구니.
경회루에도 가을이 왔어요.jpg
수양버들 사이를 거닐고 있는 연인, 진짜 진심으로 부럽다.
가을, 또 이렇게 깊어가고 있는 중이다.
사랑 그것은 엇갈린 너와 나의 시간들 / 스산한 바람처럼 지나쳐 갔네 / 사랑 그것은 알 수 없는 너의 그리움 / 남아있는 나의 깊은 미련들
경복궁의 가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여긴 내땅이야 들어오지마.jpg
역시나 근정전에는 사람이 많다.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을 찾아서 돌아다녔더니, 저 안으로 들어갈 맘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하여 오늘은 여기서 이만.
2016 나의 가을은 고궁과 함께... 아이~ 참 좋다 좋아. 더 멋진 고궁의 가을을 찾아 또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나, 즐거운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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