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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그리고 종묘, 궁궐 통합관람권으로 갈 수 있는 곳이다. 장소가 장소이며, 엄숙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성격탓에 그동안 가지 않았던 곳이었다. 가볍게 나들이 삼아 갈 수 없는 곳이지만, 이번에 아니면 또 못갈 거 같아서 다녀왔다.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봉행했던 곳, 종묘다.



개인적으로 유적지 앞에 주차장이 있다는게 맘에 안들지만, 암튼 그곳을 지나야 종묘가 나온다. 서울에서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기대하는 건, 무리인가 보다.



창덕궁 후원처럼 종묘도 관림인원이 제한되어 있지만, 최대 300명이므로 미리 예약을 할 필요는 없다. 해설사와 함께 이동을 해야하며, 관람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다. 창덕궁처럼 해설사와 함께 다녀야 하지만, 어느정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혼자서 다른 곳을 보기위해 단독행동을 하면 어김없이 제재를 받았다. 그런다고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기에, 그들보다 먼저 혹은 그들보다 늦게 도착해 엄숙한 종묘의 모습을 담았다.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사물함, 무료이므로 무거운 짐을 들고 관람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모르는 건지, 굳이 짐을 보관할 생각이 없는 건지, 생각외로 빈 사물함이 많았다. 



종묘는 조선왕조가 역대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봉행하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정전을 종묘라 했고, 현재는 정전과 영녕전을 모두 합쳐 종묘라 부른다. 정전과 영녕전은 정식과 기교를 절제해 단조로워 보이지만, 이는 왕실의 제사를 모시는 공간이기에 존엄하고 신성한 분위기를 위한 의도적인 장치라고 한다. 처음부터 단체로 따라다니지 않고, 혼자서 다닐 생각을 했기에 해설사의 설명은 하나도 듣지 못했다. 단체로 다니면 사진 찍기도 불편하고,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서다. 


참, 종묘에 가면 가운데에 돌로 만든 길다란 도로(?)가 있는데, 신로(조상의 혼령들이 다니는 길)라고 한다. 역시 궁궐과는 많이 다르다. 다른 곳도 그러하겠지만, 종묘는 더더욱 뛰어다니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향대청은 종묘에 사용하는 향축폐(香祝幣)등 제사 예물을 보관하고, 제향(祭享)에 나갈 헌관들이 대기하던 곳으로 남북으로 긴 뜰을 사이에 두고 동쪽과 서쪽에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엄숙한 곳이니, 셔터소리도 조용히, 쉿!!




정전 동남쪽에 위치한 재궁은 국왕이 제사를 준비하던 곳이라고 한다. 재궁 북쪽에는 임금이 머무는 어재실, 동쪽에는 세자가 머물던 세자재실(世子齋室)이 있고, 서쪽에는 어목욕청(왕이 목욕하는 건물)이 있다. 생각보다 해설사의 설명도 길고, 이동하는 사람도 많아서, 가장 보고 싶었던 정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단독행동을 해서 죄송하지만, 혼자서 조용히 종묘를 보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정전으로 가는 길에 만난 은행나무. 



아까 봤던 은행나무와 달리, 잎이 다 떨어져 있다. 신령들이 지나 다니다가, 재미삼아 바람놀이를 하셨나 보다. 



정전으로 들어갑니다.



정전의 월대 아래 동쪽에는 공신당이, 서쪽에는 칠사당이 있다. 사진 속 가운데는 아까 들어왔던 문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곳이 공신당이다. 공신당은 정전에 모신 역대 왕의 공신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라고 한다. 더불어 칠사당은 궁궐의 모든 일과 만백성의 생활이 무탈하게 잘 풀리도록 사계절의 운행과 관계되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다. 진짜로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싶었다면, 그래서 우주의 기운을 모시고 싶었다면, 종묘로 오면 되는데, 굳이...



종묘를 들어가는 또 다른 문이다. 이 곳에는 전사청이 있다.



찬막단이다. 전사청에서 만든 제사 음식을 제상 위에 차리기 전에 검사를 하던 곳이란다.



찬막단 뒤에는 종묘대제에 사용할 제사음식을 만들던 전사청이 있다.



전사청 옆에는 우물(제정)이 있는데, 신성한 제사음식이니 물조차도 아무거나 사용하지 않았던 거 같다. 



종묘에 오기 전까지는 비가 올 것만 같은 완전 흐린 날씨였는데, 서서히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묵념을 한 후, 드디어 그 곳을 바라봤다. 



정전. 왕과 왕비가 승하 후 궁궐에서 삼년상을 치른 다음에 신주를 옮겨와 모시는 건물이다. 길게 펼쳐진 묘정 월대는 안정을, 건물 전면에 무한하게 반복되는 듯한 기둥의 배열은 왕위의 영속을, 수평으로 하늘 끝까지 펼쳐지는 듯한 지붕은 무한을 상징한다고 한다. 매칸마다 신위를 모신 신실인 감실 열아홉 칸, 신실 양 옆으로 각각 두 칸의 협실, 그리고 협실 양 끝에서 직각으로 앞으로 꺾여 나와 마치 신실을 좌·우에서 보위하는 듯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동·서월랑 다섯 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편집을 하다가 발견했는데,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새 한마리. 알고 찍었다고 해도 절대 담을 수 없었을 거 같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숨이 막힐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영녕전으로 이동하는 중.



영녕전. 세종 때 종묘에 모시던 태조의 4대 추존왕인 목조, 익조, 도조, 환조와 그 왕비들의 신주를 옮겨 모시기 위해 세워진 별묘로 왕실의 조상과 자손이 함께 길이 평안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네모난 아랫부분에 원형 주좌를 둔 주춧돌에 둥근 기둥과 간단한 초각을 한 익공을 짜고, 퇴칸 안에 두 짝 판문을 달고 뒤는 화방벽으로 쌓고 서까래는 부연 없는 홑처마로 꾸미는 등 세부 구성은 정전과 거의 같으며 역시 부재 표면도 단청 없이 간단히 주칠로 마감하였다.(출처- 종묘)



이날 전주 이씨 종친회에서 제사가 있어, 개방을 했다고 한다. 처음 방문에 이런 흔치 않은 경험을 하다니,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로 왔나 싶다. 더 자세히 담고 싶었으나, 계단에 올라가면 안된다고 해서 최대한 줌으로 당겨서 담은 사진이다.



해설사와 함께 다녔던 사람들은 저기 끝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그 문으로 나갔지만, 나는 반대편 문으로 나왔다. 나가기 전에 종묘를 관리하고 있는 분에게 해설사와 함께 이동하라는 핀잔을 들었지만, 영녕전 악공청을 봐야한다면서 막 우겼더니, 더이상 대화가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가도 된다고 해서 혼자만 이 문으로 나왔다. 



영녕전 악공청. 종묘제례시에 주악하는 악사들이 대기도 하고 연습하기도 하는 건물이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집으로 소박하고 간결한 건축양식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정전 옆에도 같은 악공청이 있다. 


여기까지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걷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소리 "그만 찍고 나가세요" 아까 그 분이다. 종묘가 다른 궁궐과 다른 점은 알겠는데,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곳곳에 cctv도 있고, 야간개장도 아닌데, 닥달이 너무 심했다. 진짜 왜 그러냐고, 이럴거면 개방을 하지 말라고 따지고 싶었으나,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꾹 참고 나왔다. 신문고에 민원처리를 할까 생각했지만, 푸른집에 있는 분들이 이따위 글을 볼 시간이 있을까 싶어 안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분의 말이 너무 심했던 거 같다. 해설사와 함께 다녀야 하는데, 단독행동을 한 내 잘못이 더 큰가?



정전을 그리고 영녕전을 감싸고 있는 나무들이 건물에 비해서는 살짝 높은데, 그 높이가 균일했다. 일부러 이렇게 만든 듯, 왕과 왕비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거처럼 보였다. 



종묘 연못인 지당(池塘). 물만 보면, 반영에 미치는 나.



가을나들이 삼아 왔지만, 종묘는 그렇게 가볍게 올 곳은 아닌 거 같다. 단독행동을 하면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만약 단독행동을 하고 싶다면, 매주 토요일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날, 무료)에 오면 될 거 같다. 왜냐면 자유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묘제례는 왕이 친히 행사는 가장 격식이 높고 큰 제사로서 정전에서는 사계절의 각 첫달에 정해진 날과 섣달을 합쳐 일 년에 다섯 번, 영녕전에는 봄 가을에 두번 봉행한다고 한다. 막판에 기분이 상했지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제례악은 보고 싶기에, 내년 봄에 다시 와야겠다.


궁궐통합관람권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창덕궁&후원과 덕수궁이 남았다. 주인공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깊어가는 가을을 보내기에 딱 좋은 날씨가 계속 지속됐으면 좋겠다. 요즘 이래저래 머리가 아프고, 속은 답답하지만, 고궁이 있어 잠깐이나마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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