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밖에서 혼자만 맛난거 먹으러 다니는 딸내미가 오랫만에 효도를 했다. 날 낳아주신 분을 위해 특별 서비스를 준비한 것이다. 지난번에 갔던 구로동 회촌수산([구로동] 회촌수산 - 술을 팔지 않는 10년전 가격의 회싼집!!)에서 문어숙회와 산낙지를 포장해, 병원에서 돈까지 내고 비싼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감기에 걸린 그분에게 드렸다.(iphone5로 촬영)
외관 및 매장 사진은 지난번에 포스팅했으니 생략(자세한 내용은 여기). 문어숙회와 산낙지를 좋아하셔서 메뉴 선정에 어려움은 없었다. 문어숙회는 2만원, 산낙지는 만오천원이다. 문어숙회는 미리 만들어 놓은걸 판매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만드는데 시간이 걸리니깐 잠시 기다려 주세요"라고 하시더니, 말이 끝나자 마자 수조에서 잠자고 있던 문어 한마리를 냉큼 잡고는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문어 숙회가 나오는 시간에 맞춰 이번에는 수조에서 놀고 있던 낙지를 잡았다.
"문어숙회가 뜨거우니깐, 산낙지는 따로 포장해 드릴게요"라고 하면서, 검은 봉다리 2개를 줬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요런 작은 서비스에 고객은 감동하는 법. 집까지 30분 정도 걸리기에, 후다닥 문어숙회가 식기 전에, 산낙지가 죽기 전에 어서 집으로 갔다.
집에 와서 포장을 풀어보니, 문어숙회와 산낙지 그리고 와사비, 고추, 마늘, 쌈장, 산낙지용 기름장, 커다란 초고추장이 들어 있다.
포장을 뜯어보니, 산낙지가 너무 얌전하다. 설마 벌써....
함께 준 산낙지용 기름장 대신, 더 맛나게 먹기 위해 집에 있는 100% 진짜 참기름을 조금 붓었다.
아하~ 요 녀석들이 참기름 맛을 아는지,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그럼 이래야지, 좀 전에 너무 얌전해서 깜짝 놀랐잖아. 젓가락으로 휘휘 참기름과 낙지를 섞어 줘야 하는데, 녀석들이 알아서 움직여준다. 이젠 먹기만 하면 된다. '나에겐 아직 문어숙회가 남아 있어, 넌 잠시 후에 맛을 볼게'라고 속으로 말하는 순간, 그분은 벌써 입 안으로 녀석들을 호로록 호로록.
탱글탱글하니 잘 삶아진 문어숙회다. 회촌수산 사장님이 국내산 문어라고 했으니, 믿고 먹기로 했다. 역시 국내산이라 그런지, 쫄깃한 식감에 육즙(?)까지 너무너무 좋다.
오이와 약간의 초고추장과 함께 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다. 녀석들의 힘이 어찌나 쎈지. 호로록하자마자, 치아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잠시 틈을 주면 녀석들이 입천장을 마구 공격하기 때문이다.
문어는 고추와 마늘 그리고 초고추장과 함께 먹어 본다. 역시 쫄깃한 식감이 최고구나. 송곳니의 고마움을 느끼면서 계속 흡입해 준다. 생각보다 많이 쫄깃했나 보다. 그분은 문어보다 산낙지만 찾으시는 걸 보면 말이다. 치아가 약한 그분에게 문어숙회는 힘들었던 거 같다. 그러나 다 먹지 못하고 남긴 문어숙회를 다음날 문어라면으로 재탄생시켜 다 드셨다.
먹다보니 뭔가 빠진 느낌이 든다. "죄송합니다. 아부지, 당신의 매취순을 제가 조금 마시겠습니다." 산낙지와 문어숙회의 효과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분의 감기는 다음날부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산낙지와 함께 다른 메뉴를 포장해 오라고 추궁하신다.
구로동 회촌수산에 새로운 메뉴가 추가됐다. 오징어통찜과 석화가 새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요 오징어통찜 때문에 또 가야 할거 같다. 그분의 요청이 산낙지 + 오징어통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매운탕까지 사오라고 하신다. 하긴 나도 오징어통찜은 먹고 싶으니, 조만간 또 달려가야 할 거 같다. (회촌수산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
지난번에 놓친, 회촌수산의 영업시간이다. 월~토요일은 새벽 3시까지, 일요일외 공휴일은 새벽 1시까지다.
회촌수산 : 02-2634-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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