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강동 마케집 마포점
막회를 발음하는 대로 표기하면 마케가 되는데, 아무래도 막회가 너무 흔해서 마케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 정확한 표기는 아니지만 상호명이니 어쩔 수 없다. 용강동에 있는 마케집 마포점에서 막회는 아니고 주꾸미덮밥과 전복바지락칼국수를 먹는다.
마포점이라고 했으니 프랜차이즈다. 비슷한 컨셉으로 연안식당이 있는데, 둘 다 해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다른 점이라면, 연안은 남도 지역, 마케는 동해 지역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걸어서 30초도 안되는 거리에 연안식당이 있다. 꼬막비빔밥을 먹으러 자주 갔지만, 이번에는 신상(?)이다.
앞쪽에 주방이 있다보니, 홀은 'ㄱ'자로 꺾어져 있다. 밖에서 볼 때와 달리 공간이 작구나 하면서 쭉 들어오다가, 안쪽 공간을 발견하고 털썩 앉았다. 커다란 액자 옆으로 지저분한 선은 뭔가 했더니,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이다. 타입별로 다 있는 거 같다.
혼밥은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야 하므로, 2시 언저리 무렵에 도착을 했다. 한산해서 좋기는 한데, 너무 늦은감도 있다. 혹시나 싶어 브레이크 타임이 언제냐고 물어보니 없단다. 따로 브레이크타임은 없지만, 2시 반에서 3시 반은 직원 식사시간이라고 한다.
브레이크타임도 없고, 메뉴는 미치도록 좋아하는 해산물이니, 낮술을 아니 할 수 없다. 하지만 처음 왔기에 도전보다는 안전빵(?)으로 간다. 맛있는 녀석들에도 나왔다고 하지만, 우선 내 입에 맞아야 하니깐.
밖에 있는 배너긴판에서 본 식사메뉴 중 주꾸미덮밥(10,000원)을 주문했다. 맵(순)둥이라서 많이 매운가요라고 물어보니, 신라면 수준도 아니란다. 그렇다면 문제없어~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카메라를 두고 갔다. 그런데 모양새 보아하니 나쁘지 않다. 우선 유기그릇이라 있어 보이고, 그릇을 가득 채울 정도로 푸짐한 양도 맘에 든다. 주출물지역이라 가볍게 하고 나왔더니, 가장 중요한 무기를 챙기지 않았다. 안 찍고 먹을까 하다가, 이것도 직업병이라서 허접한 아이폰7로 담았다.
신라면보다 덜 맵다고 했고, 먹을때도 매운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먹고 난 후 서서히 속이 아프기 시작했다. 매운 닭발도 잘 먹던 아이었는데, 이제는 빨간맛이라면 다 무섭다. 이럴까봐 주문할때, 매운맛을 조절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건 어렵다 했다.
주꾸미덮밥과 달리 칼국수는 면이라서 반찬은 단무지무침과 배추김치만 주나 보다. 참, 원산지표시는 담지 못했는데, 대체로 해산물은 국내산인데 반해, 김치는 중국산이다. 빨간맛이지만 맵지않고 달달한 단무지무침과 푹 익은 배추김치다.
참, 칼국수는 주꾸미덮밥을 먹고, 며칠 후 다시 갔다. 이날은 카메라를 챙겨가서 외관부터 제대로 담았다.
배너광고에 나와있는 칼국수 그림 옆으로 '들깨를 넣어 고소한 국물이 일품'이라고, 이걸 지금 봤다. 전복에 바지락이 들어있는 해물칼국수이니 당연히 맑은 국물일 줄 알았다. 하지만 보이는 대로 들깨가 들어있는 걸쭉한 칼국수다.
해산물이 들어있는 칼국수는 국물이 깔끔하다는 편견을 버려야 하는 것일까? 들깨칼국수를 좋아하는데, 예상과 다른 모양새에 살짝 당황을 했다.
전복바지락칼국수이니, 전복과 바지락은 당연, 가리비와 백합은 예상 밖이다. 해산물을 전문으로 다루는 곳답게 신선도는 완전 맘에 들고, 해감 등 손질도 잘 되어 있다. 전복과 백합은 하나, 가리비는 2개, 바지락은 꽤 많이 들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먼저 밝힌다. 왜 굳이 조개와 들깨를 만나게 했을까? 조개가 주는 시원함을 들깨가 잡아버리고, 들깨가 주는 구수함은 조개로 인해 반감이 됐다. 들깨의 구수함이 오고 있는 중인데, 급 차선변경으로 시원함이 됐다가, 다시 구수해지려고 하는데 2가지 맛이 합친 알 수 없는 맛이 치고 들어온다.
가리비를 시작으로 전복과 바지락 등 조개만 골라 먹으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 그런데 국물과 함께 면을 더하면 맛이 애매해진다. 들깨칼국수와 해물칼국수를 겁나 좋아하지만, 이 둘의 만남은 반대요~
과도하게 익은 배추김치보다는 겉절이 느낌이 날듯말듯한 단무지무침이 더 어울린다. 기대와 달라서 당황을 했지만, 해산물 선도도 좋고 면도 부들부들하니 후루룩 잘 넘어간다. 그런데 후추를 추가했어도, 건더기만 싹 골라먹고 국물은 많이 남겼다는 거, 안 비밀이다. 마케집이 어떤 곳인지 탐색은 끝났다. 식사메뉴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부터 웃음기 가득 유지한 채 골뱅이 & 문어숙회에 핑크꺼비 한잔이다.
2021.01.27 - 꼬막비빔밥과 생굴을 한꺼번에 용강동 연안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