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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주중 오후 5시와 주말 아침7시 또는 8시. 이 시간만 되면 엄한 아버지도 나에게 테레비(왠지 이 표현이 더 좋은거 같아서)를 주셨다. 무서운 분이셨지만, 이 시간에 주지 않으면 하루종일 펑펑 울고 불고 난리난다는 사실을 아셨기에, 헛기침 몇번을 하신 후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시거나 신문을 보셨다.



지금이야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만화영화들을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러하지 못했다. DVD는 없었던 시절, 아니 비디오도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으니 어린 나에게 만화영화를 보는 기회는 바로 저 시간뿐이었다. 밖에서 놀다가도 저 시간만 되면 집으로 후다닥 들어왔고, 주말 아침 늦잠이라도 자야할 시간이건만 알람없이 일어나서는 테레비 앞에 앉았다. 

바로 저 만화영화들을 보기 위해서다. 만화가 시작되면 나오는 주제곡들도 따라 부르면서 어서 빨리 시작하기를, 오늘은 또 어떤 내용일지 무진장 기대하면서 뭐가 그리 신났는지, 밥도 안 먹고 저 속에 내가 있는거처럼 흠뻑 빠져버렸다. 지금도 저 만화들 중 몇개는 아직도 그 주제곡이 기억날 정도로 만화주제곡들을 엄청 따라 부른거 같다. 

누가 어느 만화주제곡을 부르면, 경쟁이라도 하는거처럼 더 큰 소리로 불렸던 기억이 난다. 암기교육의 장점이 바로 이건가? 아직도 모래요정 바람돌이 우리의 친구 이리와서 들어줘요 우리의 소원~~, 메칸더 메칸더 메칸더 브이~~, 푸른바다 저멀리 새희망이 넘실거린다 하늘높이 하늘높이~~ ㅎㅎㅎ



위 이미지는 예전에 싸이월드 시절에 어느 분 미니홈피에서 퍼왔는데, 여기에 올려도 될지 모르겠다. 역시나 지난 파일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다. 저걸 보면서 한동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때를 상상했었는데, 지금은 참 쉽게 많게 다양하게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 시간이 아니면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보다는 왜 저 시절이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일까?


54편의 만화 중 다시 보고 싶은 만화를 골라본다면...

1. 빨간머리 앤

네 머리는 홍당무야 홍당무... 저는 한번 친 사고, 두번은 안 쳐요. 상상력 풍부한 앤의 성장기인 만화. 이거 보면서 나도 초록지붕집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포도주를 포도주스로 알고 마신 다이애나와 다시 절친이 되기 위한 에피소드, 빨간머리를 없애기 위해 염색을 했다가, 잘못되어 머리를 잘라야 했던 사건, 연극한다고 돗단배에 혼자 탔다가 큰일 날뻔한 이야기 등등. 아 정말 기억나는 장면들이 너무나 많다. 성인이 된 후 만화전문 케이블에서 다시 본 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명작이더군. 어릴때 봤던 그 감동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아마 지금 다시 봐도 좋을거 같다.

2. 모래요정 바람돌이

지금도 이 주제곡은 다 외울만큼 정말이지 너무 잼나게 봤던 애니다. 하루에 한번 바람돌이가 소원을 들어주는 내용의 만화. 많고 많은 요정 중에 왜 하필 모래 요정인지 모르겠지만, 요정 중 가장 음흉하게 생겨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만화의 마지막 회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 당시 너무 인기가 높아 아이들이 공부도 하지 않고 만화만 본다고 엄마들이 방송국에 전화를 해서 방영하지 못하게 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마지막 회를 못 본거 같다. 우주선을 태워줘요 공주도 되고 싶어요 어서빨리 들어줘요 우리의 소원... 계속 맴돈다.


3. 들장미소녀 캔디

여자아이들의 로망인 안소니와 테리우스가 나오는 명작, 들장미소녀 캔디. 만화책으로도 다시 봤던 바로 그 애니. 당근 빠지면 서운하겠지.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은 캔디, 이라이자의 괴롭힘에도 당당했던 캔디. 괴롭히는 사람도 많았지만, 주변에 훈남들이 넘 많아서 보는 나 조차도 질투를 하게 만들었던 캔디. 세상 남자는 안소니와 테리우스로 나누게 만들었던, 많은 드라마에 영향을 준 들장미소녀 캔디. 캔디같은 여주인공이 안소니 같은 남자를 만났지만, 집안 반대로 헤어지고 테리우스같은 남자를 만나 고생하지만 결국에는 남몰래 자신을 도와준 알버트 아저씨같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산다는 이런 류의 드라마 탄생에 일등공신인 들장미소녀 캔디다.


4. 미래소년 코난

나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힘든 일이 와도 다 이겨내는 우리의 코난. 맨발로 모든걸 다 해내는 천하무적 코난. 달리기도 잘해, 높은 빌딩에서 잘 뛰어 내리고, 총알은 알아서 코난을 피해가고, 작살 하나만 있으면 물고기도 잘 잡고, 참 잠수는 어찌나 잘하는데... 코난의 친구인 포비, 적군인줄 알았다가 아군이 된 선장아저씨, 나나의 할아버지, 적군 여자 군인(?) 등등 그림은 순정만화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정말 너무 잼나게 봤다. 비슷한 느낌으로 나디아라는 만화영화도 있었지만, 나디아보다는 코난이 더 순수한 거 같다. 나나가 무지 부러웠던, 코난같은 남자친구를 그려봤던 그때 그 시절의 명작이다. 역시나 주제곡은 지금도 다 외우고 있다. 나 만화를 넘 많이 봤나봐.ㅎㅎㅎ



그외 너무 많이 울었던 플란다스의 개, 여기에는 없지만 어린이 명작동화, 소공녀 세라 등등 좋은 만화가 참 많았구나. 성인이 된후 대부분이 일본 만화이고, 은하철도 999가 생각보다 야했던 만화라는걸 알게 됐지만, 그래도 그때는 내 상상력을 가득 채우게 만들었던 애니메이션이다. 모래요정 바람돌이와 함께 작은 숙녀 링도 마지막회를 못 본거 같은데, 다시 볼 방법이 없을까나. 이렇게 다시보니 또 보고 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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