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을 위한 1/2 허니버터브레드 참 조아~
원래 들으려고 했던 게 아닌데, 바로 옆 테이블에 그녀들이 앉았고, 조용한 카페인 관계로 그녀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여기에 남들에 비해 청각이 좋아서, 작은 소리까지 쏙쏙 들려왔다.
3명의 그녀들, 우선 2명만 있었다. 둘만 있을 때, 간간히 얘기를 하면서 서로 딴짓을 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톡을 보내고 아무튼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있었다. 그러다 쿵쿵쿵 묵직한 발소리를 내면서 오는 그녀, 드디어 완전체가 됐나 보다. 그때부터 폭풍수다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언니와 동갑내기 친구로 보였다. 언니와 동갑내기 중 마지막으로 온 친구는 결혼을 한 거 같았다. 그래서 첨에 둘만 있었을 때는 그렇게 조용했구나. 언니, 동생 그리고 기혼, 미혼인 관계로 공통점이 별로 없어서 말이다. 여기에 윤활유가 될 기혼에 동갑내기 그녀가 도착함으로써 그들은 완전체가 됐고, 폭풍수다의 서막이 시작됐다.
동갑미혼녀 - 니는 좀 살이 빠진 거 같네.
언니기혼녀 -그래 내가 봐도, 빠진 거 같다.
동갑기혼녀 - 제가 보기엔, 언니가 더 많이 빠진 거 같은데요.
역시 여자들이 만나면, 살 얘기부터 시작하는구나 싶어, 살며시 그녀들을 바라봤다. 살이 빠졌다고 폭풍칭찬을 받고 있던 동갑기혼녀를 보고, 헉~ 놀랐다. 묵직한 발소리답게 누가 봐도 살 빠졌다는 말은 그냥 립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아니다. 지금의 모습보다 더한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계속 됐다.
동갑기혼녀 – 나도 나지만, 언니는 진짜 많이 빠졌어? 비법이 모야?
언니기혼녀 – 요즘 1:1로 헬스를 해서 그런가? 좀 과하게 했더니, 살짝 반응은 있는데, 저번에 봤을 때 보다 훨씬 더 찐 상태야.
동갑기혼녀 – 에이, 아니야. 훨씬 좋아 보여.
언니기혼녀 – 너도 그래.
내가 봤을 때 도토리 키 재기인데, 둘의 칭찬은 끝이 없다. 여기서 가장 날씬했던 동갑미혼녀는 가만히 있었다. 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나 싶다.
티 나게 듣고 있으면 안 되니, 잠시 귀를 닫고 일을 하려고 하는데, 또 들려왔다.
언니기혼녀 – 근데 너 피부 엄청 좋아졌다?
동갑미혼녀 – 그래 여기 햇빛 때문인가 했는데, 아니다. 너 완전 광채피부야.
동갑기혼녀 – 광채 피부, 아니야 (그런데 좋은지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화장품을 바꿔서 그런가? 왜 홈쇼핑에서 00쿠션 있잖아. 그거 구입해서 쓴 건데.
나머지 둘 동시에 – 아 그거, 그래 요즘 대박이라고 하더라. 너 보니깐 좋긴 좋나 보다.
동깁기혼녀 – 언니도 한번 써볼래? 파우치에 있는데.
언니기혼녀 – 아냐. 써봤어? 근데 내 피부랑은 안 맞더라고.
동갑미혼녀 – 그래 사람에 따라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지. 나도 좀 그렇더라.
언니기혼녀 – 그런데 그 쿠션 색감이 많이 진하다. 원래 너 하얀피부잖아? 그런데 좀 탁하게 보이네.
동갑미혼녀 – 그러네, 그게 커버력이 좋다더니, 좀 진하게 나왔나 봐.
여기까지 듣고 일을 아니 할 수 없었다.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너희 둘 생각이 모야? 하면서 따지고 싶었지만, 참고 살짝 고개를 들어 그녀들을 바라봤다. 광채피부라는 칭찬을 받고 좋아했던 그녀는 어느새 거울을 보면서 내 얼굴이 진해 보여 이러고 있고, 두 여자는 그래 좀 과하게 보여 이러면서 너랑 안 맞나 보나 이러고 있었다. 그녀들의 속마음은 이렇지 않았을까? '너 그거 쓰지만, 피부 겁나게 좋아 보이니깐.'
대화 중에 나왔던 홈쇼핑이라는 키워드를 그냥 버릴 그녀들이 아니었다. 00쿠션을 시작으로 언니기혼녀는 "주름 잡는 페이스 미용기구로 요즘 관리하고 있다"고 하니깐, 동갑기혼녀가 "요즘 맘에 드는 코트가 나왔는데, 살까 말까 고민 중이야"라고 되받아 친다. 그러니깐 두 여자는 바로 "그냥 사. 어차피 반품하면 되잖아. 그런데 어떤 옷이야?" 라고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네버 엔딩 스토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홈쇼핑으로 30분을 넘게 이야기를 하더니, 이제는 나와야 하는 아주 중요한 그 이야기로 넘어갔다. 바로 드라마, 영화, 남자배우 이야기다. 여기서 그만 귀를 막고 싶었다. 아침드라마부터 일일저녁드라마, 주말드라마 그리고 케이블 드라마까지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치지도 않는 그녀들을 보면서 존경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녀들과 비슷할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비슷한 거 같다. 다르다면 정치 이야기를 추가한다는 정도, 그러나 그 정치도 기혼녀친구들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그딴 얘기 집어 치우고, 요즘 어느 학원이 좋아?"로 주제가 완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 친구가 없어지나 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여주인공 옆에는 항상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 한두명은 있는데, 현실은 서로 비슷한 처지가 아니면 만남은 어려워 진다. 특히 결혼과 육아, 교육 앞에서는 자동적으로 벽이 생긴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게 된다. "나는 니가 싱글이어서 부럽다.", "나는 니가 엄마여서 부럽다." 이런 말이 오가다 보면, 벽이 생겼고, 만남의 횟수는 점점 줄어들게 된다.
카페에서 만난 그녀들 중 내 처지와 비슷해 보였던 동갑미혼녀, 그녀는 별로 말이 없었다. 기혼이라는 공통점도 없고, 서로 칭찬만 해주는 립서비스도 거북했던 거 같다. 계속 들어 주다가, 그녀들이 "그거 있잖아, 아 그거 뭐였지? 그저께 00홈쇼핑에서 나왔던 그거." 이러면서 말문이 막힐 때 뻥 뚫어주는 해결사로 잠시 출연했다가 다시 무대에서 사라졌다.
지칠 줄 모르는 드라마 이야기가 끝날 무렵, 무언가에서 또 키워드를 잡았는지 바로 오늘 뭐 먹지로 이동했다. 서로 점심에 뭐 먹었니 물어보면서 서로에게 배려를 해주는 거처럼 보였지만, 결론은 나가서 정하자였다. 이럴 바에 배려한답시고 이것저것 왜 물어봤는지, 아무래도 언니기혼녀 입맛을 따라 갈 거 같은데 말이다. 왜냐하면 동갑기혼녀가 언니가 정해요라고 하면서 강하게 밀어 부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갑미혼녀는 자기 주장을 펼치고 싶었으나, 동갑기혼녀의 목소리가 더 큰 관계로 참은 듯싶었다.
그렇게 그녀들의 폭풍수다는 끝났고, 곧 그녀들은 카페를 떠났다. 그리고 그곳은 아주 오랫동안 고요한 정적만 감돌았다. 그녀들은 어떤 사이일까?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닌 거 같아 보였는데, 립서비스를 하는 관계이니깐 아주 오래된 친구사이는 아니겠지. 그래도 함께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아닌 모니터만 바라보면서 말하고 있는 나를 보면 말이다. 추운 겨울이 되니 친구의 소중함이 더없이 느껴지는 주말이다. 제 2의 아이러브스쿨은 안 나오려나.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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