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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박물관에서 만난 약초였던거 같은데... (본 내용과 전혀 상관없음)

고스톱을 치면, 초반 엄청난 상승세를 보인다. 모든 판돈이 나에게로 온다. 쓰리고, 피박 그리고 흔들기까지 엄청난 점수를 기록하면서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그 흐름은 곧 한 여름 밤의 짧은 꿈처럼 사라져 버린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는 시점은 게임 시작 후 30분이 지나서다. 원고를 부른다. 아싸~ 성공. 당연히 투고를 외친다. 그런데 이런 된장~ 고를 외치기 전에 분명히 봤는데, 바로 앞에서 누군가 고도리를 하고 난 독박을 쓴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라고 말한다. 주의력이 떨어져 생긴 결과라 생각하고, 나를 포함 게임을 함께 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패를 다 살피면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친다. 그러나 한번 꺾인 기세는 다시 올라올 줄 모른다. 승리의 짜릿한 손맛을 봤으니, 이번에는 꼭 내가 먹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게임에 임하지만 역시 결과는 첫끝발이 개끝발이다.

 

그렇게 내 운은 초반 30분만에 끝나 버린다. 한 두번이 아니라, 늘 할 때 마다 똑 같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진짜 내 운은 첫끝발에서 끝이 나나보다. 진짜 지지리 복도 운도 없다. 그래서 고스톱을 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자 한다면, 제안을 한다. "난 30분만 할래." 그러나 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스타일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끝발이 개끝발인게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타짜(가족, 친지)들이 속인 게 아닐까? 초반에 이기게 만든 다음, 후반에 딴 돈에 갖고 있던 돈까지 다 먹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아닐까?

 

 

첫끝발이 개끝발은 고스톱에서만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법칙은 정확히 첫인상에서 나타난다.

 

사람에게서 처음 느껴지는 인상을 첫인상이라고 한다. 첫인상이 좋다, 나쁘다는 주관적인 관점이다. 그런데 나에게 있어 첫인상은 완벽한 반대의 법칙이 작용한다. 첫인상이 좋았던 사람과는 악연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성격 좋고, 잘 웃고, 첫인상이 너무 좋았던 예쁜 친구가 있었다. 소극적인 성격이라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거 같아, 챙겨주기 시작하면서 같이 놀던 친구들에게 소개도 하고 어딜 가나 항상 함께 했었다. 참 잘 지냈는데, 여름방학이 지나고 결국 난 외톨이가 됐다.

 

왜 그럴까? 나에게 왜 저렇게 대할까?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니? 나에게 서운한 게 있니?" 만나서 물어보면,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 둘만 있으면 처음 그때처럼 변함없이 잘해주는데, 여럿이 있으면 전혀 딴 사람으로 변해 버린다. 그렇게 또 몇 달이 지나고, 결국 난 그 모임에서 도태 되었다.

 

학년이 바뀌고 나서 그때 의문은 풀리게 됐다. 내가 속했던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었단다. 그래서 날 쏘고 가라, 아니 나를 이용했던 것이란다. 첫인상이 참 좋았던 친구의 진심을 알게 된 순간, 황당, 당황보다는 멍해졌다. 그럴 녀석이 아니라고, 진실을 말해주는 친구에게 녀석을 두둔했는데, 결국 내가 틀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첫인상 반대의 법칙을 눈치채지 못했다. 여전히 첫인상이 좋으면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렸고, 대학생이 됐다.

 

알바를 하면서 만났던 그녀석도 첫인상이 참 좋았다. 혼자서 좋은 친구를 만났구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또 뒤통수를 맞았다. 이번에는 돈이 문제였다. 기존에 하던 일보다, 시급을 더 많이 준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런데 문제는 일하는 공간이 달라서, 녀석과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너는 걔보다 먼저 들어왔고, 원래 이렇게 순차적으로 더 좋은 곳으로 가는 거야." 상사는 그렇게 말했고, 난 고민을 했다. 왜냐하면 녀석이 혼자 일하기 싫다면서 붙잡았기 때문이다.

 

친구가 원하니깐, 첫인상이 예쁜 녀석이 원하니깐, 좋은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얼마 동안 알바를 못하고, 다시 출근한 그날.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못 나와서 그만둔 거 아닌가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글쎄(지금도 이 생각만 하면 뒷골이 땡긴다^^) 녀석이 거기에 있었다. 못하겠다고 말했던 그 일을 녀석이 당당히 하고 있던 것이다.

 

"니가 못 나오는 동안, 대리님이 자꾸 재촉해서 말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간 거야." 믿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믿고 또 믿었다. 이런 내 모습이 바보같아 보였는지, 같이 일하는 선배가 알려줬다. "이 바부야~ 니가 당한거야, 너 안 나오자마자 자기가 하고 싶다고 조르더니 가더라." 또 한번 첫인상 반대의 법칙은 이렇게 끝났다.

 

 

학습의 효과라고 이제는 당하지 않아. 첫인상 이제는 안 믿어. 이렇게 다짐을 했다. 그리고 늘 말하고 다녔다. 난 첫인상이 좋은 사람은 싫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한다. 첫인상이 참 좋은데, 쟤는 그들과 다를 거야. 그러나 어김없이 똑같다. 알면서도 매번 당한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만나는 진짜 친구들, 그들의 첫인상은 험악, 악몽, 개판이었다. '쟤랑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어, 아니 되지 않을 거야'라고 다짐했던 그들은 여전히 내 곁에 남아 있다.

 

첫인상은 아주 짧은 순간이다. 그 시간에 상대의 모든걸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잘못되거나 틀릴 수 있다. 그걸 알면서도 첫인상에 대한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건, "난 사람 보는 눈이 없다"을 너무 길게 설명한 거 같다.

 

요즈음 첫인상 반대의 법칙을 정확히 숙지하고, 반복적으로 되새김질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처음 누군가를 만날 때, 첫인상이 좋으면 까칠해진다. '분명 성격이 이상할거야. 인상은 좋았지만, 지금 당장 알 수 없는 무언가 아주 나쁜 무언가가 있을 거야' 이러면서 말이다. 그 덕분에 이제는 사람 보는 눈이 조금은 넓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첫인상이 좋으면 좋은 사람일거라는 상상도 함께 하고 있다. 이눔의 이상한 법칙이 깨졌으면 해서다. 나이를 더 먹으면, 자연스레 고쳐질까?

 

첫끝발이 개끝발은 고스톱에서만 적용되는 법칙이면 좋겠다. 이 말을 달리 해석하면, 나랑 게임하는 사람은 지구력만 있으면 돈을 딴다는 의미. 이렇게 공개했으니, 이제는 깨끗이 손을 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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