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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하이라이트 보고 있는데, 갑자기 속보가 나오더군요. 바로 요즘 핫이슈 인물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앵커와 기자의 멘트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기자회견이라고 하면서, 사퇴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하더군요. 누가봐도 총리후보 사퇴 기자회견일거 같은데, 그걸 말 안하는 이유가 뭘까 하면서 첨부터 끝까지 지켜봤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자회견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라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엄청 길게 말하더군요. 

 

<기자회견전문>


저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와 같이 부족한 사람이 그동안 많은 관심을 쏟아주신 것에 대해 마음 속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를 도와주신 총리실 공무원 여러분들, 그리고 밖에서 열성적으로 지원해주신 지도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밤을 새우며 취재를 하신 기자 여러분을 보면서 제 젊은 시절이 다시 한 번 더듬어볼 기회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사십 년의 언론인 생활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일이 없었는가를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이 자리를 빌려 감히 몇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에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습니다. 또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저는 조그마한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의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하는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민주주의,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자유민주주의란 개인의 자유, 인권, 그리고 천부적인 권리입니다. 다수결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는 제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 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의사와 법치라는 두 개의 기동으로 떠받쳐 지탱되는 것입니다.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 정치가 됩니다. 이 여론이라는 것이 실체가 무엇입니까.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 지배받기 쉽습니다.

법을 만들고 법치에 모범을 보여야할 곳은 국회입니다. 이번 저의 일만 해도 대통령께서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청문회 법은 국회의원님들이 직접 만드신 것입니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러한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저에게 사퇴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습니까.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도된 여론이 국가를 흔들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진실 보도입니다. 진실보도입니다.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하면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보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 의미를 왜곡하고 훼손시킨다면 그것은 진실보도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진실보도입니다.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 민주주의에 희망이 없습니다.

신앙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립니다.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입니다. 제가 평범했던 개인시절, 저의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입니까.

마지막 드릴 말씀은 제가 총리 지명을 받은 후 벌어진 사태에 대해 우리 가족은 역설적으로 뜻하지 않은 큰 기쁨을 갖게 됐습니다. 저를 친일과 반민족이라고 주장하시는데 대해 저와 제 가족은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저의 가족은 문남규 할아버지가 3·1운동 때 항일운동을 하셨다고 문기석 아버님으로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사실 우리 당시 민족가운데 만세를 부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돌아가셨다 했기 때문에 저도 사실 당당한 조상을 모신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에 대한 공격이 너무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검증 과정에서 저의 가족 이야기를 했습니다.

검증팀이 보훈처에 자료를 가지고 알아봤습니다. 뜻밖에 저희 할아버지가 2010년에 애국장이 추서된 것을 알았습니다. 저의 자녀도 검색해봤습니다. 여러분도 검색창에 '문남규 삭주' 이렇게 검색 해보십시오. 저의 원적은 평북 삭주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실려 있는 1927년 상해 발행 독립신문 찾아보시라. 이거 언론재단에 다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밖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기로 했다고 어제 말했습니다.

이런 정치싸움에 나라에 목숨 바친 할아버지가 다른 자손들에게 누가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 독립위해 목숨 바친 분 손자로서 다른 분과 똑같이 처리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 분이십니다. 저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님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오늘 총리후보를 자진사퇴합니다. 감사합니다.
 

 

언론문제, 친일문제, 신앙문제 등 그동안 자신에게 쏠렸던 내용들을 줄줄이 말씀하시더군요. 보는 내내 "이거 사퇴 기자회견인거야 뭐야 청문회를 하겠다는 건가 뭐지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고 하면서 툴툴거리면서 채널을 돌리까 하는데, 진짜 끝부분에 딱 한줄이네요. 기자회견의 주제가 말이죠. "저는 오늘 총리후보를 자진사퇴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더니 인사와 함께 회견장을 나가시네요. 와우~ 이거 한줄을 말하기 위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그가 말한 사실이듯, 진실이듯, 그동안 무수한 문제와 사건들이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퇴하면 끝나는 건가요? 어떠한 법적인 조치는 전혀 없는 건지. 저번 안대희 총리후보자도 자진사퇴하고 사라지셨던데, 이분도 그럼 이렇게 바람과 같이 사라지면 되는건가요? 사퇴 기자회견을 보면서 뭔지 모르게 씁쓸해지네요. 며칠동안 핫피플이던 인물이 사퇴와 함께 그냥 사라지시는구나 싶네요. 솔직히 몇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치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제가 전문가가 아니니 그냥 궁금증으로 남겨야 되겠네요.

 

안대희, 문창극... 이젠 어느 분이 나올까요? 돈 문제 때문에 사퇴한 그, 돈 문제는 없었지만 더 큰 문제가 많아 사퇴한 그, 다음은 돈 문제도 없고, 역사관도 투철하고, 군복무도 제대로 하고, 논문 문제까지 없는 그런 분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분이 그분의 수첩에 있을지???

 

 

ps... 엄청 잘나고 대단한 분일텐데, 이렇게 결말을 보니, 욕심내지 말고 진실되게 올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리 작은 일이지라도 구린 냄새 없이 말이죠. 더불어 잘못된 걸 잘못했다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뭐, 현실은 매번 뒤쳐지고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살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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