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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사랑은 연필로 써야 지우개로 지울 수 있다고, 정말 사랑이 아니었을까? 정말 지울 수 있을까? 제발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너무 아프니깐, 연필로 쓰면 지우개로 지울 수 있으니깐. 놓친 영화 올레티비로 다시보기. 이터널 선샤인(2005.11.10 개봉 | 2015.11.05 (재개봉)을 통해, 아픈 사랑도 사랑이었고, 사랑을 연필로 써도 지우개로 지울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역대급 로맨스 영화라고 하는데, 명불허전이다.

 

주연배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그리고 커스틴 던스트. 출연진만 보고,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가 다른 여자를 통해 아팠던 사랑의 추억을 잊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영화구나 했다. 케이트 윈슬렛이 아픈 사랑의 주인공이었다면, 커스틴 던스트는 새로운 사랑의 주인공인 줄 알았다. 삼각관계에 뻔한고 뻔한 사랑 영화인줄 알았는데, 오호~ 내가 아주 큰 실수를 했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삼류 취급을 했으니 말이다.

 

소심한 남자 짐 캐리, 그와 전혀 상반된 캐릭터인 자유분방한 여자 케이트 윈슬렛, 안 어울릴거 같은 그들은 연인이 된다. 영원할 거 같았던 그들의 사랑에 어둠이 닥친다. 그녀를 잊지 못해, 일하는 곳에 찾게 된 짐캐리, 그런데 왠열~ 케이트가 짐을 못 알아본다. 며칠전까지 사랑한다던 그녀가 그가 앞에 있는데 딴남자와 키스까지 한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짐은 그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원인을 찾게 된다.

 

사랑을 지워준다는 곳에서 케이트는 짐과의 기억을 완벽하게 삭제를 했던 것이다. 용납할 수 없지만, 그녀가 그를 기억하지 못하니, 결국 그도 그녀와의 기억을 지우기로 다짐한다. 다른 기억은 남겨둔채, 그녀와의 기억만 지우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한다. 그녀와 관계되어 있는 물건을 통해, 뇌에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체크하고, 잠을 자는 동안 지우기로 한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기억 속 그가 그녀와의 기억을 막으러 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아픈 사랑이고, 그녀가 그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기억 속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있다. 스스로 지우겠다고 했지만, 막상 지워지기 시작하니, 자신의 기억에서 케이트와 함께 도망을 다닌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자꾸만 기억이 지워져 가고 있는데도, 그는 그녀를 놓치지 않는다. 자신에게 가하고 있는 기억 삭제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전혀 상관없는 기억 속에 숨기도 하고, 그녀에게 잊지말라고 기억해 달라고 말한다.

 

현실 속 케이트는 짐과의 기억을 삭제하고, 새로운 남자를 만났다. 그런데 데자뷰처럼, 그와 갔었던, 그와 했었던 일들을 새로운 남자와 하고 있다. 기억나지 않으니, 처음하는 행동이지만, 새로운 남자는 그녀가 처음이 아니라는 걸 안다. 왜냐하면 짐과 케이트의 관계를 알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터널 선샤인에서 반전이라고 한다면, 커스틴 던스트이다. 박사의 비서였던 그녀. 짐의 기억을 지우는 직원과 그렇고 그런 관계인 그녀. 그런데 그녀가 박사에게 그동안 남몰래 좋아했다고 고백을 한다. 여기까지는 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박사의 아내가 나타나더니, 그녀에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난다. 이건 또 뭐지?

 

그렇고 그런 관계를 했던 남자은 커스틴에게 고백을 한다. 사실 박사를 짝사랑했던 너의 기억을 지웠다고, 네가 원해서 지웠다고 말한다. 사랑의 기억은 지웠지만, 그 흔적은 남아 있다는게 맞구나 했다. 두여자 다 기억은 지워졌지만,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나거나, 다시 또 그를 사랑하게 되니깐 말이다. 아픈 사랑도 사랑이고, 연필로 쓰더라도 사랑은 지우개로 지울 수 없다는 거. 그만큼 사랑은 위대하다는 걸 다시한번 느꼈다.

 

지우고 싶을만큼 아픈 사랑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운다고 해도 지워지지 않으며, 지웠다고 해도 흔적이 남아 있다. 죽을만큼 아프고 죽을만큼 힘이 들지만, 시간이라는 명약으로 인해 아픈 부위에는 새살이 돋고, 상처는 옅어지면서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더불어 그 상처까지 보듬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아련한 추억은 잊혀진 추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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