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올레티비로 본 부산행, 좀비가 나오는 재난영화다. 좀비야 먼나라 이야기이니, 보는내내 끔찍할뿐 와닿는 건 없었다. 하지만 판도라는 다르다. 원전폭발, 어찌보면 부산행만큼 먼나라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제는 아니다. 경주 지진을 서울에서 느꼈을만큼,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진이 자주 발생한 경주에 노후화된 원전이 있다. 원전을 폐쇄해도 시원치 않은데, 재가동을 한다고 하니, 판도라는 영화가 아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재난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다큐다.
영화같은 현실을 살고 있는 요즘, 현실같은 영화 판도라를 봤다. 하루하루 힘들게 사는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지진이 일어나고, 그로인해 원전이 폭발을 한다.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정부는 당연히 감추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다는 명분아래, 사건은 축소되고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곧닥칠 재앙을 모른채 그저 정부만 바라본다.
진도 7에 견딜 수 있다는 내진 설계, 개뿔. 진도 6에서 원전은 폭발을 했다. 과학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원전, 개뿔. 그 과학이 한 나라를 집어 삼키려고 한다. 영화관에서 편안하게 앉아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자꾸만 소름이 돋는다. 이건 영화야, 걱정하지마, 그럴 일은 없어라고 다독거리면서 보고 있는데도, 으스스 몸이 떨린다. 현실이 아니었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영화같은 현실에 살고 있는 요즘, 판도라를 그저 단순하게 영화로 바라보기가 힘이 든다.
현실은 영화와 완전 다를 거 같다. 끝까지 원전을 지키려는 소장도 없고,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국민을 지키려는 대통령도 없다. 사고는 지들이 쳐놓고, 가장 먼저 도망을 갈 거 같다. 조선시대 선조처럼... 언제나 뒷수습은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놓은 채. 촛불민심으로 지금까지 왔듯이, 영화도 엄청난 방사선을 겁내지 않고 복구를 하려는 원전 하청 노동자들과 119 소방대원들, 나라는 그들이 구한다.
어쩜 그리도 똑같을까? 아무 것도 모르는 이가 낙하산으로 대표가 되고, 시시콜콜 위의 보고만을 기다리면서 내 책임 아니야를 외치는 중간 관리자, VIP에게 갈 보고를 중간에 자르고 자신이 진두진휘하려는 정부인사까지 짜증난다. 그래도 현실보다 판도라가 훨씬 낫다. 가장 먼저 도망나온 선장과 달리, "집주인이 안 들어가면 되겠습니까"라고 말하고 끝까지 책임지려는 소장이 있다. 힘없는 대통령인 줄 알았는데, 도망가지 않고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대통령, 거짓말만 하는 누구와는 참 많이 다르다.
무슨 생각이 필요할까? 내 친구가, 내 이웃이 아파하고 있는데, 나 하나 살겠다고 도망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도 무서웠을 거 같다. 원전폭발 후 병원으로 이송되어 왔으니, 그저 나몰라라 치료만 받으면 그만인데, 그와 그의 동료들은 다시 그 곳으로 간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그들은 죽음 속으로 성큼 걸어간다. 아~ 진짜 사고는 누가 쳐놓고, 뒷수습은 항상 힘없는 국민들 몫이다.
이눔의 스키라고 욕을 막 해주고 싶을만큼, 제대로 악역을 보여준 국민총리. 총리라는 직책이 이리도 대단했던가 싶었는데, 원래는 비서실장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를 찍을때, 왕실장이 쥐락펴락을 하고 있던 시국이라 총리로 변경했다고 한다. 팟캐스트 이박사 이작가의 이이제이 영화 판도라편을 들어보면 자세히 나온다.
비선이 아닌 진짜 실세이지만, 그도 결국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아니다. 꼭두각시가 아니라 진정한 리더인 대통령이 있다면, 나라는 다시 바로 잡을 수 있다. 그런 대통령, 판도라에는 있지만, 우리에게는 없다. 원전폭발은 겁이 나지만, 판도라 속 소장과 대통령, 잠시 빌려주면 안되겠습니까?
대체적으로 재난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만약 현실이라면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오늘 탄핵안이 통과된다면, 희망을 가져보려고 한다. 정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재난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걸, 믿어봐도 되겠지.
노후된 월성 원전이 재가동 된다고 한다. 이런 시국에 한일군사협정도 화가 나는데, 원전 재가동까지 탄핵이 끝나면 탈핵이다. 그러기에 많은 분들이 판도라를 봤으면 좋겠다. 부산행은 영화같은 재난영화이지만, 판도라는 현실같은 재난영화이기 때문이다. 거센 바람이 불어도 촛불은 꺼지지 않듯, 원전도 촛불도 막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기위한 첫 단계는 바로 오늘 탄핵안 통과다. 단디 입고, 여의도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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